MBC주말특별기획 <여왕의 꽃>에서 레나정 역의 배우 김성령이 27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MBC주말특별기획 <여왕의 꽃>에서 레나정 역의 배우 김성령이 27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김성령은 나이 쉰을 앞두고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마다 '이번이 끝이겠거니' 했는데, 이번에는 원하던 일과 사랑까지 쟁취한 여자라 더 남다르다.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 마지막 촬영을 끝낸 배우 김성령을 지난 27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50부작 내내 '산다'기보다 이를 악물고 '버틴' 레나정으로 7개월을 달리느라 진이 다 빠졌다고 했다. 대사를 외우기 위해 기억력에 좋다는 뇌 영양제까지 사 먹었다고.

"갑자기 나타난 딸, 솔직히 너무 미웠다"

겉모습만 보면 레나는 화려한 역할을 주로 맡아온 김성령에게 익숙해 보이는 옷이었다. 하지만 그 속은 전혀 달랐다. 매 맞는 아내였던 어머니는 남편과 시댁식구들을 몰살한 방화범이 됐고, 어린 딸 이수정은 보육원에서 정은혜라는 이름으로 자랐다.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의 아이를 낳았지만 버림받은 은혜는 미국으로 건너가 레나정이 되어 돌아왔다. 이름을 바꿀 때마다 과거를 지우고, 오로지 성공을 위해 악착같이 살아야 했던 기구한 여자다.

"레나를 욕망에 사로잡힌 안하무인 캐릭터로 설정했었다"는 김성령은 "뒤로 갈수록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죽은 줄 알았던 딸 강이솔(이성경 분)이 23년 만에 나타나 본의 아니게 자신의 발목을 잡는 상황을 두고 "이솔이가 너무 미웠다"고 털어놨다.

 MBC주말특별기획 <여왕의 꽃>에서 레나정 역의 배우 김성령이 27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김성령은 "딸 때문에 모든 걸 잃게 되니까 화가 나더라"며 "그때 난 레나가 돼 있었으니까..."라고 말했다. 오로지 자신의 성공만 바라보며 딸까지 모른 척하는 레나정을 비난하는 악플이 줄을 이었지만, "그게 솔직하고 현실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처음엔 내가 레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지금 나는 너무 다 가졌고, 행복하니까. 그런데 내가 행복한 맛을 보니, 이걸 모르는 사람들은 갈구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역으로 들더라. 나는 많은 여성분들이 레나 같았으면 좋겠다. 나이 들었다고 현실에 안주하며, '내 팔자야' 주저앉지 말고 끝까지 자신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레나처럼 욕심이 지나치면 안 되지만, 행복하기 위해 발버둥친 게 아닌가. 어떤 면에서는 멋진 여자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나이 돼서도 아름다운 비결? 그런 건 없어"

"지금 너무나 행복하다"고 아낌없이 표현하는 김성령은 "이게 다 가족의 희생을 요구하며 내 일을 우선순위로 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고마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특히 중학생, 초등학생인 두 아들과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엄마와 배우, 두 가지 다 잘 할 수 없다"는 게 현실적인 결론이다.

"엄마가 집에 없으니까 아들 친구들이 다 우리 집에 와서 놀다가 자고 간다. 밤에 가보면 10명씩 데리고 와 난민처럼 자고 있다.(웃음) 짠할 때도 있지. 둘째는 눈이 잘 안 보인다는데, 내가 쉴 때 같이 가서 안경을 골라주고 싶어 일주일을 버티고 있다."

날개를 달아준 가족들 덕분에 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김성령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게다가 노화현상이라곤 일어나지 않는 듯한 모습에 '중년의 희망'이라는 수식까지 얻었다. 이민호처럼 말만한 청년의 엄마였을 때도 아름다웠고, 코믹 시트콤에서 개다리춤을 춰도 예뻤으며, 여전히 치명적인 캐릭터를 소화해낸다. 많은 사람들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뭐냐'고 묻지만, 그럴 때마다 김성령은 "그걸 알면 떼부자 됐게?"라고 반문한다.

 MBC주말특별기획 <여왕의 꽃>에서 레나정 역의 배우 김성령이 27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이미숙 선배님, 문숙 선배님을 볼 때마다 너무 멋있다. 저 나이 돼서도 아름답다는 걸 보여주고 있으니까. 20~30대들이 나를 볼 때 저런 느낌이겠구나 생각하니 책임감도 생긴다. 비결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아서인지 책을 내자는 제안도 들어온다. 비결은 없다. 뭐든 하는 게 중요하다.

난 필라테스를 주로 하는데, 밤샘 촬영을 해도 다음날 트레이너와 약속했으면 기어서라도 운동을 간다. 사람인지라 마음이 허하고 비가 내리면 막걸리에 파전 생각도 나지만, 참고 집에 간다. 그걸 다 누렸으면 지금의 나는 없을 테니까. 물론 아주 가끔은 맘껏 먹는다. 친구들이 창피하다고 그만 먹으라고 할 때까지.(웃음)"

'홀로 피었다가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울 때 물속으로 가라앉는다'는 여왕의 꽃처럼 극 중 레나정은 은퇴를 선언했다. 만개한 꽃 같은 시절을 지나고 있는 김성령은 "더 늦기 전에 그만두고 싶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이 들어서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배우와 엄마 그리고 여자로서 다 가진 듯하지만, "늘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 김성령을 더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자, 이제 기사도 다 썼으니 당을 좀 채워볼까 싶었는데 "비결은 없다. 난 운동을 했고, 당신은 안 했다"는 '언니'의 직언이 생각나 과자를 조용히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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