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컨트리 음악 '멋진 헛간'을 선보인 오대천왕 팀.(정형돈+혁오)

MBC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컨트리 음악 '멋진 헛간'을 선보인 오대천왕 팀.(정형돈+혁오) ⓒ MBC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MBC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오대천왕(정형돈+혁오)은 컨트리 음악 '멋진 헛간'을 들고 무대에 올라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컨트리 음악은 국내 음악계의 주류와는 거리가 멀지만, 21세기 미국 대중음악계를 이끄는 양대 축은 힙합/R&B 계열과 더불어 컨트리 음악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미국 내 앨범 판매량을 집계해 발표하는 '빌보드 200' 차트에서 지난해 1위에 오른 33장의 음반 중 컨트리 음악을 하는 뮤지션의 것이 총 6장에 달할 정도로, 컨트리 음악은 적어도 북미 시장에선 록 음악을 능가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런데 최신의 컨트리 음악은 사실 <무한도전>에서 오대천왕이 들려준 것과는 또 거리감이 있다. '멋진 헛간'이 전통적인 1960년대 컨트리 음악에 가깝다면, 요즘 컨트리 음악은 팝과 록 장르를 결합한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팝의 여신' 테일러 스위프트의 뿌리

1920년대부터 미국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세력을 구축해온 컨트리 음악은 전형적인 미국의 민속 음악 중 하나다. 1950~60년대 록큰롤 시대를 관통하고 1970~80년대 이른바 '컨트리 팝'의 전성기를 거치며 1990년대 '뉴 트레디셔널 컨트리'라는 복고풍 음악이 인기를 얻는 등 여러 차례 흥망성쇠를 겪으며 현재까지 맥을 이어 오고 있다.

미국에서 '록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린 가스 브룩스는 미국에서만 1억 5천만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한 컨트리 음악 스타다. 가스 브룩스와 함께 샤니아 트웨인, 페이스 힐 등 미모의 여성 컨트리 가수들이 각광받으면서, 1990년대 컨트리 음악은 새롭게 부흥기를 맞게 된다.

이러한 성공을 기반으로 2000년대 이후 인기를 얻은 뮤지션들은 예전 선배들과 흡사하면서도 사뭇 다른 모습으로 미국 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했다.

'21세기 팝의 여신' 중 한명인 테일러 스위프트, 미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의 캐리 언더우드 등 매력적인 용모의 신세대 여성 가수들이 백인 취향의 팝 사운드를 대거 채용한 컨트리 음악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이들의 음악은 빌보드 차트는 물론 해외 순위에서도 크게 선전했다. 비록 테일러 스위프트는 최신작 <1989>를 통해 사실상 컨트리 음악과의 결별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최고의 여가수이자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세터로서 인기를 한 몸에 누리고 있다.

 지난 2011년 한국을 찾았던 테일러 스위프트

지난 2011년 한국을 찾았던 테일러 스위프트 ⓒ 빅 머신 레코드


카우보이모자는 이제 옛말...문신, 해골 의상에 랩까지

흔히 '컨트리 음악'하면 서부 영화 속 카우보이모자와 가죽 장화 차림에 수염을 기른 남성들을 연상하기 쉽다. 실제로 알란 잭슨, 트래비스 트릿 등의 컨트리 가수들은 대부분 이런 모습으로 활동해 왔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면서 컨트리 가수의 외양도 바뀌었다. 카우보이모자 대신 야구 모자를 쓰고, 해골 무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는다. 팔뚝엔 큼지막한 문신도 새겨져 있다. 용모만 놓고 보면 여타 록, 헤비메탈 뮤지션을 연상케 하는 파격 변신이다.

이들 후발주자 남성 컨트리 가수들 상당수는 일렉트릭 기타를 전면에 내세운 소위 '컨트리 록' 음악을 들고 나왔다. 1970년대 이글스와 포코의 등장으로 한때 전성기를 이뤘던 이 장르는 이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배우 니콜 키드먼의 남편으로 더 유명한 키스 어번, 에릭 철치, 브랜틀리 길버트 등의 등장으로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게 된다.

심지어 형제로 이뤄진 플로리다 조르지아 라인은 2012년 힙합 뮤지션 넬리와의 합작품인 데뷔곡 '크루즈'로 빌보드 컨트리 차트 역사상 최장기간 1위(24주)라는 전무후무한 신기록을 수립하며 '컨트리 랩'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기도 했다.

본 조비 등 록 뮤지션들에게도 영향력 끼쳐

과거엔 컨트리 음악을 하는 밴드를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연주와 노래를 겸하는 실력파 여성 3인조 그룹 딕시 칙스가 엄청난 음반 판매량과 더불어 그래미상을 석권하는 등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특히 두 번 연속으로 미국 내 음반 판매량 1천만 장을 넘긴 가수는 1990년대 슈퍼스타 가스 브룩스를 제외하면 이들이 유일하다.

이후 '컨트리 록'의 새로운 세력으로 평가되는 잭 브라운 밴드, 팝·록 성향의 래스칼 플래츠, 혼성 3인조 그룹 레이디 앤터벨룸 역시 만만찮은 인기를 얻으며 미국 대중음악계의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1980년대 하드 록·헤비메탈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본 조비조차도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선 빌보드 컨트리 차트 1위곡을 배출하는 등 컨트리 음악에 영향을 받은 신곡들을 연이어 발표할 정도다.

'컨트리 음악 불모지' 한국에선 어떨까

남성 3인조 보컬그룹 SG워너비의 히트곡 '라라라'(2008), 여성 아이돌 그룹 포미닛의 유닛 투윤의 '24/7'(2013) 등은 국내 음악계에선 보기 드문 컨트리 성향의 곡으로 언급할 만하다.

하지만 이 외엔 크게 대중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킨 국내 컨트리 음악은 없었으며, 컨트리 음악이 한국 대중음악계의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지도 못했다. 기존 한국 대중음악계에서의 한시적인 외도 또는 양념 정도로만 컨트리 음악을 활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컨트리 음악이 한국 대중의 취향과는 거리가 먼, 지나치게 미국적인 장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는 미국 힙합 뮤지션들의 정통 힙합 음반이 1990년대만 해도 한국 대중의 취향이 아니라는 이유와 심의 문제 등으로 제대로 발매조차 되지 못했던 것을 떠올려 본다면, 컨트리 음악도 언젠가는 대중들에게 친숙한 장르로 다시 떠오를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무한도전 멋진 헛간 테일러 스위프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