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현장.

25일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현장. ⓒ 성하훈


'조용하면서도 강하게' - 올해로 20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의 기본 정신이다.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용관-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 등 영화제 관계자들은 예산 삭감, 부산시 외압 논란 등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자세를 강조했다.

올해 영화진흥위원회는 부산영화제 한 해 예산의 절반 수준인 6억 원을 축소 지원했다. 때문에 영화계 안팎에선 '영화제 길들이기', '독립성 훼손'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용관 위원장은 "줄어든 예산이 복구되진 않았다"며 "부산시와 의논하면서 협찬을 받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아시아 필름 마켓이라도 일정 부분 지원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다행히 시의 도움으로 기업들의 협찬을 받게 됐고, 영화계에서도 십시일반 도움을 줬다"며 "(예산 축소로 부족한 부분은) 영화제 중장기 발전 계획을 축소하거나 보류하는 식으로 올해는 차질 없이 치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이후 예산 부족에 대해선 "새로운 대안을 모색 중이고, 영화제가 끝난 이후 내년 총회에서 밝히겠다"며 "예산을 줄여서라도 자존심은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 역시 "영화 <베테랑>에 '우리가 가오가 없냐, 돈이 없지'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알고 보니 강수연 위원장이 평소 자주 하던 말이더라"며 "올해 '가오'(폼) 있게 준비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회견 자리에 서병수 부산시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서 시장은 부산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 통상 이런 회견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이번에는 태풍 고니의 북상 으로 불참했다.

강수연 "걱정하는 부분 잘 알아, 미래 준비해야 할 때"

성년을 맞이한 부산영화제가 올해 어떤 방향으로 운영될지 궁금해 하는 이들에게 영화제 측은 태풍을 들며 비유했다. 이용관 위원장은 "20주년이라고 특별한 걸 보일 마음은 없었다. 일찌감치 겉모양을 갖추기보다 성숙함을 보이자는 방향을 잡고 있었다"며 "25회 혹은 30회 때 성대하게 하겠지만, 지금은 고요하게 한국을 지나는 태풍처럼 조용하면서도 우아한 몸짓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혹시나 과한 표현이라면 양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강수연 위원장 역시 "(사람들이) 뭘 우려하는지 잘 알겠다. 영화제의 20돌 축하도 중요하지만, 향후 20년을 어떻게 만들어 갈까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영화제에 영화인들이 오는 건 당연하고 그걸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다만 미래를 위해 영화 마켓이나 영화 아카데미 등 부산영화제만의 행사를 다져갈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올해는 특히 신인 감독이 빛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다양한 아시아 국가 영화를 발굴하려 했다"고 관객들의 관심을 부탁했다. 영화제 주요 행사인 아시아필름마켓의 전양준 마켓운영위원장 또한 "기존 행사들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아시아 차세대 감독 및 아시아 중견 감독 지원에도 힘쓸 예정"이라고 방향성을 전했다.

영화 거장들 대거 부산 찾는다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의 말대로 신인 감독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특히 개막작으로 선정된 <주바안> 역시 인도의 떠오르는 신예 감독 모제즈 싱의 데뷔작이다. 부산영화제 역사상 신인 감독 데뷔작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사례는 처음이다. 또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전통 영화 강국 외에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 감독들의 작품도 상당 수 초청됐다.

여기에 조재현, 문소리, 윤은혜 등 한국 배우들의 연출작도 관심을 끌 만하다. 이미 부산영화제에 출품 경험이 있는 윤은혜는 단편 <레드 아이>를 들고 왔고, 문소리 역시 단편 <최고의 감독>을 선보인다. 조재현은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에 장편 <나홀로 휴가>를 출품했다.

부산을 찾는 해외 영화인의 면모만 보면 역시 '강한 영화제'임을 실감할 수 있다. 20주년을 맞이해 허우샤오시엔, 지아장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아시아 대표 거장들이 부산영화제를 찾을 예정이다.

또한 올해 신설됐거나 강화된 부문도 지나칠 수 없다. 아시아 영화의 역사와 미학을 아시아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취지인 '아시아영화 100 특별전'엔 국내외 전문가에 의해 최종 선발된 10편의 작품이 영화제 기간 상영된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을 비롯한 고전부터 김기영 감독의 <하녀> 등 걸출한 작품이 포함돼 있다. 또한 '내가 사랑한 프랑스 영화' 부문에선 부산영화제와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프랑스 영화계의 주요 작품 10편이 소개된다.

아시아필름마켓에서 열리는 엔터테인먼트 IP마켓, 캐스팅 마켓 역시 처음 진행되는 행사다. 전양준 운영위원장은 "갈수록 지적 재산권이 중요시되고 젊은 세대 사이에선 모바일 플랫폼이 중요해지는 만큼 이곳에서 영화의 부가판권이 거래되는 최초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번 부산영화제에선 총 75개국 305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폐막작은 중국 여류 작가 래리 양 감독의 <산이 울다>이다. 상영작 중 세계 최초 상영에 해당하는 월드 프리미어는 121편, 자국 외 최초 상영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27편이다. 본격적인 행사는 오는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다.

부산국제영화제 강수연 이용관 BIFF 영화진흥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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