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나를 돌아봐>의 방송 장면

KBS 2TV <나를 돌아봐>의 방송 장면 ⓒ KBS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나를 돌아봐>의 최민수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제작진에 따르면 최민수는 촬영 중 외주제작사 PD와 다툼 끝에 폭행에 이르렀다. 이후 최민수는 해당 PD를 찾아가 사과했지만 결국 21일 방송에서 다시 한 번 사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처럼 재빠른 대응에도 여론은 부정적이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사과로 해결될 문제라고 보기 어려운 까닭은 최민수가 폭행을 하게 된 배경과 상황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며, 그동안 <나를 돌아봐>를 둘러싼 잡음이 지속해서 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 7월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부터 조영남과 김수미 간의 갈등이 불거지며 조영남의 프로그램 하차 의사 표명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들의 갈등 과정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일어난 일로 치부하기에는 충격적이었고, 그 파급력 또한 컸다. 조영남에 이어 김수미까지 프로그램 하차 및 연예활동 중단 의사를 밝히며 논란의 여파는 더욱 거세졌다.

그래도 조영남-김수미 갈등 논란은 비교적 잘 극복된 편이다. <나를 돌아봐> 제작진이 이들을 설득해 다시 불러들인 뒤 프로그램 안에서 또 한 번의 제작발표회를 열어 서로에게 사과하는 장면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한 것이다. 이 같은 장면은 예능적으로도 충분히 가치를 지니고 있기도 했다.

이를테면 "조영남-김수미 재혼하라"는 악플을 읽은 김수미가 조영남을 향해 "오빠, 나 어때? 나 요리 잘해"라며 "오빠가 죽으면 (조영남이 그린) 그림은 (윤)여정 언니 갖다줄 거야"라고 받아치는 장면은 웃음을 불러일으켰다. 심각한 갈등을 유머로 푼 것은 확실히 적절한 선택이었다. 논란을 그들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이용한 발상도 그만하면 자연스러웠다.

출연진의 캐릭터가 범상치 않다는 점 또한 <나를 돌아봐>가 진행될수록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수미와 조영남뿐 아니라 이경규, 박명수 등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은 확실히 프로그램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의외성을 만들어냈다.

강한 만큼 자극적이었고, 그 자극은 시청자를 불러 모으는 데 도움이 되었다. SBS 장수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의 독보적인 행보 속에서도 시청률은 6%대(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현재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들의 성적을 생각해 보자면 이는 안정적인 수치에 속한다.  

자극이 언제까지나 유효하리란 보장은 없다

'나를 돌아봐' 조영남, 김수미 지적에 자진하차 선언!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KBS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 제작발표회에서 조영남이 이경규와 조영남 분량이 가장 시청률이 안나온다는 김수미의 지적을 받은 뒤 자진하차하겠다는 선언을 하며 밖으로 나가려하자 윤고운 PD가 이를 말리고 있다. <나를 돌아봐>는 다른 사람이 되어 내가 했던 행동들을 똑같이 겪어보며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역지사지 자아성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24일 금요일 밤 9시 30분 첫 방송.

▲ '나를 돌아봐' 조영남, 김수미 지적에 자진하차 선언 지난달 열린 KBS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 제작발표회에서 조영남이 김수미의 지적을 받은 뒤 자진하차하겠다는 선언을 하며 밖으로 나가려하자 윤고운 PD가 이를 말리고 있다. ⓒ 이정민


그러나 조영남-김수미 간의 갈등을 넘어서 최민수의 폭행 시비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나를 돌아봐>에는 또 한 번의 악재가 닥친 듯하다. 이렇게 연이어 논란이 터진 것은 단순한 '자극성' 이상의 문제라 볼 수 있다. 이전과는 다르게 최민수 폭행 논란은 도덕성 문제를 뛰어넘어 법적인 책임까지 물을 수 있는 행위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둘러싼 잡음은 이미 조영남-김수미 갈등 때 퍼질 만큼 퍼졌다. 시청자가 용인하기 힘든 수준의 잡음은 더는 필요치 않다. 그런 면에서 최민수 폭행 논란은 <나를 돌아봐>엔 불필요한 잡음이다. 프로그램의 이미지를 더욱 저급하고 천박하게 만드는 불편함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단순히 잡음이 일어나는 게 <나를 돌아봐>가 가진 문제 전부라 볼 수도 없다. <나를 돌아봐>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잡음을 일으킨 조영남, 김수미, 최민수가 여전히 '갑'이라는 것이다. 조영남과 김수미의 경우 그들의 매니저가 된 이경규나 박명수가 두 사람을 '돌아보게' 만들어줄 만한 위치에 놓여 있지 않다. 매니저 역할을 맡은 최민수조차 FT아일랜드 이홍기의 매니저로서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기보단 상대방을 마음대로 하려고만 한다.

이 강력한 '갑'들 앞에서 상대방은 그들의 말을 거역하기 힘든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렇듯 이들의 행동이 '자아 성찰 리얼리티'라는 <나를 돌아봐> 자체의 이미지를 뒤흔들고 '하차 선언'이나 '폭행'을 통해 프로그램의 방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인식이 계속해서 생길 때, 시청자 입장에서도 <나를 돌아봐>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지우기 힘들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확실히 '막장'은 자극적이다. 따라서 이 같은 논란들이 일시적인 화제성을 불러올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자극이 언제까지나 유효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나를 돌아봐>가 막장극을 반복하는 것을 그만두고 제대로 된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뽑아내지 못하면, 이런 잡음에 프로그램이 매도되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것을 제작진은 알아야 할 것이다.

<나를 돌아봐>에 대한 인식이 더 나빠지기 전에, 출연진이 출연 여부를 떠나 진정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이 먼저 필요한 것은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entertainforu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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