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용팔이>의 티저 예고편 중

드라마 <용팔이>의 티저 예고편 중 ⓒ SBS


김태희가 누워 있다. 첫 방송 이후 4회가 지나기까지 잠들어 있었다. 회상 장면과 판타지 장면을 제외하곤 내내 그랬다. 그럼에도 그녀는 예뻤다.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독특한 세트와 미장센 안에서 김태희란 여배우는 빛을 발했다.

무엇보다 누워 있는 설정은 그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잠들어 있다. 아주 깊은 잠에. 그것도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오빠와 소수의 의료진에 의해 강제로!"

SBS 드라마 <용팔이> 홈페이지 속 한여진(김태희 분)의 소개 중 일부다. 한여진은 비련의 여주인공이다. 라이벌 재벌가의 아들과 사랑에 빠진 한신그룹 후계자 한여진은 배다른 오빠 한도준(조현재 분)의 계략에 빠져 '병원의 잠자는 공주' 신세로 전락했다.

그러던 와중에 '용팔이' 김태현(주원 분)이 한여진에게로 왔다. 한신병원 레지던트인 그는 12층 VIP 병동을 맡게 되면서 '영애' 한여진을 담당하게 됐다. 돈을 위해 조폭을 치료하는 '용팔이'로 살던 김태현. <용팔이>는 극 초반 김태현이 한여진의 '왕자'가 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며 적절한 '낚시'를 던져왔다.

극을 이끄는 건 '용팔이' 주원이지만, 작은 분량에도 한 축을 담당하며 호기심과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건 분명 '잠자는 공주' 김태희의 몫이다. 그런 김태희에게 극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도 전에 질타와 의심의 눈초리가 끼어든다. 이러한 목소리는 과연 온당할까?

누워만 있어야 하는 캐릭터 

 지난 7월 30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드라마스페셜 <용팔이> 제작발표회 당시 김태희

지난 7월 30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드라마스페셜 <용팔이> 제작발표회 당시 김태희 ⓒ 이정민


전국 시청률 16.3%(닐슨코리아 기준). <용팔이>가 4회 만에 이룬 성과다. 플랫폼 다변화에, 종편에, 케이블에 빼앗긴 시청률을 감안하면 업계에서 놀랄만한 수치인 것은 분명하다. 일단 관심과 찬사가 주원에게 쏠리고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의학드라마. 한국 시청자들, 의사 나오는 드라마 참 좋아한다. 대개는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로 흐르지만, <골든 타임>이나 <브레인>과 같은 수작이 출현하기도 한다. 주원이 자폐 3급과 서번트 증후군 판정을 받은 의사를 연기한 <굿닥터>는 미국의 한 제작사에 리메이크 판권을 팔기도 했다.

그 주원이 다시 수술 실력을 뽐내는 외과의를 연기하는 <용팔이>는 꽤 강력한 캐릭터를 구축하는 동시에 매회 불균질하면서도 흡입력 있는 에피소드를 쏟아내는 중이다. 조폭을 치료할 수밖에 없는 김태현과 타의에 의해 잠들게 된 한여진, 두 주인공을 설명하면서 화려한 자동차 경주장면을 선보인 1회부터 김태현이 12층에 당도하기까지를 그린 4회까지 두 주인공의 메인 드라마와 서브플롯을 흥미롭게 변주하고 있다. 

비록 김태현과 이 과장(정웅인 분) 등 몇몇 병원 식구들을 제외하고 꽤 많은 조·단역들이 아직 전형성을 답습하고 있지만, 이것이 12층에서 펼쳐질 두 주인공의 로맨스와 갈등의 전주라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를 견디게 하는 일등공신은 김태희가 연기하는 한여진의 흥미로운 설정이다. 종종 판타지가 섞인 장면에서 독백을 쏟아내고,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김태희의 연기는 색감과 조명이 강조된 화면에서 남다른 존재감으로 눈길을 잡아끈다.

다소 과장되고 극적인 톤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와 초반 설정이기에 연기력 운운하는 목소리도 그다지 설득력을 갖기 힘들어 보인다. 특히나 '잠자는 숲 속의 공주'라는 단단한 모티브야말로 김태희의 이미지와 결합, <용팔이>의 초반 관심도를 높이는 주요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웬 연기력 논란인가.

연기력 평가는 5회 이후여도 충분하다

 <용팔이>의 포스터

<용팔이>의 포스터 ⓒ SBS


연기력 논란으로 잡음을 내기에 여배우는 참으로 공격하기 쉬운 대상이다. 미드나 일드와 달리 개성적인 캐릭터를 받기도 쉽지 않다. 액션 연기 등 여타 요소로 평가받기는 더더욱 어렵다. 예뻐도 문제, 안 예쁘면 더 문제다. 그러면서 나이를 먹어가고, 대중은 쉬이 잊으며, 갈수록 맡을 수 있는 배역은 줄어든다. 신산스런 여배우의 삶이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4회까지 방영된 <용팔이>를 두고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을 운운하는 기사들은 안일하고 편협해 보일 수밖에 없다. 비단 시청률이 승승장구 중이라서가 아니다. 누구나 '한국식 명연기'를 펼칠 필요는 없다. 또 주말드라마에 등장하는 악다구니 연기가 명연기의 전부는 아니다. 여전히 스타성을 고수하는 여배우에게 쏟아지는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질타는 꼴사납기 짝이 없다.

평균적인 잣대나 진리와도 같은 기준도 없는 배우들의 연기력을 두고, 그것도 아직 본격적으로 캐릭터를 펼쳐 보이기도 전에 '발연기' 운운하는 평가를 가하는 일은 생산적이지 못할뿐더러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은 향후 주원과 본격적으로 맞부딪칠 5회 이후여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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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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