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그런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주로 우리는 간접적으로, 대중매체를 통해 그들을 만납니다. 그러기에 오해도 많고 가끔은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임을 잊기 쉽습니다. 동시대 예인들이 직접 쓰는 자신의 이야기, '오마이 스토리'를 선보입니다. [편집자말]
누군가 "너는 어떤 업보가 있기에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하는 자들 뒤에 가려진 조력자가 되었느냐"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알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던 짧은 기억입니다. 연재 제안을 받고 적지 않게 고민이 됐습니다. 보이는 직업이 아니고 스타는 더욱 아니니까요.

관객도 배우도 아닌 중간자의 입장에서 겪던 수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막연하게 이쪽 일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일련의 과정을 쉽게 전하고, 궁극적으론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지난 필름의 추억과 행복함을 나누고 싶습니다.

뭔지 모를 일에 야근하고 늘 바빠하는 동료들, 그리고 내 모자람을 채워주는 가족과 친구, 지인들에게 고마움과 함께 작은 사죄의 마음을 담고자 합니다. 잘 드러나진 않지만 담담한 흑백필름처럼 살아가는 작고 소박한 '야심녀'. 전 문화콘텐츠를 홍보하는 아담스페이스의 김은입니다. <김은 드림>

 과거 극장에서도 초대권이 나왔답니다.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초대권을 비롯한 여러 티켓들.

과거 극장에서도 초대권이 나왔답니다.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초대권을 비롯한 여러 티켓들. ⓒ 김은 제공


당신은 누군가에게 영화나 공연 등의 문화상품권을 선물받아본 적이 있는가? 공짜로 보여준다는 것은 남는 표를 그냥 뿌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제 많은 이들은 그것을 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가 적지 않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영화를 개봉하거나 공연, 전시 행사 등을 진행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있다.

"티켓 좀 줘~~."

그러나 업계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이젠 누군가에게 표를 선물한다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대규모 극장체인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초대권'이다. 과거엔 극장에도 초대권이 있었다. 그걸 가지고 극장에 가서 해당 작품의 좌석권으로 다시 교환할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실물 표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공연 예매, 누군가에겐 어려운 숙제가 된 요즘

대부분 작품의 예매는 언제부턴가 인터넷이나 모바일이 주된 통로가 됐다. 때문에 요즘엔 영화표를 선물하려면 복잡한 인터넷 예매번호를 줄 수밖에 없다. 이것을 사용하지 못하는 관객들에게는 어려운 숙제만 주게 되는 셈.

물론 특정 장소에서 한정적으로 상영되고 있는 무대공연과 전시 등은 공공연하게 초대권이 발행되기도 한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 온라인이나 SNS 이벤트를 통해 무료입장권을 나누어주고 있어 정작 누군가에게 문화상품을 선물하기가 이제 쉽지 않게 된 것이다.

얼마 전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개봉했을 때도 인터넷 예매번호의 형태로 친구들에게 선물하였으나 이를 활용해보지 않았던 지인들은 사용방법에 대해 다시 문의하기에 바빴고,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약간은 멋쩍은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제는 "티켓 좀 줘" 내지는 "영화 볼래? 티켓 줄까?"라는 말은 비현실적인 대화가 되어 버렸다.

예전 기억을 떠올려보면 초대권을 받는 것이야말로 또 다른 설렘이자 재미와 기쁨이었다. 상영 1시간 전에 미리 가서 소위 명당자리 관람을 위해 줄을 서기도 했고, 초대받은 사람들은 뜻밖의 경품을 선물로 받기도 했다. 초대권으로 공연을 보는 사람들은 무료로 공연을 보는 대신 공연 책자(팜플렛)를 구입해 주는 작은 미덕도 있었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이런 선물은 기억에 남을 소중한 추억이었다. 작품을 선물한다는 건 그것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나 감동을 주고받는 것이니 말이다.

표를 선물하는 마음은 여전히 변하지 않아요

 무대 공연에서도 초대권이 나오곤 하죠. 사진은 곧 영화로 관객들과 만날 < SMTOWN THE STAGE > 관련 행사입니다. 지난 8월 4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예 기획사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멋진 무대를 꾸며주었죠.

무대 공연에서도 초대권이 나오곤 하죠. 사진은 곧 영화로 관객들과 만날 < SMTOWN THE STAGE > 관련 행사입니다. 지난 8월 4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예 기획사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멋진 무대를 꾸며주었죠. ⓒ 아담스페이스


그러나 지금 누군가에게 영화나 공연, 전시를 선물하기 위해 대단한 노력과 귀찮음을 감수하려는 마음을 먹지 않으면 안된다. 쉽게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자주 들르는 채널을 통해 이벤트에 당첨되기를 바라는 게 더 쉬울 지도 모른다.

당신은 최근 영화나 공연을 선물하거나 선물받은 적이 있는가? 만약 선물했다면 당신은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며 큰 결심을 한 것이고, 만약 선물받았다면 당신은 예전보다 더 소중하고 귀한 것을 받은 것이다. 주는 사람의 시간과 공력, 작품의 감동까지도 함께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오마이스타'들이 직접 쓰는 나의 이야기 - 오마이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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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김은 대표는 한 광고대행사 AE(Account Executive)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나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상품 광고가 재미없다며 박차고 나왔다. 이후 1997년 단성사를 운영하던 영화사 (주)신도필름 기획실에 입사해 영화홍보마케팅을 시작했다. 지난 2009년 문화콘텐츠전문 홍보대행사 아담스페이스를 설립했다. 홍보하면서 야근 안 할 궁리, 여직원이 다수인 업계에서 연애하고 결혼할 궁리, 상업영화 말고 재밌는 걸 할 궁리 등을 해왔다. 지금까지 다른 회사가 안 해 본 것들을 직접 또는 소수 정예 직원들과 함께 실험 중이다.
김은 오마이스토리 영화 SM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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