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떠한 편견도 거부합니다."

MBC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의 MC 김성주는 매주 수차례 이 말을 반복한다. 바로 이 한마디에 <복면가왕>의 정체성이 담겨있으며, 여전히 자신만의 기준이나 편견에 사로잡혀 노래를 듣는 평가단과 시청자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방영된 2라운드 경연에서도 '웃는 얼굴에 수박씨'의 정체가 노을의 강균성으로 밝혀지자, 연예인 평가단은 일제히 "나온 사람이 또 나오는 법이 어디 있냐?"며 항의(?)했다. 한 번 출연했던 참가자의 경우 애초 추리의 대상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에 그들이 느꼈을 당혹감은 상당했다.

 지난 2일 방송에서 <복면가왕>에 재출연해 놀라움을 안겨준 노을의 강균성

지난 2일 방송에서 <복면가왕>에 재출연해 놀라움을 안겨준 노을의 강균성 ⓒ MBC


하지만 MC 김성주는 단호하게 말했다. "한 번 나온 사람이 또 나올 수 없다는 것 역시 편견이다. 우린 어떠한 편견도 거부한다. 나왔던 분이 또 나와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복면가왕>이 수개월 진행되는 동안 우리 안에 자리 잡은 편견을 상당 부분 되돌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편견이 싹 트고 있는 듯 보인다. 일부 시청자는 "한번 출연했던 참가자가 다시 나오는 것은 반칙"이라고까지 표현하는데, 이거야 말로 <복면가왕>에서 그토록 깨뜨리고 싶어 했던 지독한 편견이 아닐까 싶다. 애초에 정해진 룰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이런 편견에 사로잡혀 있던 것일까?

이뿐만이 아니다. '가왕'이라는 존재로 시선을 돌리면 더 많은 편견을 마주할 수 있다. 9대 가왕전이 펼쳐진 2일 방송의 경우, 지난 주 김연우를 꺾었던 이정이 새로운 도전자 '매운맛을 보여주마 고추아가씨'에게 가왕의 자리를 내주는 이변이 발생했다. 녹화 당일 목상태가 좋지 않았던 이정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이날 다크호스로 떠오른 '고추아가씨'가 더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이다.

그러자 일부 시청자는 '고추아가씨'가 과연 가왕의 자리에 오를 만한 '급'이 되느냐 부터 시작해서, '이정이 김연우를 이긴 것부터 말이 안 됐다'는 등의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또한 실력있는 가수들을 떨어뜨린 청중평가단을 향해 '막귀'라는 원색적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가왕에 오른지 2주 만에 왕좌를 내어준 가수 이정.

가왕에 오른지 2주 만에 왕좌를 내어준 가수 이정. ⓒ MBC


이쯤 되면 한 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가왕의 '급'이라는 것은 누가 만들었고, 그 기준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름 있는 가수만 '가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거나, 어떤 '급'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편견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복면을 쓰고 노래를 부를 이유 또한 없는 것이다.

'가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단 하나의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당일 평가단으로부터 더 많은 표를 받는 것이다. 김연우도, 이정도, 그리고 '고추아가씨'도 이 룰에 입각해 가왕에 올랐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여기에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과 같다.

실력 있는 가수가 떨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복면을 벗기 전까지는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결과론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서 청중 평가단을 향해 '막귀' 운운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이름 있는 가수는 무조건 올라가야 한다는 편견에 다름 아니다.

"우린 어떠한 편견도 거부합니다". 매주 단호하게 편견을 거부한다고 외치는 MC 김성주의 일갈이 계속되어야 할 이유는 바로 여전히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들에게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창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복면가왕 이정 강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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