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은 "최근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출연 계기로 코딱지 세대(2,30대)들하고 대화할 수 있어 기쁘다"며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싶은 감정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으로 주목을 받는 과정에서 김영만은 유명세에 따른 '상처'를 입었다. <마리텔> 제작진 역시 섭외 직후 김 원장이 방송 중 올라오는 실시간 악플에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부터 했다는 후문이다. '영맨' 김영만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29일 오후 충남 천안시 병천면 '아트오뜨'에서 만난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은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답했다. "우리 방에 올라오던 글은 어느 곳보다 깨끗했다"며 자랑스러워하기까지 했다.

열풍 오래 갈 거라 생각하지 않아... "양면성 인정해야"



- 이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거 같아요. 불특정 다수와의 소통 과정에서 몇 가지 상처 될 만한 일들(외제차 운전 지적 등)이 있었어요. 선생님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당연히 그런 문제가 나올 수 있겠죠. 난 잠깐 동안 힐링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관심이) 오래 가리라고 생각도 안 해요. 관심을 끄는 건 방송국의 몫 아니겠어요? 피디님이 결정할 일이죠. 적어도 저보단 넓게 볼 테니까요.

정치도 여당이 있으면 야당이 있고, 회사에도 선과 비선이 있어요. 인생살이가 다 그래. 내 마음에도 역시 좋은 마음과 나쁜 마음이 있고요. 좋은 게 이기면 좋지만 나쁜 마음이 이기면 나쁜 짓 하는 거죠. 악플 다는 분들 속에도 따지고 보면 분명 선한 게 있어요. 그런데 자기도 모르게 그걸 쓸 것이고, 뭔가 욕구 불만이 드러나는 거죠. 이건 누구도 못 막아요." 

- 선생님이 상처받을까 그게 가장 걱정이에요.
"그 전에 손 떼야죠. 뭐가 좋다고 계속 붙어 있어요. 그죠? 우리 나이 되면 마음에 묵직한 뭐가 있어요. 젊은 사람들은 감정에 쉽게 흔들리는 게 당연하지만, 난 괜찮습니다. 물론 심한 악플이 올라오면 긴장하겠죠. 아무리 도 닦고 수염이 긴 산신령도 그런 악플러는 아마 못 견딜 거예요. 그동안 쌓인 게 다 무너진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최근 하차한) 백주부님도 아마 힘들었을 거예요." 

- 많은 분들이 선생께 공감하고 있는데 혹시 이런 관심이 꺼지는 게 두렵진 않으세요?
"두려움이야 많죠. 제가 직접 하지 않은 얘기가 언론에서 좀 왜곡되기도 하고요." 

존경받는 어른 사라지는 시대... "영맨으로 쭉 살고 싶어"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은 최근 시청자들로부터 사랑 받는 것에 대해 "이 나이까지 살면서 이렇게 큰 감동 받은 적이 없었다"며 "돈주고도 못 사는 거다"고 말했다. ⓒ 유성호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은 "코딱지들이 힘들었던 만큼 부모들도 힘들었다"며 "서로 힘드니 말을 잘 안 하잖아요. 그 벽을 허물고 공감대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유성호


- 선생님에 대한 관심, 왜 이렇게 높은 걸까요. 혹시 생각해 보신 적 있는지요.
"평가라는 것, 내가 날 평가하는 게 아니라 남이 날 하는 거잖아요. 긍정적으로 봐요. 정치하는 사람이나 엄마, 아빠가 얘기 안 했던 걸 제가 했다는 거에 자부심은 있어요. 그리고 이 나이까지 살면서 그렇게 큰 감동 받은 적이 없었어요. 집사람과 결혼한 것과 애 낳은 거 빼고. 근데 나만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이런 큰 감동을 받았어요. 이 정도에서 만족하지 더 바라는 거 없어요.

또 코딱지 세대(2, 30대)들하고 대화했다는 거! 누가 제 나이에 이들과 이렇게 대화할 수 있겠어요. 교수도 정치인들도 혹은 아빠 엄마들도 쉽지 않거든요. 친구처럼 공감대가 생겼고, 그 속에서 그들의 현실을 봤어요. 많이 느꼈고 그게 감동이에요. 그 분들이 감동 받았다고 하는데 제가 더 많이 받았어요. 이건 죽을 때까지 간직할 감정이에요. 이건 돈 주고도 못 사. 단 하루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인데. 기네스북에 올라갈 걸요? 단 하루 이틀에 이런 감동 얻는 거."

- 존경받는 어른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예요. 이런 관심이 분명 하나의 분기점일 수 있는데 우리 '영맨'(<마리텔>에서 김영만의 별칭)님은 어떤 마음으로 사셨고, 살아 가실지요.
"내 이름이 영만이잖아요! 전에 미국 갔을 때예요. 지금은 입국 심사가 수월해졌지만 예전에는 엄청 깐깐하게 봤거든. 영문으로 Young-Man인데 얼굴은 늙어 보이니 계속 물어보는 거예요. 진짜 이름이냐고. (웃음) 아버지가 지어준 이 이름대로 살아야죠. 올드맨보다 영맨이 더 좋지 않아요?

사실 <마리텔> 처음에 작가님이 별명을 정하라고 해서 그 뭐냐 마법사 간달프 있잖아요. 그거 따와서 '김달프'로 할까 했어. 근데 같이 구경 온 재단 직원들이 영맨 하라고 해서 이리 됐지요.(웃음) 참 그리고 우리 코딱지들. 여러분이 힘들었던 만큼 부모들도 힘들었어요. 서로 힘드니 말을 잘 안 하잖아. 그 벽을 허물고 한 번 부모님께 가까이 가 봐요. 공감대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어요."

영맨과 함께 한 3분의 종이접기

인터뷰 말미. 우리 코딱지들을 대변해서 '이성의 마음을 혹할 수 있는 종이접기'를 알려 달라 부탁드렸다. 27년 된 선생님의 가위가 이리저리 움직일 걸 잠시 상상하며 숨을 고르는데 마음을 들켰다.

"쉬운 거야! 가위질 안 하는 걸로 해요!" 
"어이구! 잘 하네~! 이건 손톱보다 조금 작게 접어~"

약 3분 후 어느 새 완성된 건 엄마 공룡과 아기 공룡이었다. 차라리 여자친구를 접어달라고 할 걸. 이성의 마음을 사는 건 틀렸다! 하지만 얻은 건 따로 있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지긋이 바라봐 주고 응원하며 이끌어 준 선생이 있었다는 사실. 

인터뷰 후 작별인사를 하는 취재진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우리 영맨은 한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한 번 더 고개 숙여 인사하자, 그가 손 흔들며 환히 웃어 보였다.

[인터뷰 1] '마리텔' 김영만 "내 말에 감동? 미안했다 나는"
[인터뷰 2] 친구 주식 반토막 안 났다면, 종이접기 선생도 없었다

○ 편집ㅣ이정환 기자


김영만 마리텔 종이접기 어린이 악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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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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