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롯데, 팬들에게 존경받는 구단 되길" 이창원 롯데 자이언츠 신임 사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원내대표실을 찾아 심상정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선수 숙소에 설치된 CCTV 선수들을 사찰해 물의를 빚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구단 관계자들이 18일 롯데 자이언츠 구단의 CCTV 불법 선수 감시 문제를 제기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를 찾아 고개를 숙였다.   
이날 심상정 원내대표는 "프로야구 선수들은 개인이 아니고 개별 구단에 소속된 선수를 넘어서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공재"라며 "그런 관점에서 구단에서도 봐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프로야구는 지역이나 더 나아가서 국가 화합을 도모하고 공유된 가치를 창출하는 검증된 글로벌 컨텐츠이다"며 "롯데가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서 정말 어느 구단보다 선수들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팬들에게 존경받는 구단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이창원 롯데 자이언츠 신임 사장은 "팬들에게 심려를 많이 끼쳐 죄송하다. 하루 빨리 구단을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선수단에 미비점이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피고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겠다"고 다짐했다.

▲ 심상정 "롯데, 팬들에게 존경받는 구단 되길" 이창원 롯데 자이언츠 신임 사장이 지난 2014년 11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원내대표실을 찾아 심상정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선수 숙소에 설치된 CCTV 선수들을 사찰해 물의를 빚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구단 관계자들이 18일 롯데 자이언츠 구단의 CCTV 불법 선수 감시 문제를 제기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를 찾아 고개를 숙였다. ⓒ 유성호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는 CCTV 사건으로 엄청난 사회적 파문에 휩싸였다.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CCTV로 선수들을 감시하겠다는 구단 프런트의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많은 이들이 경악하고 분노해 마지 않았다. 구단은 결국 대대적인 프런트 물갈이와 함께 팬들 앞에서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올해 롯데는 새로운 논란에 휩싸였다. 팀 주전 선수의 부친이 병환으로 위독한 가운데, 해당 선수가 휴가를 요청했으나 감독이 이를 묵살했다는 것이다. 선수는 결국 경기 출전을 강행해야 했고, 뒤늦게야 병원을 찾아가 부친의 임종을 지킬 수 있었다. 몇몇 매체들의 보도 이후, 이 사건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팬들과 언론은 롯데 구단과 감독의 처사가 몰인정하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 두 개의 사건은 알고 보면 비슷한 연결고리를 지니고 있다. 바로 '인권'에 대한 개념이 실종된 폐쇄적인 한국 조직 문화의 현실이다.

'인권' 개념 사라진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

프로야구 제도 및 선수인권 실태 토론회 지난 2009년 6월 12일 오전,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국프로야구 제도 및 선수인권 실태 토론회'에서 권시형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프로야구 제도 및 선수인권 실태 토론회 지난 2009년 6월 12일 오전,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국프로야구 제도 및 선수인권 실태 토론회'에서 권시형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나마 CCTV 사찰 사건의 경우, 롯데에서만 벌어졌던 특수한 경우라고 한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조사 문제는 또 다르다. 단순히 해당 선수나 특정 구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프로야구 모든 구단과 지도자, 선수들 사이에서 언제든 흔하게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다. 이런 점에서 어쩌면 CCTV 사찰 사건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논란의 당사자인 선수는 '개인사'라면서 자신의 이름과 구단이 언급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입장이다. 당연한 반응이다. 직장과 가족 사이에서 난처할 수밖에 없는 게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이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다만 많은 팬과 언론이 이번 사건에서 주시한 것은, 단지 이 문제가 특정 선수와 구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프로야구계의 여전히 낮은 인권의식과 잘못된 관행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넓게는 집단의 이익과 형평성의 논리를 앞세워 개인의 희생을 작은 것으로 치부하는 한국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프로 스포츠 문화가 발달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선수들이 가족의 임종, 출산 등 경조사를 위하여 특별휴가를 얻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는 사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의 외국인 투수 타일러 클로이드는, 지난 6월 부인의 출산으로 구단에 요청해 특별휴가를 다녀왔다. 국내 구단들도 외국인 선수들의 경조사에 관한 휴가 신청에는 별다른 제약을 두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 선수들은 어떨까. 대다수의 국내 야구선수들이 개인 일정이나 가정사 문제에서 존중을 받지 못한다. 지도자들은 형평성이나 팀 운영을 핑계로 이런 희생을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번 롯데의 경조사 파문을 둘러싸고 많은 이들이 진정으로 놀란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다. 구성원 개개인의 인격과 권리보다는 집단의 이익과 승리라는 '결과중심주의'의 폐단이다.

한국프로야구, 보편적 인권 강조 흐름에 역행하나

롯데야구단 조사 착수하는 인권위 지난 2014년 11월 7일 서울 중구 무교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관계자가 홍보물 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 인권위는 롯데 야구단의 CC(폐쇄회로)TV 사찰 논란과 관련,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 롯데야구단 조사 착수하는 인권위 지난 2014년 11월 7일 서울 중구 무교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관계자가 홍보물 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 인권위는 롯데 야구단의 CC(폐쇄회로)TV 사찰 논란과 관련,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물론 팀을 위하여 개인 일정을 미루고 희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본인의 선택에 의한 미담이어야지, 구단이나 지도자의 강요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상황에서 선수가 온전히 경기에 출전한다고 해도, 자기 일에 집중할 수 있을까. 그런 선수에게 '정신력이 약하다'거나 '팀을 위한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선수들이 지도자가 된 후에도 똑같은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가정은 우리 사회의 필수적인 구성요소다. 많은 선수에게, 가족의 존재 자체가 바로 야구를 계속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랑하는 가족의 경조사조차도 챙기지 못하고 오직 팀을 위한 희생을 강요받는 선수에게, 과연 야구에 대한 순수한 애정과 책임감을 기대할 수 있을까.

과거 가족의 출산이나 제사 문제로 인하여 잠시 시간이 필요하다는 선수에게 욕을 하고 '야구 인생이 끝나고 싶냐?'고 협박했다는 어느 유명 지도자의 이야기가 있다. 이런 풍문이 먼 나라나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21세기 한국 사회에서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더 무섭다. 사실 야구만이 아니라 지금도 한국의 기업이나 조직 문화에서 '개인사'를 이유로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하기 힘든 분위기가 남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사회 분위기나 제도적으로는 점차 개인의 상황과 인권을 점점 존중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이 사건은 결코 특정인이나 구단을 향하여 몰인정하다고 손가락질하는 선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시대는 점차 보편적 인권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변화하고 있고, 야구계도 예외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외국인 선수에게도 보장하는 기본적인 권리는 정작 국내 선수들이 누리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가족의 경조사에 관해서는 적어도 선수의 입장과 의지가 전적으로 반영되어야 하고, 이로 인하여 구단이나 지도자로부터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는 제도적 규정이 도입되어야 한다. 기본적인 인식의 전환 없이 이런 그릇된 풍토를 야구계 관행으로만 방치한다면 10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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