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TV 드라마 <어셈블리>의 한 장면.

KBS2TV 드라마 <어셈블리>의 한 장면. ⓒ KBS


지난 22일 방송된 KBS 새 수목드라마 <어셈블리>(극본 정현민, 연출 황인혁) 3회 분은 5.2%의 전국 시청률(닐슨 코리아 기준)을 기록했다. 2회 보다 0.5%p 상승한 수치로 1회 방송 때 수준으로 회복한 상황이다. 동시간대 방송된 MBC <밤을 걷는 선비>는 7.8%의 시청률을, SBS <가면>은 12.4%의 시청률을 각각 기록했다.

흡입력 있는 구성과 연출,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어셈블리>는 여전히 저조한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앞에서 언급된 이 드라마의 안정된 기반은 추후 시청률 상승을 기대케 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권선징악의 이야기가 아니다. 드라마의 기획의도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해고 노동자의 삶을 살아가는 진상필(정재영 분)을 통해 정글 같은 세상, 그 속의 사람과 정치의 중요성을 국회라는 입법기관을 통해 그려주려 하고 있다. 각 등장인물들의 팍팍한 삶 속에서도 사람 사는 세상이 되기 위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비극의 삶 사는 인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들

드라마는 백도현(장현성 분), 박춘섭(박영규 분), 홍찬미(김서형 분)등을 통해 거대한 암투가 가득한 정치판을 그린다. 이 가혹한 정글에서 가혹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도 보여준다. 정리해고 3년차 실직가장인 진상필과 배달수(손병호 분)등의 해고 노동자들. 정치평론가로 정치판을 기웃거리지만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최인경(송윤아 분), 계부 밑에서 자라면서 친부(배달수 분)를 아버지라 부르는 김규환(옥택연 분) 등이다.

제목인 '어셈블리'는 입법기관을 뜻하는 단어다. 제목대로 이야기는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정치인의 모습과 거기에 얽매어 있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해고되거나 사업이 망하기 직전이거나, 너무 취업이 안돼서 '차라리 해고 당하는 게 꿈'이라고 말해야 하는 잔인한 현실에 서 있다.

"우리는 사과도 모자라서 매일 빌고 살아요. 빚쟁이한테 빌고, 전기, 수도를 끊지 말아달라고 빌고, 이혼하자는 마누라한테 빌고, 공납금 달라는 애들한테도 빕니다!"

판사에게 법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라고 요구하는 해고 노동자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현실을 거칠게 토해낸다. 거칠고 가혹한 사회의 울타리 속에서 자신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을 드러낸다.

동시에 드라마는 하나의 단서를 던진다. 진상필이 여권 후보로 보궐선거에 나가기로 하자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회사와의 타협이 성사된다. 나약하고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개개인에게 정치가 무언가를 해줄 수도 있다는 시각을 살짝 보여준 셈이다.

가장 무관심한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정치였다

 KBS2TV 드라마 <어셈블리>의 한 장면.

KBS2TV 드라마 <어셈블리>의 한 장면. ⓒ KBS


"여자분들 정치 싫어하시잖아요? 왜 여자는 정치를 싫어한다고 생각하죠?"

드라마는 극중 최인경과 대리운전을 맡은 김규환을 통해 직설적으로 설명한다. 가장 정치에 무관심한 계층을 단순화해 지적한다. 청년실업자들과 여성들의 현실을 단적으로 묘사한다. 저성장, 불경기의 상황에서 늘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이들이다. 그들의 삶에 가장 많은 관여를 하고,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치지만 해고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정치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아낸다.

배신자 소리를 들으며 야당이 아닌 여당 후보로 당선된 진상필. 그 순간 그가 가장 좋아했던 형 배달수는 크레인 위에서 몸을 던진다. 과연 누가 올바른 삶의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인가? 어떤 모습으로든지 끝까지 싸우려는 사람과 올바른 길이 아니면 타협하지 않는 사람. 과연 누가 올바른 것인가?

"인생과 정치의 공통점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정답이 없다는 겁니다. 오직 선택만이 있을 뿐이죠. 그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게 인생이고 정치입니다. "

백도현은 진상필을 통해 우리에게 조언한다. 적어도 하나는 맞는 듯하다. 정답이 없기에 정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말이다. 적어도 뛰어내리는 배달수가 되면 안 되는 것이다. 끝까지 싸우는 배달수가 되어 올바른 길을 만드는 게 인생이고 정치다. 그 메시지를 극적으로 그려낸다.

"지옥 같은 세상을 구원하려고 만들어진 게 정치"

벼랑 끝에 몰린 삶 때문에 정치에 무관심해진 것이 먼저인지, 정치에 무관심해서 현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몰려간 것인지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현실 정치에 점점 관심을 거두는 순간 우리의 삶은 더욱 벼랑 끝으로 몰려갈 것이다.

배달수와 같이 목숨을 걸며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나라가 보상해주는 것은 없다. 오히려 무관심과 폭거로 맞설 뿐이다. 허망하게 죽은 달수 뒤로 정치인 진상필이 남았다. 그런 진상필에게 최인경이 조언한다.

"지옥 같은 세상을 신이 아닌 인간의 힘으로 구원하려고 만들어진 게 정치입니다."

가족에게 버려지고, 사회에게 버려지고, 스스로에게 버려지고, 결국 더 이상 땅바닥에 발 디딜 곳이 없어 자신을 던져야 하는 배달수. 그와 닮은 가혹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정치인 진상필은 해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기 미디어리포트에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어셈블리 정재영 송윤아 박영규 김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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