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오 나의 귀신님>에 출연 중인 배우 임주환, 김슬기, 박보영, 조정석(왼쪽부터)

tvN <오 나의 귀신님>에 출연 중인 배우 임주환, 김슬기, 박보영, 조정석(왼쪽부터) ⓒ CJ E&M


생김새도, 나이도 다른 박보영과 김슬기가 이토록 비슷한 모습을 보여줄 줄은 짐작하기 어려웠다.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서 죽음의 비밀을 간직한 처녀 귀신 신순애(김슬기 분)로, 또 신순애와 딱 맞는 영혼의 주파수 덕분에 소심한 본모습과 활발하고 애교 넘치는 빙의 상태를 넘나드는 나봉선(박보영 분)으로 각각 분한 이들은 드라마의 인기를 이끈 1등 공신들이다.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같이 연기하는 신이 많지 않아 방송을 보며 서로를 연구하고 있다"며 비결부터 전했다. 김슬기는 박보영을 두고 "나도 놀랄 정도로 정말 비슷한데 이제 나를 능가하는 것 같다"며 "내가 100%라면 박보영은 110% 정도 하고 있는데, 박보영의 연기를 보며 '이제 나는 뭘 해먹고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고, 박보영은 "김슬기가 내 연기를 미리 보고, 손동작을 많이 쓰는 내 버릇을 (연기에) 많이 활용해 주더라"며 "나도 방송을 보며 뛰는 모습 같은 것들은 똑같이 해 보려 노력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연기가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니라고. 박보영은 "몸에 스위치가 있어서 (빙의 상태의) 스위치를 켰다가 껐다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고충을 토로했고, 김슬기는 "슛 들어가기 전까지 다른 분들은 다 모여 있는데 나만 혼자 있어야 하고, 슛 들어가도 나 혼자 대화하지 다른 분들은 받아주시지 못해 정말 많이 외롭다"며 "누군가 죽어서 귀신이 되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tvN <오 나의 귀신님>에 출연 중인 배우 김슬기

tvN <오 나의 귀신님>에 출연 중인 배우 김슬기 ⓒ CJ E&M


나봉선의 조용한 순정과 신순애의 달뜬 구애를 한 몸에 받는 스타 셰프 강선우 역의 조정석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는 '츤데레'(상대방에게 겉으로는 차가운 태도를 취하지만, 속으로는 마음을 쓰는 사람을 이르는 인터넷 조어-기자 주)와 같은 모습을 지닌 강선우는 상대 배우 박보영이 "매력이 넘쳐 순애로서 들이대는 게 전혀 힘들지 않은" 인물이다.

특히 신순애가 빙의된 나봉선과의 호흡에선 코믹한 면도 돋보인다. 이 같은 호평에 조정석은 "워낙 코미디를 좋아하는 데다, 보는 분들도 재밌게 봐주셨으면 한다는 마음으로 연기하는 것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봉선의 애교에 넘어가지 않는 순간을 꼽는 것이 힘들다. (박보영이) 실제로는 애교가 없다는 게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애교가 넘친다"며 "밀어내는 건 정말 '메소드' 연기다. 정말 힘들어서 입장을 바꿔 놓고 이야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는 말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악귀에 씌인 것인지, 그저 사이코패스로 태어난 것인지 짐작할 수 없는 최성재 역의 임주환은 많은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던 제작발표회 당시를 회상했다. "답을 던져 놓는 것보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가급적 (정체를) 숨기려 했다"는 그는 "그때 (캐릭터를) 설명했다면 (시청자가) 최성재에 대한 궁금증을 지금만큼 갖고 계실까 싶다"며 "지금도 작가님이 언질을 주신 것이 없어 아는 게 별로 없다. 아직도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답을 내리기보단 가능성을 많이 열어두려 한다"고 강조했다.

'오 나의 귀신님' 유제원 PD가 전한 6회 엔딩의 '비밀'

 tvN <오 나의 귀신님>에 출연 중인 배우 박보영과 조정석

tvN <오 나의 귀신님>에 출연 중인 배우 박보영과 조정석 ⓒ CJ E&M


지난 주 방송된 6회 말미, 나봉선에게 빙의한 신순애는 강선우와 메밀전을 먹으러 갈 생각에 한껏 치장하고 길을 나서다 자신을 잡으려 하는 무당 서빙고(이정은 분)와 추격전을 벌였다. 결국 한참을 기다리던 강선우가 마주한 것은 예쁜 모습으로 나타난, 하지만 신순애가 벗어난 '진짜' 나봉선이었다. 연출자인 유제원 PD에 따르면 이 장면은 앞으로의 전개에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6회 엔딩은 강선우가 나봉선이라는 사람을 처음 본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유 PD는 "(강선우가) 신순애로 인해 비로소 나봉선을 보게 된 거다. (레스토랑에서의 상하관계를 떠나) 강선우와 나봉선으로서 처음 만난 것이기도 하다"고 이 장면을 해석했다. 이어 그는 "앞으론 (강선우가) 나봉선을 신순애로 인해 보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강선우가 신순애에게 빙의된 나봉선에게 묘한 호감을 느끼면서 귀신과 두 인간의 미묘한 삼각관계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빙의되지 않은 상태의 나봉선과 강선우가 블로그를 통해 교감을 쌓아가는 모습, 그리고 벽을 사이에 두고 나봉선이 강선우와 같은 음악을 듣는 모습 등을 통해 착실히 두 사람의 감정 교류에도 힘을 안배하고 있다.

 tvN <오 나의 귀신님>에 출연 중인 배우 임주환

tvN <오 나의 귀신님>에 출연 중인 배우 임주환 ⓒ CJ E&M


이를 두고 "작가님과 기획 초반부터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기획을 많이 했다. 이 부분이 잘 반영되는 것 같다"고 평한 유 PD는 "결국 강선우의 관점에서 감정선을 끌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각각의 감정이 다 있겠지만, '강선우가 진짜 좋아했던 것은 누구인가' '강선우가 지금 좋아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등을 연출할 때 생각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박보영 역시 "신순애와 나봉선 모두 소중한 캐릭터고, 둘 다 사랑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며 앞으로는 (시청자가) 우려했던 것이 조금은 풀릴 만한 이야기가 등장한다"고 귀띔했다.

"나봉선에게 신순애가 들어와 강선우에게 들이대는 모습이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기도 하지만, 그런 모습이 반복되다 보면 피로감이 들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첫 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건 신순애가 들어와서 나봉선을 성장시켜 가는 모습이에요.

처음 기획할 때부터 이 드라마의 본질은 빙의된 사람을 통해 그 사람도 변하고, 주변 인물도 변화하고, 결국 소규모의 사회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것이었어요. 앞으로는 캐릭터나 스토리에서 변화가 있을 겁니다." (유제원 PD)

한편 <오 나의 귀신님>은 매주 금, 토요일 오후 8시 30분에 방영된다.

○ 편집ㅣ이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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