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그런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주로 우리는 간접적으로, 대중매체를 통해 그들을 만납니다. 그러기에 오해도 많고 가끔은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임을 잊기 쉽습니다. 동시대 예인들이 직접 쓰는 자신의 이야기, '오마이 스토리'를 선보입니다. <편집자말> [편집자말]
꿈이라기엔 막연해 보였던, 그저 한때 스쳐 지나가는 건 줄 알았던 게 인생의 전부가 되는 일이 있습니다. 사람들 앞에 끊임없이 자신을 세워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은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방황하는 지망생과 현실을 살아가는 직업인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꿈과 의리를 지켜내며 한 걸음씩 나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합니다. <배우 최윤영 드림>

 2008년 KBS 21기 공채 탤런트 기자간담회가 열리기 직전의 현장.

2008년 KBS 21기 공채 탤런트 기자간담회가 열리기 직전의 현장. ⓒ 최윤영 제공


'제 21기 KBS 공채 탤런트 모집!'

KBS에서 5년 만에 공채제도가 부활했다. 공채가 5년간 없던 이유는 달라진 연기 환경 때문이었다. 예전엔 거의 모든 연기자들이 방송3사 공채탤런트로 데뷔했지만 대형기획사들이 등장하면서 공채가 서서히 의미를 잃었다. 데뷔 시스템이 바뀐 환경에서 오랜만에 다시 부활한 이 오디션이 과연 연기자 지망생들에게 얼마나 많은 기회를 줄 수 있을지 다들 우려했지만, 나처럼 데뷔할 길을 찾지 못한 사람이 참 많았나 보다. 당시(2008년) 응시자는 무려 4000명! 175:1의 경쟁률이었다.

거대한 오디션 장에 들어서니 고등학교 입시 때가 생각났다. 나보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이 전부 모여 있는 것 같은 이 상황, 하지만 어쩌랴. 난 이미 그런 상황을 한 번 뚫고 온 사람인 걸. 고등학교 입시 시절의 경험으로 난 여유 있게 오디션에 임할 수 있었다.

고대했던 공채의 기회...나만의 장점 살려 집중

 KBS 21기 공채 동기들과 함께. 손현주 선배의 특강을 들은 후 단체 사진!

KBS 21기 공채 동기들과 함께. 손현주 선배의 특강을 들은 후 단체 사진! ⓒ 최윤영 제공


시험장에 모인 응시자들은 각각 특별한 자신을 뽐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그 사이에 섞여있던 나도 눈치를 보며 저들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했고, 초등학교 때부터 갈고 닦은 춤과 전공인 연기를 접목시켜 뮤지컬 연기를 선보였다.

중요한 경쟁의 상황에서 날 특별하게 해주는 건 특이하게도 항상 '춤'이었다. 물론 가수는 아니지만 춤이 내 인생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톡톡히 해 준 건 분명하다. 덕분에 난 몇 차례의 오디션 과정에서 살아남아 대망의 최종 오디션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최종 오디션 공통과제로 지정연기 대본이 주어졌다. 남자 대사 2가지, 여자 대사 2가지 총 4개의 독백 대사였다. 다른 예쁜 여자 분들이 많았기에 나만이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고, 예쁘게 무난하게 대사하고 내려가는 것보다는 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기로 결정했다.

당시에 내 머리스타일이 보이시한 (짧은) 상태여서 남자 대사를 읽어봤는데 응? 의외로 입에 착 붙는 거다. 연습시간은 대사에 등장하는 한 남자의 직업, 즉 짜장면 배달부를 어떻게 더 진짜처럼 표현할 수 있을 지에만 집중했다.

나만의 무기를 장착한 뒤 최종 오디션 무대 위로 올라갔는데 박근형 선생님을 비롯한 드라마 국장님, 유명한 PD님들까지...그야말로 대단한 분들이 한 눈에 보였다. 사람을 평가할 때 첫인상 1분이 모든 걸 결정한다는 내 지론을 믿고 기죽지 않으려 한 분 한 분 똑바로 눈을 맞추고 여유 있게 웃었다. (물론 내 기억이다) 그리곤 무대 위에서 익숙해지기 위해, 모두 나를 집중할 때까지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 '쟤가 왜 아무것도 안하지?' 하고 의아해 하실 때 쯤 극단에서 배운 큰 발성으로 인사를 한 뒤 연기를 시작했다.

예상치 못했던 결과...진짜 시작은 그 다음이었다

 2008년 공채 합격 당시 촬영한 프로필 사진.

2008년 공채 합격 당시 촬영한 프로필 사진. ⓒ 최윤영 제공

"짜장면 시키신 부운~~~!!"

무사히 준비한 연기를 끝내고 멍해졌다. 한 심사위원 분이 다른 대사를 시키셨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집중을 못하고 버벅거렸다.

결국 대사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무대를 내려왔는데 다른 응시자들과는 달리 나에겐 질문이 하나도 없었다는 걸 깨닫곤 절망했다. 고등학교 입시 때와 같은 기분으로 방송국을 나오며, 극단으로 돌아가 다시 열심히 하겠노라 눈물을 머금고 다짐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전화가 한통 왔다. 합격 전화였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게 너무 놀라 길 한복판에서 소리를 질렀다. 오 마이 갓!

언제 절망했는지 모를 정도로 다시 찾아 온 자신감과 함께 공채 연수생활을 시작했다. 드디어 나에게 본격적인 방송 데뷔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이제 앞으로 내 연기 인생은 탄탄대로, 모든 게 수월할거라 생각했다. '스타'가 될 거라는 막연한 환상에도 한껏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것이 착각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최윤영의 '나의 꿈 나의 의리' 5편으로 이어집니다.

'오마이스타'들이 직접 쓰는 나의 이야기 - 오마이스토리

[최윤영 '나의 꿈 나의 의리' 3편] 경찰에게 싹싹 빌고...어느 여배우의 과거
[최윤영 '나의 꿈 나의 의리' 2편] 일산에서 '한미모'했던 나, 무서운 선배 만나 '엉엉'
[최윤영 '나의 꿈 나의 의리' 1편] 초등학교 동창, 김준수와 은혁 사진 보실래요?

덧붙이는 글 최윤영은 2008년 KBS 21기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내 딸 서영이> <고양이는 있다> 등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고, 영화 <코리아> <무서운 이야기> <그댄 나의 뱀파이어> 등에 출연하며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최윤영 KBS 탤런트 오마이스토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