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른 사람의 옷차림이나 먹거리 취향 등에 대해 논할라치면 어김없이 날아오는 말이 있다. 바로 "취존!"이다. '취향 존중'의 준말인데, 남의 일에 사사건건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곤 하는 것에 대한 일침이 되겠다.

그런데, '먹방'에서 여러 사람이 찌개 등, 국물이 있는 공동의 음식을 각자의 숟가락으로 계속 떠먹는 행동. 이런 건 어떻게 봐야 할까? 그것 또한 여전히 '취존'의 문제일까? 요즘 인기가 뜨거운 <집밥 백선생>을 예로 들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침'이 뭐 어떠냐고? 지엽적으로 보이지만 짚어 볼 문제 

'집밥 백선생' 공식 포스터

▲ '집밥 백선생' 공식 포스터 ⓒ CJ E&M


타인의 취향, 행동 등에 참견하는 것을 우리의 '정 문화'라고 얘기하는 이들이 있다. 그것에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주는 좋은 일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지기도 한다. 반면, 그에 반박하는 측은 그것은 순전히 '정'을 가장한 '오지랖'일 뿐이며, 자신의 기준으로 다른 이들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어쨌든 요즘은 다른 사람의 생각, 행동을 타인이 멋대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보다 발전된 생각으로 여겨지고 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먹는 모습에 대한 지적은 어떨까. 공동의 국자, 개인 접시 없이 각자의 수저로 국물 음식을 떠먹는 것에 대한 갑론을박은 이런 문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사실 이에 대한 비판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집밥 백선생>의 예를 들기는 하지만, 그것은 여태까지의 거의 모든 먹방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여타의 프로그램들에서 조금 달라지는가 싶더니, 어찌된 일인지 인기의 정점에 있는 <집밥 백선생>에서는 한층 심화(?)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거, 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뭘 그리 예민해?", 혹은 "너나 잘해!" 할 수도 있는 다른 분
야와는 달리, 음식 문화에는 '위생'이라는 매우 민감한 문제가 걸려 있으니 말이다.

"웬 잔소리? 꼭 봐야겠기에 그렇습니다."

'집밥 백선생' 국물 음식을 나눠 먹는 오손도손한 모습.

▲ '집밥 백선생' 국물 음식을 나눠 먹는 오손도손한 모습. ⓒ CJ E&M


침이 음식 소화를 위한 첫 번째 관문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 유용함에 대해서야 다들 익히 알고 있다지만, 침은 막상 사람의 입 바깥으로 나오게 되면 그리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다. '침 튀기며 말한다', '침을 흘린다' 등등, 평가도 그리 후하지 않다. 특히 '침 발라놓다'는 사물에 대해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불허한다는 매우 강력한(!) 표현이기도 하다.

검색한 결과, 침에는 알파아밀라아제 같은 효소 외에도 여러 항균물질들이 들어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것들에 대해 자세히 알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그것을 몰라도 침이 음식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침의 힘은 매우 강력한데, 팥죽이나 찹쌀이 주재료인 음식 등은 침과 섞이게 되면 바로 삭아 물이 생겨버린다. 그런 일들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집밥 백선생>의 패널들의 숟가락에 묻어있을 침에 대해 불쾌한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국물에 두루 섞이는 광경은 평소 비위가 좋다 자부하는 사람들일지라도 유쾌히 넘기기 쉬운 일은 아닐 듯하다.

남이 옷을 어떻게 입건, 사는 집의 인테리어가 어떻건, 화장을 어떻게 했건 별로 중요한 것도 신경 쓸 일도 아니지만, 국물을 같이 떠먹는 모습을 보는 건 분명 누군가에겐 '테러'가 될 수도 있다. 감염 우려가 있는 병 같은 얘기는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물론 그것은 <집밥 백선생>만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집밥 백선생>에서 만들어지는 음식의 양은 그야말로 방대(!)하다. 그 양은 백종원과 김구라, 윤상, 박정철, 손호준 등, 다섯 명의 장정들이 모두 소화해낼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그러므로 추후 제작진까지 가세하게 될 터인데, 이미 패널들이 '침 발라놓은' 음식을 다시금 나눠먹으리라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많은 시청자들의 속을 메슥거리게 만들 수도 있다.
그것을 취향의 문제일 뿐이라며 외면한다면 조금 곤란하다. 그것은 취향을 넘어서 위생의 문제이기도 하니까. '침 묻은 숟가락 신공'은 다양한 레시피로 '백주부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 프로그램에서 거의 유일한(!) 옥에 티다.

잔소리가 길었다. 어쨌든, 누군가 "별 것도 아닌 걸 뭘 그리 심각하게 사설을 늘어놓느냐", "꼰대 짓 좀 그만 하라", 혹은 "안보면 그만이지 웬 잔소리냐"라고 한다면, "먹고 사는 것처럼 중요한 것이 어디 있다고!"라고 변명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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