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자녀가 국내의 의료기술을 모두 동원해도 살리기 힘든 병을 앓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해외에 나가서 고칠 방법이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질병을 고치는데 돈이 적게 들리는 없다. 또한 현지에서 누군가가 치료비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기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백혈병을 앓다가 다른 나라의 의술에 기대를 걸어야 했던 한 몽골 아이에게는 기적이 일어났다. 국적이 다른 백혈병환자단체가 적극적으로 치료비 모금 캠페인을 벌였고, 인기 연예인이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 덕분에 아이는 건강한 모습으로 살고 있다. 오늘 그 기적의 주인공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인연의 시작을 알렸다.

 한국백혈병환우회 13주년 창립기념식에서 홍보대사로 위촉된 구혜선 씨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13주년 창립기념식에서 홍보대사로 위촉된 구혜선 씨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모든 순간에 진심이고 싶어요"

지난 7월 2일 오후 3시 종로 '엠스퀘어'에서 한국백혈병환우회 13주년 기념식과 함께 연예인 구혜선씨가 한국백혈병환우회의 새로운 홍보대사가 되는 위촉식이 열렸다.

구혜선씨와 백혈병환우회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녀의 홍보대사 위촉은 4년 전 몽골에서 온 네 살배기 백혈병 아이 서드커(8세)를 살리기 위해 이룬 기적에서부터 시작했다. 그 후에도 자발적으로 백혈병환우들을 돕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그녀는 백혈병환우들의 기억 속에 고마운 존재로 남아있다.

위촉식 무대에 선 구혜선씨는 "헤어진 지 오래됐지만 마음 한 켠에 계속 서드커가 있었습니다. 서드커 덕분에 힘들어하는 백혈병 환우들을 알게 됐어요. 홍보대사로서 활동할 때 모든 순간 진심이고 싶어요. 부끄럽지 않도록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홍보대사로서 활동 각오를 밝혔다.

또 지금까지 구혜선씨가 백혈병 환우들을 위해 헌신해 온 모습들이 영상으로 소개됐다. 백혈병환우회와의 인연의 끈이 되었던 서드커의 현재 모습도 나왔다. 서드커의 가족은 치료의 기회를 준 대한민국, 특히 구혜선 씨와 백혈병환우회에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현재의 건강한 서드커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내왔다.

서드커에게 희망이라고는 '대한민국' 밖에 없었다.

 이대목동 병원에 입원해 있는 서드커.

이대목동 병원에 입원해 있는 서드커.ⓒ 한국백혈병환우회


몽골에서 건강한 남자아이로 태어난 서드커는 2010년 12월 10일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서드커의 부모가 처음 아이의 병명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몽골 내 병원들의 의학수준으로는 고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서드커의 부모는 백혈병 치료기술이 우수한 한국에서 치료를 받으라는 의사의 조언을 들었지만 선뜻 실행에 옮길 수가 없었다. 백혈병 치료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은 단지 몽골에서 평범한 요리사로 일하는 서드커의 아버지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문제였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담당의사에게 "서드커의 생명이 이대로 가면 두 달 남짓 남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더 이상 서드커의 부모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한국에 서드커를 치료해줄 수 있는 병원을 물색하기 시작했고 처음으로 2011년 2월 23일 한국의 한 대학병원에서 답변이 왔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백혈병 치료하는데 6천만 원 원 정도가 있으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몽골인들이 입국 후 무단 취업을 하는 것을 우려하는 한국대사관의 까다로운 입국 절차도 병원에서 치료를 위해 보낸 초대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서드커의 부모는 그 때부터 치료비 마련을 위한 적극적인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의외로 먼 곳이 아니라 서드커 가족의 주변에서부터 도움의 손길이 다가왔다. 서드커의 아버지가 일하고 있는 회사와 회사 동료들, 교회 신도들, 친척들까지 돈을 모아서 보내주었다. 그러면서 서드커를 위한 모금활동은 점점 규모가 커졌다.

'서드커닷컴'이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해 서드커의 사연을 알리고 전 세계에서 치료비를 모금하기 시작했다. 또 몽골의 공중파 TV와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면서 몽골 전역에서 서드커의 긴급한 상황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후원을 하겠다는 몽골의 연예인들과 한국행 비행기표를 제공하겠다는 항공사까지 나타났다.

이러한 후원으로 들어온 돈이 서서히 쌓이자 서드커의 부모는 한국대사관에 가서 한국 비자를 발급받으려 했다. 자신있게 한국의 한 대학병원 초대장을 내밀었을 때 대사관측에서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했다.

"당신들을 한국에 보내줄 수는 없습니다. 서드커 외에도 백혈병 환자들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굳이 치료를 하는데 온가족이 다 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즉 서드커의 치료비 전액과 치료기간 동안 가족이 한국에 거주할 수 있는 돈이 모두 준비되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좌절될 것 같았던 한국 입국의 꿈은 몽골 정치인과 보건당국이 공식적으로 대사관측에 서드커 가족의 한국 입국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을 하면서 해결됐다. 그리고 2011년 4월 10일 서드커와 그 가족은 드디어 한국 땅을 밟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시련은 끝이 아니었다.

그들이 한국의 대학병원으로부터 들었던 백혈병 치료비 '6천만 원'은 알고 보니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내국민의 경우이고 서드커와 같이 치료목적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의 경우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서드커의 치료비는 총 1억 2천만 원이 필요했다. 6천만 원이라는 거금이 모자라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는 몽골에서의 도움도 한계에 다다랐다. 더 이상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예상치 못한 반전, 대한민국 국민들의 적극적인 도움

하지만 그때 우리나라에서 서드커의 소식을 접하고 처음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의사가 있었다. 바로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유경하 의사다. 차후 성금을 모아 치료비를 내기로 하고 먼저 서드커에게 항암치료와 골수이식을 시켜주기로 한 것이다. 치료비를 모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던 서드커에게는 매우 파격적인 조치였고 두 차례의 항암치료에 이어 2011년 10월 11일 오전 11시 무균실에서 서드커는 꿈에 그리던 골수 이식을 받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백혈병환우회가 서드커 돕기에 나서면서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백혈병 환자와 환자가족 그리고 이들을 자원봉사와 후원금으로 돕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가 생명의 버팀목이 되어 함께 백혈병을 이겨내고 있는 NGO환자단체다.

 구혜선 씨는 서드커의 사연을 접한 후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치료비 후원 동참을 부탁했다.

구혜선 씨는 서드커의 사연을 접한 후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치료비 후원 동참을 부탁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백혈병환우회는 서드커의 골수이식이 있었던 날부터 '식사 한끼 비용을 서드커 치료비로 기부하자'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각종 SNS를 통해 서드커의 안타까운 소식을 우리나라에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 소식은 연예인 구혜선씨의 트위터로도 전달되었고 그녀가 리트윗을 하고부터는 그녀의 팬을 비롯한 국내 수십만 명에게 서드커의 사연이 퍼지면서 치료 성금은 급속도로 모이기 시작했다. 구혜선 씨가 병원에서 투병 중인 서드커를 찾아가 격려하면서 성금이 모이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기적적으로 총 4천만 원의 성금이 모였고 이대목동병원에서 2천만 원 상당의 치료비를 면제해 주어 서드커는 무사히 모든 백혈병 치료를 마쳤다. 치료 경과는 성공적이었다. 구혜선 씨는 그 뒤로도 서드커와 그 가족에게 각별한 신경을 쓰며 여러 차례 만남을 가졌다.

 위 사진 -2011년 10월 31일 국내에서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몽골 아이 서드커를 위해 선물을 가지고 온 구혜선 씨.

아래 사진 -2012년 6월 22일 서드커의 백혈병이 호전되자 구혜선 씨가 서드커 가족을 본인이 운영하는 까페에 초대해 만남을 가졌다.

위 사진 -2011년 10월 31일 국내에서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몽골 아이 서드커를 위해 선물을 가지고 온 구혜선 씨. 아래 사진 -2012년 6월 22일 서드커의 백혈병이 호전되자 구혜선 씨가 서드커 가족을 본인이 운영하는 까페에 초대해 만남을 가졌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서드커의 치료비 모금이 끝난 뒤에도 구혜선씨는 그림 개인전이었던 '잔상'에서 도록 및 작품 판매 수익금 전액을 백혈병 환자들의 감염예방과 이동편의를 제공하는 '무균차량 클린카' 운행을 위해 기부했다. 한 몽골 아이로부터 시작했던 백혈병환우회와 구혜선씨의 인연. 결국 구혜선씨는 백혈병환우회의 홍보대사로 위촉되면서 지나가는 인연이 아닌 환우들의 '동반자'가 되었다.

위촉식에 참석했던 백혈병 환우들은 현재 영화, 미술, 음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능을 꽃피우는 그녀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재능 기부를 할지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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