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심야식당> 출연진

SBS <심야식당> 출연진과 제작진 ⓒ SBS


그저 또 한 편의 '먹방 드라마'라고 부르기엔 SBS <심야식당>은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일단 한국에서만 43만 부가 팔린 아베 야로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이미 일본에서도 같은 원작으로 드라마가 시즌 3까지 제작됐고, 이 드라마를 토대로 다시 영화가 만들어졌을 정도로 흥행의 단맛을 봤다. 이 같은 인기 덕분인지 <심야식당> 한국판도 제작 초반부터 적지 않은 화제를 모았다.

역시나 눈가에 수상한 흉터를 가진 마스터(김승우 분)가 자정부터 아침까지, 각자가 먹고 싶은 것을 내키는 대로 만들어 주는 한국판 <심야식당>은 종로 타워가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한 뒷골목에서 조용히 문을 열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이야기가 소박하지만 맛깔나 보이는 음식과 어우러져 담담하고 소소하게 펼쳐지는 것은 여느 <심야식당>과 다르지 않은 전개다.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김승우는 "음식으로 표현하자면 자극적인 재료 없이, 몸에 좋은 재료만 갖고도 충분히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심야식당>이 그런 드라마가 됐으면 한다"면서 "보고 나면 마음 따뜻해지고. 한 번 더 볼 수 있는 드라마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오차즈케 시스터즈 대신 국수 시스터즈로..."캐릭터에 맞춰 음식 한국화"

 SBS <심야식당>의 '국수 시스터즈'. 왼쪽부터 배우 장희정,반민정,손화령.

SBS <심야식당>의 '국수 시스터즈'. 왼쪽부터 배우 장희정,반민정,손화령. ⓒ SBS


아무래도 원작이 큰 인기를 얻었다 보니 원작 <심야식당>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을 듯하다. 먼저 등장하는 음식은 다소 달라졌다. 한 그릇으로 끼니가 해결되는 음식이 많은 일본과 달리, 기본 반찬이 많은 한국식 음식 문화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한국에서 익숙하지 않은 음식 또한 각색 대상이 됐다. 원작에 등장하는 '오차즈케(녹차에 밥을 말아 먹는 일본 요리-기자 주) 시스터즈'는 '국수 시스터즈'로, 건달인 류가 문어 모양 비엔나소시지를 좋아한다는 설정도 가래떡에 김을 싸 먹는 것으로 바뀌었다. 홍윤희 작가는 "캐릭터에 맞는 음식을 한국화하는 게 주된 작업이었다"면서 "음식이 캐릭터의 스토리에 어떻게 융화되고 녹아들 수 있는가, 보편적이면서도 추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음식인가를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도쿄의 번화가 뒷골목에서 서울의 번화가인 종로 뒷골목으로 자리를 옮긴 만큼, 식당 내부도 다소 달라졌다. 하지만 단정한 분위기만큼은 원작에 뒤지지 않는다.

연출을 맡은 황인뢰 PD는 "이번에 촬영 장소를 헌팅하면서 '서울 시내에 아직도 이런 곳이 남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세트는 한옥과 일본식 가옥과 현대 가옥 양식이 다 섞인 구조인데, 한국이 일제 강점기를 거쳤다 보니 실제 종로에도 이런 구조의 건물이 많더라"고 설명했다. 최대웅 작가 또한 "실제로 일제 강점기때 지어져 새마을 운동 때 지붕을 올리고 했던 곳을 찾아가 고증을 거쳤다"면서 "소품 등도 세밀하게 설정해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단골손님 설정도 변화..."하지만 <심야식당>의 정서는 그대로"

 SBS <심야식당>에 출연하는 배우 박준면, 정한헌, 주원성.

SBS <심야식당>에 출연하는 배우 박준면, 정한헌, 주원성. ⓒ SBS


단골손님들의 면모도 달라졌다. 게이바 주인, 스트리퍼 등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주로 모였던 일본의 <심야식당>과 달리 왠지 상냥한 구석이 있는 건달 조직의 중간 보스 류(최재성 분)와 낮에는 아르바이트하랴 밤에는 공부하랴 정신이 없는 민우(남태현 분)부터 식당의 분위기 메이커 김씨(정한헌 분), 촌철살인의 한의사 돌팔이(주원성 분)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한국 <심야식당>의 주 고객이다.

이에 대해 최대웅 작가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가 조금은 다른 것 같다"면서 "얼마 전에 성 소수자 관련 축제도 열리긴 했지만, 아직까진 (성적 지향을) 드러내 이야기하지는 일은 드물다는 한국적인 상황을 고려해 (출연자에) 변화를 뒀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이웃'의 모습을 통해 일련의 <심야식당>들이 추구했던 사람과 사람 간의 따뜻한 연대나 음식을 매개로 한 위로 등의 정서는 공통적으로 담아내겠다는 계획이다.

유카타 형태의 가운을 입고 묵묵히 손님의 사연을 받아내던 마스터는 푸른 셔츠로 갈아입었다. 원작자인 아베 야로는 이런 김승우의 모습을 보고 원작 속 마스터가 같은 셔츠를 입은 채 '이 옷, 나에게도 어울릴까?'라고 말하는 그림을 보내기도 했다고.

"원작자가 세트나 마스터의 사진을 보고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받았다"는 김승우는 "캐스팅됐을 때 기분이 좋았지만 원작에 대한 애정과 마스터라는 캐릭터에 대한 독자의 충성심이 대단한 작품이라 한편으론 부담감도 있었다"면서도 "진심으로 연기한다면 시청자에게 통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제작 방식에서도 <심야식당>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엿보인다. 일단 한 편에 30분을 넘기지 않는다. 매주 한 번,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오전 12시 10분에 방영하는 실험으로 편성의 묘도 살렸다. 최대웅 작가는 "한 시간짜리로 (대본을) 써 봤더니 막장이며 삼각관계 같은 것들이 다 들어가겠더라. 한국에 들어오면 (드라마) 내용이 늘어지고 격해질 수도 있는데 그러면 <심야식당>의 맛이 안 살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실험적 편성, '30분 드라마'...막장·삼각관계 없다?

 SBS <심야식당>에 출연하는 배우 최재성, 남태현(위너), 김승우.

SBS <심야식당>에 출연하는 배우 최재성, 남태현(위너), 김승우. ⓒ SBS


<궁> <돌아온 일지매> 등에서 빼어난 영상미를 선보인 황인뢰 PD의 영상과 <황금어장> <놀러와> <절친노트> 등 예능계서 굵직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 최대웅 작가, 그리고 오랫동안 <개그콘서트>에서 '분장실의 강 선생님' '사랑의 카운슬러' '뿜 엔터테인먼트' 등의 히트 코너를 만들어 온 홍윤희 작가가 만난 드라마라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들의 만남을 두고 배우 최재성은 "간결하지만 깊은 맛이 있다"며 "이런 시도가 많이 있어야 한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22년 웃긴 글만 썼으면, 드라마에 와서는 진지하고 인간적인 것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최대웅 작가의 말은 <심야식당>의 지향점을 드러내는 '결정적 한 마디'였다.

"예전에 어떤 후배가 '형, 드라마가 뭐에요?'라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 질문을 받고 생각해 보니, 결국 드라마는 사람을 다루는 거예요. 그런데 요즘 드라마에선 갈등 구조 속에서 빛나는 재미를 찾거나 시청률이 확보되는 캐릭터를 하나 만들고, 이를 많은 드라마가 따라 하고 패턴화하는 걸 너무 자주 보게 돼요. <심야식당>은 이 같은 드라마들과는 차이가 있어 개인적으로 작업하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이 즐거움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황인뢰 PD)

한편 김승우, 최재성, 남태현(위너), 정한헌, 주원성, 박준면, 반민정, 손화령, 장희정, 강서연, 손상경 등이 출연하는 SBS <심야식당>은 5일 오전 12시 10분에 첫 방송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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