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의절친악당들>에서 나미 역의 배우 고준희가 25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나의절친악당들>에서 나미 역의 배우 고준희가 25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나이에 맞는 말랑말랑한 작품을 기다렸던 고준희는 지난해 로맨틱 코미디 영화 <레드카펫>으로 일단 소원 풀이를 했다. 여기에 더해 배우로서 자신을 증명하고 싶을 즈음 임상수 감독의 <나의 절친 악당들>을 만났다. 상대 배역은 자신의 영화 데뷔작 <인류멸망보고서> 때 잠깐 호흡을 맞췄던 류승범이었다. 고준희는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영화가 개봉한 2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준희는 이 모든 과정을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그때 그 사람들>(2005)은 물론이고, <하녀>(2010) <돈의 맛>(2012) 등 임상수 감독의 작품 대부분을 섭렵했다. 개인적으로 임상수 감독의 팬을 자처할 정도였다. 

류승범과 독특한 인연..."배우의 자세 배웠다"

 영화<나의절친악당들>에서 나미 역의 배우 고준희가 25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극 중 고준희가 맡은 역할은 견인차 운전기사 나미. 밑바닥 인생처럼 보이지만 나름 직업의식도 있고, 주관이 뚜렷한 인물이다. 우연히 발견한 돈 가방 때문에 지누(류승범 분)를 만나고, 함께 나눠 먹기를 하며 위기를 겪는다. 이 커플은 위기를 헤쳐나가며 자본 권력을 향해 직접적인 조롱을 날린다. 

<인류멸망보고서>에서 고준희는 류승범의 여자친구로 등장해 어설픈 키스신을 소화했다. 공식적인 첫 키스 연기였다. "첫 영화 현장이었고 어리바리했고, 즐기지 못했다"던 고준희는 류승범을 보고 어렴풋이 '배우의 자세'라는 걸 처음 생각했단다. "그때는 '와! 류승범이다' 이러고 말았지만, 현장서 진지하게, 그리고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류승범과 다시 영화로 만난 고준희는 정확히 50%의 지분을 가져간 모양새다. 나미는 지누와 연인 관계를 맺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적당히 그를 조롱하면서 자기 길을 걸어간다. 소모적인 여성 캐릭터가 아니었다. 고준희는 "시나리오에선 잘 못 느꼈는데 아마도 류승범이란 배우가 보인 배려와 아이디어 덕에 나미가 살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흔들렸던 20대 시기..."연예인 그만뒀던 기간 소중해"

 영화<나의절친악당들>에서 나미 역의 배우 고준희가 25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나의절친악당들>에서 나미 역의 배우 고준희가 25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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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이 배우는 아니었다. 비슷한 또래, 그러니까 20대 후반에서 30대를 넘나드는 여러 스타가 그랬듯 고준희 역시 광고 모델로 얼굴을 알렸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그녀는 큰 키와 서구적인 체형으로 주목받으며 모델로 활동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기를 접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전도연, 손예진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성장했다.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게 스무 살이었다. 10년 터울 선배들 때만 해도 엔터 산업이 잘 잡혀있지 않았지만 내가 활동할 땐 체계가 있었다. 부모님이 반대하기도 했고, 나 역시 큰 목표 의식은 없었다. '굳이 안 해도 그만'이었지. 22살 때까지 묵묵히 일했는데 힘들었지만 겉으로 티 내진 않았다. 친구들이 취업을 걱정하던 것과 반대로 난 진로는 정해졌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현장에서 왜 밤을 새우는지도 몰랐고, 혼자 구석에서 울기도 했다."

이 얘기까지 들으면 뒤에 자연스럽게 위기를 어떻게든 극복했을 사연이 상상된다. 고준희가 내놓은 답이 의외였다. 그는 "그래서 그만뒀다"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3년의 공백은 단순히 작품을 쉰 게 아니라 연예계 활동 자체를 중단한 때였다. 패션쇼 등의 행사도 가급적 가지 않았단다.

"성장통이라면 성장통이다. 그러다 절실해져서 스물여섯 때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조금은 더 일을 즐길 수 있더라. 초심을 잃지 말자는 말을 다들 하시는데 결국 즐기며 하느냐의 문제인 거 같다. 예전엔 솔직히 말해 일을 즐기지 못했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다만 현장에서 신나게 하고 싶을 뿐이다. 보는 분들도 그럼 더 좋아해 주시지 않을까."

 영화<나의절친악당들>에서 나미 역의 배우 고준희가 25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연예인으로 산다는 것은 특히 타인의 시선, 기대와의 싸움이다. 이는 곧 자신과의 싸움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고준희는 다소 자유롭다. 고준희는 "연예인이니 포기할 건 포기하라는 인식이 있는데 놓치고 싶지 않다"면서 "특별한 직업이 아니라 특이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것 말고 일상에서 걸리는 건 없다"고 전했다.

"예를 들면 아침에 엄마와 싸웠는데 현장에선 웃어야 할 때가 있다. 감정을 좀 숨겨야 할 때가 있는 것 빼곤 이 일이 특별하진 않다. 다만 TV나 영화에 나오니 사람들에게 좀 익숙한 존재 정도겠지. 그럴수록 좋은 것들을 보고 마음에 담아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좋은 표현도 나오지. 미술이든 자연 풍경이든 좋은 건 찾아서 보려고 한다.(웃음)"

고준희 나의 절친 악당들 류승범 임상수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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