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여름은 아이돌 음악, 특히 걸그룹 역사에 큰 획을 그을 만한 시기로 봐도 좋을 것이다. 한두 달 사이에 인기 정상급 그룹들이 경쟁적으로 신보를 내놓은 사례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당사자, 특히 제작자 입장에서야 피가 마르겠지만 음악을 듣고 소비하는 대중에게는 반갑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먼저 지난 6월 말 나란히 새 미니 음반을 내놓고 '걸그룹 대전 1라운드'를 치른 세 팀을 비교해보자.

마마무 < Pink Funky >, 의외의 수확

 마마무의 < Pink Funky > 표지

마마무의 < Pink Funky > 표지 ⓒ CJ E&M

'걸그룹 대전'의 포문을 먼저 연 팀은 의외의 그룹, 마마무였다. 데뷔 2년 차의 신예인 마마무는 지난 2014년 하반기 미니 음반 <피아노맨>의 타이틀곡으로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마마무의 새 앨범 < Pinky Funky(핑크 펑키) >의 타이틀 곡 '음오아예'는 공개와 동시에 주요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했고, 2주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팀의 신곡이 이만한 반향을 일으키리라고 예상한 이들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피아노맨'을 인상적으로 들은 나조차도 이 정도 성적을 올리리라곤 생각하지 못 했으니까 말이다.

마마무는 브라운아이드걸스 이후 오랜만에 가요계에서 주목할 만한 실력파 그룹으로 분류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여타 걸그룹들이 섹시 콘셉트를 강조하고 예능과 드라마 등 영상 매체에서 개별 멤버들을 어필하면서 이름을 알린 데 반해 마마무는 TV 음악 프로그램, 라디오에 출연하며 실력파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는 기존 대형 기획사에서 물량공세로 쏟아 붓다시피 하는 엇비슷한 성격의 팀들과의 차별성을 주려는 방법으로는 상당히 영리하다. 

1980~1990년대 경쾌한 미국 R&B의 한국식 변형으로 언급할 만한 멜로디 라인 전개나 리듬은 이제 마마무의 트레이드 마크로 봐도 좋을 법하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보컬 3인의 안정적인 가창력과 함께 탄탄한 기본기가 없이는 소화하기 힘든 곡을 힘 안 들이고 부르는 모습 역시 인상적이다.

여기에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김도훈의 기획력도 눈에 띈다. 후속작에서는 더 확실한 한방을 기대해도 괜찮을 듯하다.

['음오아예' 음원 차트 성적]
멜론 5위, 벅스 4위, 엠넷 3위 (6월 4주차 주간 차트)

AOA < Heart Attack >, 능력치 다 보여준 것일까?

 AOA `Heart Attack` 표지

AOA `Heart Attack` 표지 ⓒ CJ E&M

밴드 지향 기획사의 '변종'이라고 봐야 할까. 이미 알려진 대로 AOA 역시 FT아일랜드, 씨엔블루 등 소속사 선배들처럼 밴드 콘셉트로 등장했지만, 결과는 멤버들도 인정할 만큼 '흑역사'에 가까웠다. 결국 AOA는 2013년 하반기부터 기존의 걸그룹 스타일로 포맷을 변형했고, 이후 성공했다. 

그사이 진행된 멤버들의 예능, 드라마 활동이 괜찮은 반응을 얻었으니 이번 음반에 대한 관심 역시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발표와 동시에 음원 차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으니 출발 자체는 순조로워 보인다. 그런데 뭔가 아쉽다.

용감한형제가 진두지휘한 '심쿵해'는 각종 사운드를 3분 남짓한 시간에 모두 넣는 식으로 구성됐다. 이는 AOA 멤버들의 존재감을 지워버리는 우를 범했다. AOA가 표현할 수 있는 능력치가 100이라면 이번 앨범에서는 60~70 정도만 담아내는 데 그친 모양새다. 게다가 음반 전반부에 모든 것을 쏟아붓다 보니 후반부에선 지극히 평범하다. 

아울러 AOA는 여타 걸그룹 콘셉트의 방향 탓에 외부 작곡가, 프로듀서의 의존도가 높다 보니 정작 멤버들의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인다.  

다음 앨범에서는 팀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잠시 봉인된 결성 초기의 밴드 콘셉트를 다시 꺼내 보는 건 어떨는지. 때마침 21세기 걸그룹 시대를 연 원더걸스조차도 밴드 형태로 컴백한다고 하지 않던가.  

['심쿵해' 음원 차트 성적]
멜론 3위, 벅스 4위, 엠넷 2위 (6월 4주차 주간 차트)

씨스타 < Shake It >, 여전히 힘차고 흥겹지만...

 씨스타 `Shake It` 표지

씨스타 `Shake It` 표지 ⓒ 로엔엔터테인먼트

여전히 걸그룹 끝판왕은 곧 컴백을 앞둔 소녀시대겠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발군의 실력으로 이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오른 그룹이 바로 씨스타다. 특히 건강미 넘치는 각 멤버들의 실력과 개성이 적절히 어우러지면서 매년 여름철 가요계를 석권, 확실한 팀의 색깔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2년 전 내놓았던 '나혼자' 'Give It To Me'는 아이돌 그룹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로 언급해도 좋을 만큼 상업적인 성공 외에 음악적으로도 충분히 대접받을 만한 성적을 냈다. 따라서 씨스타의 이번 컴백 역시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타이틀곡 'Shake It'은 6월 마지막 주 주요 음원차트(주간) 1위를 모두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을까? 여전히 듣기 좋고 신나는 리듬의 곡이긴 한데 '발전'이라는 측면에선 물음표가 붙는다. 기존 이미지의 반복이 강한 곡들은 씨스타의 이름값을 감안하면 답답하게 느껴진다. 이는 바꿔 말하면 작곡팀 이단옆차기의 자기 복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쉽지만 전환의 계기가 될 만한 차기작을 기다려 보겠다.

['Shake It' 음원 차트 성적]
멜론 1위, 벅스 1위, 엠넷 1위 (6월 4주차 주간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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