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그런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주로 우리는 간접적으로, 대중매체를 통해 그들을 만납니다. 그러기에 오해도 많고 가끔은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임을 잊기 쉽습니다. 동시대 예인들이 직접 쓰는 자신의 이야기, '오마이 스토리'를 선보입니다. [편집자말]
꿈이라기엔 막연해 보였던, 그저 한때 스쳐 지나가는 건 줄 알았던 게 인생의 전부가 되는 일이 있습니다. 사람들 앞에 끊임없이 자신을 세워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은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방황하는 지망생과 현실을 살아가는 직업인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꿈과 의리를 지켜내며 한 걸음씩 나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합니다. <배우 최윤영 드림>

 극단 동료들과 함께. 뒷줄 우측에서 세 번째가 배우 최윤영.

극단 동료들과 함께. 뒷줄 우측에서 세 번째가 배우 최윤영. ⓒ 최윤영


나의 첫 사회생활 이야기이다.

무작정 대학교를 휴학한 뒤 대학로에서 꽤 알아주는 큰 극단에서 오디션을 보고 단원이 되었다. 면접 당시 연기를 왜 하냐는 질문에 "커튼콜이 좋아서요" 라고 생각 없이 답한 게 마음에 걸렸는데, 대표님께서는 그 대답 때문에 날 합격시켰다고 하셨다. 정말이지 알 수 없는 미래의 연속이다.

극단에선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접해보지 못한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일단 대학로에서 내로라 하는 배우들과 한 공간에 있을 수 있었고, (물론 난 당시 학생처럼 지켜보는 입장이었지만) 프로들이 서는 대학로 극장에서 작은 워크샵 공연을 올릴 수도 있었다. 연수기간에는 연기뿐 아니라 현역 뮤지컬 배우에게 노래 수업도 듣고, 동시에 극단에서 올리는 레퍼토리 공연 팀에 들어가 스태프로 현장 경험까지 할 수 있었다.

본분에 충실했던 배우 지망생...경찰 붙잡고 오열

 SBS 드라마 <열애> 출연했을 당시 모습

SBS 드라마 <열애> 출연했을 당시 모습 ⓒ SBS


당시 난 <클로저>라는 공연의 음향담당이었는데, 비교적 정적인 공연이라 음악이 많지 않았음에도 온갖 실수는 내 몫이었다. 초반엔 너무 긴장을 했는지 중요한 타이밍에 화장실이 너무 급해 자리를 떴고, 조명을 담당하던 동기가 대신 음악을 틀다가 노래가 뚝 끊긴 사건도 있었다. 아... 정말 추억하기도 싫은 순간이다.

극단 생활 중 더 기억에 남는 사건은 극장 밖에서 터졌다. 매일 단원들끼리 조를 짜서 대학로 곳곳에 공연 포스터를 붙였는데, 하루는 내가 왜 그랬는지 금지구역임을 인지 못하고  포스터로 도배를 했다. 본분에 '너무' 충실했던 거다. 고된 일이지만 동기와 수다를 떨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누가 우리의 뒷덜미를 잡고 그냥 냅다 끌고 갔다. 영문을 몰랐던 우리는 강렬히 저항했고, 그렇게 의지 없이 도착한 곳은... 100m 남짓 가까운 거리의 혜화파출소였다.

정확한 죄명(?)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경찰 아저씨 바지를 잡고 빌었다.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장면이 떠올랐다. 당시 22살이었던 나는 흔히 말하는 '빨간 줄' 가는 게 이런 거구나, 생각하며 구슬프게 울고 불며 경찰서에서 진풍경을 만들어냈다. 당시 경찰 분들 모두가 어린 학생들의 실수에 안타까워했지만 봐주시지는 않았고, 끝내 법원까지 출두하게 된다.

극단을 권하며..."꿈을 지키게 된 소중한 밑거름"

 대학을 휴학하고 택한 극단 생활 당시 워크샵 공연 모습.

대학을 휴학하고 택한 극단 생활 당시 워크샵 공연 모습. ⓒ 최윤영


나와 동기는 법원에 가서 판사님 앞에 섰다. 정말 평생 겪지 않을 줄 알았던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곳엔 무전취식, 단순도박 등 여러 경범죄를 저지른 나이 지긋한 분들이 계셨고, 그저 공연 포스터를 붙이다 걸린 우리는 그 사이에서 바들바들 떨다가 벌금 10만원을 판결 받은 뒤 울면서 나왔다. 그렇게 사건은 마무리 되었고, 한동안 포스터 붙이는 일은 다른 동기들 몫으로 돌아갔다.

(음... 그리고 이건 당시 법원에 함께 간 동기와 나만 아는 후일담인데 극단 대표님께 벌금 20만원이 나왔다고 말한 뒤, 남은 10만원은 맛있는 것을 사먹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배우가 되기 위해 극단생활부터 시작하는 지망생들이 점점 더 줄고 있다. 나에게도 결코 쉽지 않고 다사다난했던 날들이었지만, 배운 것도 많고 인생경험(?)도 많이 했던 너무 유익한 날들이었다. 가끔 배우 지망생이나 예고 후배들을 만나면 대학로로 무작정 뛰어들어보라 조언해준다.

배우라면 당연히 연기를 잘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배우고 경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모험을 좋아하는 난 그리 긴 시간을 몸담지 못하고 방송국 공채 시험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했지만, 극단단원으로 있었던 2년 남짓의 시간은 내가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항상 자신을 채찍질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또 그 시간이 지금 배우 생활을 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 최윤영의 '나의 꿈 나의 의리' 4편으로 이어집니다.

'오마이스타'들이 직접 쓰는 나의 이야기 - 오마이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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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최윤영은 2008년 KBS 21기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내 딸 서영이> <고양이는 있다> 등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고, 영화 <코리아> <무서운 이야기> <그댄 나의 뱀파이어> 등에 출연하며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최윤영 고양이는 있다 극단 연극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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