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히 말하면 두산은 강팀이 아니다. 리그 전체에서 4위, 나름대로 선두권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넥센이나 NC, 1위 삼성에 비해서 페이스가 다소 떨어진 상태다. 특히 6월에 들어서면서 1승 4패, 6일 경기에서는 8점 차로 앞서다가 끝내기 홈런을 맞고 무릎을 꿇었다.

2위라는 순위는 단지 순위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진짜 두산의 전력은 순위에 가려졌을 뿐 현실적으로 바라보자면 그리 좋지 못하다. 외국인 타자 데이빈슨 로메로의 합류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5일과 6일 경기를 통해 보여졌다.

지난 6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과 넥센의 정규시즌 8차전에서 여덟 점 차로 뒤지던 넥센이 야금야금 추격하면서 9회 말 김민성의 투런포로 균형을 맞췄다. 이어 10회 말 김하성이 끝내기포를 쏘아 올리며 대역전극을 만들었다. 2위를 달리던 두산은 이 날 패배로 3연패에 빠졌고, 2위에서 두 계단을 내려와 4위까지 추락했다.

대량 득점 뽑아도 승리할 수 없는 현실

결의를 다지는 두산 선수단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NC와 두산의 정규시즌 개막전이 시작되기 전 두산 선수단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위 사진에 대한 저작권자의 동의를 구했으며, 무단 배포 및 사용을 금합니다.

▲ 결의를 다지는 두산 선수단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NC와 두산의 정규시즌 개막전이 시작되기 전 두산 선수단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위 사진에 대한 저작권자의 동의를 구했으며, 무단 배포 및 사용을 금합니다. ⓒ 박중길


두산이 대량득점한 경기에서 편안하게 승리한 경기는 몇 차례 없었다. 두 자릿수 이상 득점을 뽑으며 5점 차 이상 승리를 거둔 것은 올 시즌 단 세 경기에 불과했다. 그 중 두 경기는 kt, 한 경기는 LG를 상대로 한 승리였다. 사실상 중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해선 깔끔한 경기를 펼친 것이 몇 차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끝내기 홈런도 리그에서 가장 많이 허용했다. 4월 12일 LG전 이진영, 5월 14일 SK전 브라운, 그리고 6월 6일 넥센전 김하성까지 총 세 개의 끝내기포를 내줬다. KBO리그 통산 끝내기 홈런 1위가 이도형의 6개인 것을 감안한다면 굉장히 많은 개수다. 아직 시즌은 중반을 지나지도 않았다.

6일 경기는 더욱 치명적이었다. 넥센 선발 밴 헤켄은 이 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두산전 평균자책점 0.75로 '두산킬러'다운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두산 선발이 퇴출 위기에 몰린 마야였던 만큼 넥센의 압도적인 우세가 예상됐는데, 오히려 경기 초반부터 밴 헤켄이 선취점을 내준 데에 이어 매 이닝마다 선두타자를 내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마야는 위기를 맞이하면서도 3회까지 꾸역꾸역 실점 없이 리드를 지켰다.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 향후 행보가 결정될 수 있다는 생각에 1구를 뿌릴 때마다 온 힘을 다해 던졌다. 타선은 4회까지 8득점을 뽑아내며 오랜만에 두산다운 야구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8점 차의 리드, 그 누구도 이후에 펼쳐질 상황을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4회 말 이택근의 적시타로 0의 행진을 멈춘 넥센은 투구 수가 많아진 마야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5회말 2사 고종욱의 출루를 시작으로 스나이더의 1타점 적시타, 박병호-유한준의 볼넷에 이은 김민성의 2타점 적시타까지 터져 나오며 순식간에 네 점 차까지 좁혀졌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두산 마운드에는 최근 컨디션이 좋은 오현택이 올라왔지만 이때부터 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6회 말 박동원의 투런포로 두 점 차까지 따라붙어 사정권으로 들어온 승부는 좀처럼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두산은 4회 5득점 이후 추가 득점에 실패한 반면 넥센은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결론적으로 상대 마무리 노경은을 8회 1사 다소 이른 시점에서 끌어냈고 이것이 곧 9회 말 김민성의 동점 투런포가 만들어지는 복선이 됐다. 10회 말 김하성의 끝내기는 어떻게 보면 덤이었다.

이 날 패배하면서 4위로 내려앉은 것도, 3연패에 빠진 것보다도 안타까움을 더한 건 상대 에이스를 무너뜨리고도 승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부담스러웠던 밴 헤켄을 무너뜨려 심적으로 편안할 수 있었음에도 타선의 추가 지원 부재와 불펜 붕괴가 한꺼번에 나타나며 1패 이상의 충격을 받았다. 타선 지원에도 적어도 최근의 두산만큼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었다.

올해도 찾아온 '6월 고비', 이번엔 다를까

몸 푸는 김현수 올시즌이 끝나면 FA 시장에 등장할 '대어' 김현수가 아직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위 사진에 대한 저작권자의 동의를 구했으며, 무단 배포 및 사용을 금합니다.

▲ 몸 푸는 김현수 올시즌이 끝나면 FA 시장에 등장할 '대어' 김현수가 아직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위 사진에 대한 저작권자의 동의를 구했으며, 무단 배포 및 사용을 금합니다. ⓒ 박중길


공교롭게도 지난해 6월에도 두산은 체력 부담과 페이스 하락을 이기지 못하고 팀 순위가 계속 하락했다. 결국 시즌을 6위로 마감해 가을야구의 꿈도 접어야만 했다. 결론적으로 올스타 브레이크를 전후로 찾아온 극심한 부진에 빠진 것이 팀 성적에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6월 첫째 주 SK와 2연전, 넥센과 3연전을 치르며 1승 4패를 기록해 주간 승률 2할에 그쳤다. 그런데 이 당시에도 4일 문학 SK전에서 마무리 이용찬(현 상무)이 김강민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고 미미한 차이로 인해 울상을 짓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후로도 6월 내내 위닝시리즈(시리즈 전적 2승 1패)를 단 한 번도 기록하지 못하고 중위권 경쟁에서도 동네북에 가까운 신세가 되었다.

최근 흐름은 이 당시와 비교하더라도 상당히 유사하다. 불펜의 불안함은 달라진 게 없고 타선 역시 들쭉날쭉한 기복은 변함이 없다. 5일부터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로메로는 뛰어난 선구안을 뽐내는 등 나쁘지 않은 신고식을 치렀지만 팀은 '롤러코스터 행보'에 연일 마음을 졸이고 있다. 1루수 미트를 끼는 날이 많아진 김현수만 보더라도 타율이 3할4리까지 떨어졌다. 확실히 시즌 초반보다 컨디션이 하락했다.

게다가 팀 순위가 단숨에 두 계단이나 내려간 건 심리적으로 쫓기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아직 부상에서 돌아오지 않은 이현승의 합류가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기본이 안 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겉으론 보이지 않는 투-타 밸런스의 엇박자를 해결하지 못해 코칭스태프나 선수들 입장에서도 현재의 모습은 절대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대로라면 4위 수성도 확신하기 어렵다.

팬들도 그런 팀의 행보에 아쉬움이 크다.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과 달리 지난해 여름과 비슷한 팀의 부진에 실망을 감출 수 없다. 6일까지 누적 홈 관중 수 2위, 평균 홈 관중 수 1위를 마크할 만큼 수치상으로도 팬들의 기대는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와 같은 패턴으로 무너지는 것은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그건 아픈 경험을 지난해 한 번 겪어봤기 때문이다. 또 한 번의 큰 암초와 부딪친 두산이 6월 고비를 넘어갈 수 있을까. 어느 한 명이 아닌 선수단 전체가 키를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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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위 기사는 유준상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 <유준상의 뚝심마니 Baseball>(blog.naver.com/dbwnstkd16)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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