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에 발생한 대지진, 그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대도시에 발생한 대지진, 그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 영화포스터


사실 이 영화를 단순히 영화로만 보기에는 불편했습니다. 왜냐하면 최근 전 세계적으로 대형 지진과 화산 등 재난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는 진도 9.6의 역사상 최대 지진을 가상하고 있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진도 9.6이라는 것이 과연 멀지 않은 미래에 현실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현실과 연결짓는 이런 생각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흔히 일상에서 뜻밖의 일을 당할 때 하는 말이 "마치 영화같은 일이 일어났다" 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영화같은 일들이 워낙 일상에서 많이 일어나다 보니 이게 도대체 영화인지 아니면 실제 다큐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세월호에서 300명의 생명이 수장되는 장면을 TV를 통해 생생하게 시청(?)해야만 했고, 중국에서 발생한 제2의 세월호 사고도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 동북부에 쓰나미가 밀려와 온 마을을 덮는 장면을 생생하게 목격했고, 네팔의 대형 지진으로 카트만두의 문화유산들이 추풍낙엽처럼 무너지는 장면을 봐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류의 재난영화는 영화 제작자들이나 연출자들에게는 좋은 시나리오와 아이디어를 제공해 줍니다. 지난 4일 개봉한 <센안드레아스>를 만든 브래드 페이튼은 한국나이로 37세인 젊은이 입니다.

그는 지난 2000년 초반부터 영화제작에 참여했고, 지금까지 7편의 영화를 직접 연출하거나 조연출로 참여했습니다. 영화 경력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또 모험 액션 처럼 작품성 보다는 오락성 짙은 영화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브래드 페이튼과 단짝이라고 할 수 있는 드웨인 존슨은 근육질의 유명 배우입니다. 그의 출연작들은 주로 액션이 대부분일 정도로 활동적인 배우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그의 활약이 잘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무서운 미래, 준비는 돼 있나"

우리에게 미리 닥쳐 올 천재지변을 예측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영화에서는 지진을 연구하는 교수에 의해 예방을 하고 그 덕분에 미국 서부 전체가 대형지진을 만나지만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과학의 힘으로 후쿠시마의 지진을 예측했더라면, 네팔과 칠레의 지진도 예측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많은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브래드 페이든은 이 영화를 "꼭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지난 1906년 센프란시스코의 대지진 원인이었던 샌안드레아스 단층대를 아직 기억하는 많은 미국인들에게 샌안드레아스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지진의 공포현장입니다.

그래서 감독은 이 곳에 다시 큰 지진이 발생한다는 가정을 하고, 만약 현실화 된다면 미국 서부 일대를 강타하는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닥쳐올 무서운 미래에 대해 인간은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는지, 그리고 준비 안 된 천재지변 앞에서 인간의 과학과 기술은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공식 이어가는 식상함

하지만 할리우드가 만드는 대부분의 재난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도 할리우드식 공식을 비켜가지 못합니다. 가족에 소홀했던 아버지가 영웅이 되면서 다시 회복한다는 공식 말입니다. 거기에다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뜬금없는 미국 국기는 도대체 이 영화가 미국에 대한 애국심을 자극하려는 건지, 아니면 대재앙을 이겨내는 힘이 애국심이라는 건지 헷갈리게 합니다.

영화 내용은 단순합니다. 구조대 대장인 주인공 레이(드웨인 존슨 분)은 아내와 별거 중이고, 딸과 함께 센프란시스코에 오지만 갑작스런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아내를 먼저 구하고, 아내와 함께 딸을 구하기 위해 찾아나선다는 내용입니다.

거기에다 '권선징악' 이라는 미국영화가 가진 소영웅주의 가치관은 여전히 관객들에게 억지 호응을 요구하는 듯해서 불편합니다.

다만 이 영화가 다른 재난영화와 차이가 있다면 CG(컴퓨터그래픽)의 치밀함과 생생한 현장성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마지막 빌딩의 수중촬영은 실물 크기의 수조를 만들고 배우들의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촬영했고, 주차장이 무너지는 장면은 수 백 톤의 콘크리드 건물을 만들면서 사실감을 더했습니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생생한 현장감뿐 아니라 마치 이 장면이 세계 어디선가 직접 본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하고, 더 나아가 앞으로 대도시에 대지진이 닥친다면 바로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점차 잦아지고 있는 지구 곳곳의 대지진과 재앙들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가족의 소중함은 당연히 어떤 재앙보다 소중할 것이고, 인류의 종말에도 우리 곁에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어떤 재앙도 그것을 약화시키지는 못하겠지요.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곧 일어날 것 같은 불편함이 마음을 짓누릅니다. 그러나 영화 자체를 즐기기에는 더 없이 재미있고 실감나는 장면들이 곳곳에 장치 돼 있습니다. 미국식 영웅에 익숙한 우리나라 관객들이라면 더 없이 즐거운 영화임에 틀림 없습니다.

샌안드레아스 대지진 드웨인존슨 헐리우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키워드 부산, 영화, 문화, 종교 중심의 글을 쓰는 <뉴스M> 기자 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