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위원장을 비롯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5월 27일 오후 영화진흥위원화와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을 방문했다.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BIFF 국비 예산 삭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예산 증액을 촉구했다.

설훈 위원장을 비롯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5월 27일 오후 영화진흥위원화와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을 방문했다.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BIFF 국비 예산 삭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예산 증액을 촉구했다. ⓒ 정민규


지난 1월 이용관 위원장에 대한 부산시의 사퇴 요구-감사원의 실지감사-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금 삭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부산영화제 논란이 6월에 들어서며 국회로 옮겨간다.

지난 27일에는 야당 의원들이 영진위와 부산국제영화제를 각각 방문해 예산 삭감 문제에 대한 질책과 함께 대안 마련을 모색한 데 이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는 배재정 의원 주관으로 오는 12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영화계 독립성 보장과 관련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국회 토론회에는 오동진 영화평론가와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이 발제자로 나서며, 정지영 감독을 비롯해 부산영화제와 전주영화제 관계자, 원승환 독립영화관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이사 등 국내 영화제 관계자가 토론자로 나서 표현의 자유 위축 문제와 독립영화계에 대한 탄압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상임위 차원의 현안질의도 예정돼 있다. 교문위 소속 배재정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님의 지역이 부산이고 가장 중요한 현안이기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영진위원장을 불러 질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지원금 삭감을 정치적 보복으로 간주해 국정감사까지 끌고 가겠다는 자세여서 윗선의 지시 여부가 드러날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화계는 일련의 과정에서 표면적으로는 부산시와 영진위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부산영화제 탄압에 앞장서는 모양새지만 윗선의 지침이나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실제로 영진위 일부 관계자들은 지원금 삭감으로 인해 쏟아지는 비난 여론에 대해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데, 영진위만 갖고 뭐라 한다"고 푸념하고 있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29일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예산 삭감 논란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지만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도 관객 수, 위상 등 그동안 어떤 성과를 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장관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20회를 맞는다. 이제는 자립 기반을 갖춰가는 시기라고 본다. 지난해 이만큼 지원했으니 올해도 그 정도 돼야 한다는 생각은 맞지 않다. 실적을 평가해 지원해야 한다"고 지원 중단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영화계 인사들은 "20만 명이 넘는 관객 수와 위상 등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있는데, 장관의 지적이 생뚱맞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또 그간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수상도 부산영화제의 역할이 컸을 만큼 한국영화발전에 기여한 성과가 지대하고, 지난해 국내 영화제에 대한 평가에서도 부산영화제가 가장 높았음에도 장관이 이 같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에 참여하는 한 영화계 관계자는 "장관이 영진위가 밝힌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을 보면 마치 스스로 지시했음을 인정하는 것 같이 보인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 몰랐으면 심사위원장이 챙겼어야...예산 불용도 논란

 6월 12일 국회에서 열리는 '영화계 독립성'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토론회

6월 12일 국회에서 열리는 '영화계 독립성'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토론회 ⓒ 이정환


한편 전체 35억 원의 국제영화제 지원 예산 중 29억 원만을 지원해 남은 예산에 대한 불용 논란도 커지고 있다. 6억이 남으면서 내년 지원 예산 편성 과정에서 그만큼 삭감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심사과정에서도 6억을 남기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진위의 '2015 글로벌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 예비심사 회의록'에 따르면 한 심사위원은 "다들 돈이 없어서 난리인데 그걸 왜 안 쓰고 남기냐"면서 "쓸 수 있는 돈을 너무 아끼는 듯한 인상은 별로..."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하지만 다른 심사위원들은 "예산이라는 게 남으면 어디 반납하는 상황은 아닐 거"라며 "어떤 식으로든 다른 목적으로 전용될 수도 있는 거고, 영화인들이나 영화산업을 위해 쓸 수 있다"면서 '예산을 줄이자'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제영화제 지원예산은 사용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어 다른 곳으로의 전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불용된 예산의 경우 남겨진 만큼 내년 예산 편성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영진위 쪽도 불용 예산 문제가 불거지는 것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영진위의 한 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이 잘 몰랐으면 심사위원장이라도 이를 챙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세훈 영진위원장은 27일 영진위를 방문한 국회의원들에게 "예산 마련을 위한 길을 찾아보겠다"고 했으나 "방법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고 영진위 관계자는 전했다.

 영진위가 국회 배재정 의원실에 제출한 '2015 글로벌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 예비심사 회의록'. 심사위원 이름은 구분 없이 모두 ○○○으로 표기돼 있다

영진위가 국회 배재정 의원실에 제출한 '2015 글로벌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 예비심사 회의록'. 심사위원 이름은 구분 없이 모두 ○○○으로 표기돼 있다 ⓒ 배재정 의원실


국제영화제 지원 예산은 국비 지원에서 영화발전기금 지원으로 바뀐 이후 매해 정부 예산 편성에서는 삭감됐다가 국회에서 힘겹게 복원되는 모습이 반복됐다. 지난해에도 30억 원으로 책정됐던 예산이 국회에서 35억 원으로 되살아났다. 이번에는 영진위 측이 알아서 삭감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어서 문제가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국제영화제 예산 삭감은 이명박 정권 시절인 지난 2010년 영화계 좌파 척결 논란이 있었던 당시 42억 원에서 35억 원으로 축소됐었다. 당시 뉴라이트 단체인 문화미래포럼 인사들은 국내 영화제들을 좌파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청산을 요구했는데, 조희문 영진위원장은 문화미래포럼 발기인이었다. 이번에 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 예비심사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종국 영진위 부위원장은 문화미래포럼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특히 영진위원 임명 때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김 부위원장은 "전체 영화예산을 늘릴 생각을 갖고 노력할 것이니 지켜봐 달라"고 했으나, 배정된 예산마저 불용처리하고 삭감시킬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신의 주장이 무색하게 됐다.

'글로벌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 심사'가 부산영화제에 대한 지나친 삭감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것으로 드러나는 만큼 심사위원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독립영화진영의 한 관계자는 "김 부위원장이 논란의 중심에서 역할을 했음이 확인되고 있으니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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