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기용 셰프 투입으로 논란을 야기한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맹기용 셰프 투입으로 논란을 야기한 JTBC <냉장고를 부탁해>. ⓒ JTBC


순풍에 돛 단듯 잘 나가던 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예기치 못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5일 방송에서 첫 선을 보인 맹기용 셰프의 요리에 대한 혹평이 자질 논란, 나아가 제작진의 갑질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맹기용 셰프에 대한 비난 글과 제작진을 향한 성토의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로운 멤버 투입을 통해 프로그램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했던 제작진의 '노림수'가 패착이 된 걸까.

현재 8명의 셰프가 고정멤버로 출연하고 있는 <냉장고를 부탁해>는 지난 25일부터 '셰프 로테이션제'를 도입했다. 해외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샘킴을 대신해 임시 출연한 적 있는 이연복 셰프와 함께 20대 셰프인 맹기용 셰프를 고정멤버로 투입, 총 10명의 셰프 중 8명이 매주 돌아가면서 녹화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변화를 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불거졌다. 맹기용 셰프와 이연복 셰프가 들어오면서 기존 멤버였던 홍석천과 박준우 기자가 휴가를 떠난 것인데, 이게 때 아닌 '박준우 하차설'로 이어진 것이다. 제작진이 "하차는 없다"고 못 박고 있는 만큼, 홍석천과 박준우 기자는 다시 돌아올 테지만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바로 왜 수많은 셰프를 놔두고 제작진이 성급하게 맹기용 셰프로 '낙점'했느냐이다.

새로운 멤버 투입, 신중에 신중 기했어야


수많은 팬덤을 거느린 MBC <무한도전>조차도 새로운 멤버를 투입하는 과정에서는 어김없이 홍역을 앓는다. 새로운 멤버가 들어오면서 혹시나 잘 유지되던 프로그램의 분위기와 조화가 깨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멤버를 투입하는 것은 그래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또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10년이라는 시간을 버텨온 <무한도전>조차도 쉽지 않은 일인데, 하물며 이제 막 인기에 날개를 단 <냉장고를 부탁해> 입장에서는 어떻겠는가.

생각해보자. 따지고 보면, <냉장고를 부탁해>가 새로운 멤버를 투입한 것은 비단 맹기용 셰프만이 아니다. 이원일 셰프와 박준우 기자 역시 인턴으로 중간 투입되었고, 이후 정식 멤버로 자리 잡았다. 이연복 셰프 역시 마찬가지다. 자리를 비운 샘킴을 대신해 몇 번 출연한 적은 있지만, 사실상 정식 멤버로 합류한 것은 25일 방송이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논란이 불거진 것은 맹기용 셰프뿐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은, 맹기용 셰프가 선보인 요리에 있다. 이날 방송에서 맹 셰프는 꽁치 샌드위치를 선보였는데, 이에 대한 시청자의 평가는 차갑기 그지없다. 통조림 꽁치를 이용해 샌드위치를 만든 맹기용 셰프의 도전정신(?)을 자질부족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게스트로 출연한 지누조차 "꽁치의 비린내를 잡지 못해 아쉽다"는 시식평을 내놓았다.

이날 방송이 처음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음식에 대한 혹평과 요리사로서의 자질 논란이 불거진 것은 맹기용 셰프 입장에서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다른 셰프들에 비해 커리어가 부족한 상황에서 실력마저 밀린다는 이미지가 쌓이면 시청자의 외면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논란의 중심 선 맹기용 셰프에게 필요한 건 캐릭터

맹기용 셰프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제작진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요리 실력만 놓고 따지자면, 박준우 기자나 김풍 작가 또한 다른 셰프들에게 뒤처지는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들이 맹기용 셰프와 달리 시청자의 지지를 받는 것은 확실한 자기 캐릭터가 있기 때문이다.

박준우 기자는 오랜 유학 생활을 바탕으로 세계 다양한 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김풍 작가는 자취생들에게 어울리는 생활밀착형(?) 음식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분명한 캐릭터에 더해 내놓는 음식까지 맛있으니, 비록 승리는 적어도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수많은 ‘먹방’, ‘쿡방’ 사이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수많은 ‘먹방’, ‘쿡방’ 사이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 ⓒ JTBC


만약 제작진이 맹기용 셰프를 정식 멤버로 받아들이고 싶었다면, '셰프 로테이션제'를 도입하기에 앞서 그에게 캐릭터를 구축할 시간을 주었어야 한다. 맹기용 셰프는 어떤 재료가 주어지더라도 중화풍으로 승화시키는 이연복 셰프가 아니다. 간장만 있으면 누구든 이길 수 있는 '맛깡패' 정창욱 셰프도 아니며, 한식을 전문으로 공부한 이원일 셰프도 아니다. 방송 전 이미 프로 요리사로서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은 샘킴이나 최현석은 더더욱 아니다. 이제 막 셰프로서 발돋움하는 신참 요리사에 가깝다.

젊음의 패기와 도전정신이 그의 정체성이 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이날 방송에서 그는 20대 셰프라는 정체성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한 거 같다. 제작진조차도 맹기용 셰프의 캐릭터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몰라 시종일관 외모만 강조하지 않았던가. 제작진 역시 맹기용 셰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인기에는 늘 잡음이 따른다. <냉장고를 부탁해> 역시 지금껏 크고 작은 논란이 있어 왔다. 냉장고 재료를 미리 공개한다거나, 혹은 15분을 넘겨 요리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셰프들이 만든 요리 그 자체를 놓고 논란이 불거진 적은 없었다는 점이다. 맹기용 셰프 투입과 동시에 그가 만든 요리까지 시청자 입방아에 오른 상황. 결코 가벼운 논란이라고 할 수 없다. 

과연 제작진은 이번 논란을 어떻게 극복해낼까. <냉장고를 부탁해>를 오래 보고 싶은 시청자 입장에서 제작진이 이번 논란을 현명하게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맹기용 냉장고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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