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방송된 KBS 2TV <인간의 조건3> 주요 장면들

23일 방송된 KBS 2TV <인간의 조건3> 주요 장면들 ⓒ KBS


디지털 문명 속에서 살아가며 '인간다움'을 잃어가는 시대에, '아날로그한' 인간성 회복을 주창하며 시작되었던 KBS 2TV <인간의 조건>. <인간의 조건>은 우리를 문명의 노예로 만들었던 핸드폰, 텔레비전, 컴퓨터 없는 이른바 '3무 생활'로 시작해 '쓰레기 없이 살기' '물 소비 줄이기' 등 갖가지 문명에 휘둘리지 않는 생활을 실천해 왔다.

그러나 점점 소재 고갈의 한계를 뛰어넘기가 어려워졌고, 시즌2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조건>의 고유한 정체성마저 잃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자중지란에 빠졌던 <인간의 조건>이 대세 셰프들을 포함한 새로운 멤버, '도시 농업'이라는 새로운 아이템과 함께 시즌 3(이하 <인간의 조건3>)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인간의 조건3>은 시작 전부터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KBS 연구동 건물 옥상에 농사를 짓기 위한 흙을 올리려다, 1층 어린이집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이에 제작진은 영등포 구청 옥상으로 장소를 옮기고 사전에 하중 조사까지 완료한다.

왜 이렇게 이들은 옥상에 텃밭을 만들려고 할까? 옥상 텃밭은 자투리 텃밭, 상자 텃밭과 함께 도시 열섬화 방지 및 녹지 공간을 통한 기후 완화, 정서 함양, 그리고 먹거리 공급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는 친환경 도시 농업의 일종이다. 옥상 텃밭은 그 하중만 견뎌 준다면 건물에 사는 사람들에게 친환경적 공간을 마련해 줌은 물론, 건물의 일조량을 견뎌주기도 한다.

아직은 기대 반 우려 반...이들은 진짜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새 멤버에서는 대세 셰프들이 먼저 눈에 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톰과 제리'처럼 아웅다웅하는 모습으로 이미 남다른 케미를 선보였던 최현석-정창욱 셰프가 합류한 것이다. 이들과 함께 예능의 길을 개척한 음악인 윤종신과 그의 음악 노예로 이름을 알리게 된 조정치, 그리고 이미 한 차례 <인간의 조건>을 경험했던 개그맨 정태호와 박성광까지 더해졌다.

익숙한 듯 하지만 이질적인 이 조합의 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23일 첫 방송된 <인간의 조건3>는 옥상에 텃밭이 만들어 지기까지의 과정을 선보이는 동시에 새로이 만난 여섯 멤버들이 친밀해지는 과정도 그렸다.

 KBS 2TV <인간의 조건3> 멤버들

KBS 2TV <인간의 조건3> 멤버들 ⓒ KBS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자신의 캐릭터를 들이밀었던 최현석은 그 여전한 '허세'가 <인간의 조건3>의 주요한 재밋거리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 못지않게 흥미를 일으킨 것은 정창욱의 활약이었다. '서기'를 자처한 꼼꼼한 성격에 사비를 내기도 마다하지 않는 헌신성, 그리고 이미 농사를 지어본 경험까지 갖춘 그는 옥상 텃밭 프로젝트의 적임자임을 첫 회에 이미 드러냈다.

이렇게 이미 대세가 되었지만 여전히 삽질마저도 '허세스러운' 최현석과 차곡차곡 자신의 캐릭터를 쌓아가는 정창욱에 비해, 다른 출연진들은 어쩐지 익숙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첫 회부터 몸을 쓰는 대신 '입농사'로 일관하는 윤종신의 경우, 과연 '예능적 캐릭터'로서의 진부함에 덧붙여, 옥상 '농사'에 어울리는 인물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동안 몸을 쓰는 리얼리티 예능에서 윤종신은 유독 진부하거나 미진한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몇 번의 삽질에 지쳐버린 조정치 역시 <인간의 조건3>에서의 활약상이 아직은 그려지지 않는다.

결국 몸을 쓰는 농사서 과연 지금의 여섯 명이 어느 정도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가 <인간의 조건3>가 받아들 성적표를 좌우할 것이다. 또 처음 호평 일색이던 그 좋은 설정을 뒤로 하고 <인간의 조건>이 'tvN <삼시세끼>와 비교된다'는 좋지 않은 평을 받았던 과정을 되돌아보면, 결국 지금의 멤버들이 흘린 땀을 예능으로 수확해낼 제작진의 능력에 <인간의 조건3>의 운명이 달려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하다못해 닭조차도 분량을 챙기는 <삼시세끼>가 순항 중인 이때, 대세 셰프들을 두 명이나 합류시킨 <인간의 조건3>이 과연 새로운 대세가 될 수 있을까. 일단, 첫 술에 배부르지는 않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인간의 조건3 최현석 정창욱 윤종신 조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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