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그런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주로 우리는 간접적으로, 대중매체를 통해 그들을 만납니다. 그러기에 오해도 많고 가끔은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임을 잊기 쉽습니다. 동시대 예인들이 직접 쓰는 자신의 이야기, '오마이 스토리'를 선보입니다. [편집자말]
 16일 오후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열린 추석특집극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최윤영.

배우 최윤영 ⓒ MBC


꿈이라기엔 막연해 보였던, 그저 한때 스쳐 지나가는 건 줄 알았던 게 인생의 전부가 되는 일이 있습니다. 사람들 앞에 끊임없이 자신을 세워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은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방황하는 지망생과 현실을 살아가는 직업인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꿈과 의리를 지켜내며 한 걸음씩 나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합니다. <배우 최윤영 드림>

모든 건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6학년 6반 교실에서 시작되었다.

그 반 학생들은 공부와 친하지 않았다. 우연이라 하기엔 신기할 정도로 소위 '끼 많은 친구들'로 구성된 반이었고, 거의 모든 수업이 장기자랑 시간으로 대체되기 일쑤였다.

용돈 대부분 공테이프 사려고...카세트 플레이어의 추억

반 아이들의 절반 이상이 연예인 꿈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학기 중반을 지나자 선생님께서도 그들의 꿈 양성을 위해 교과서를 과감히(?) 내려놓는 지경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그 안에 나도 있었다. 춤을 잘 추는 아이,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하는 아이, 개그로 웃음을 주는 아이... 여러 부류의 끼 많은 그들 속에서 난 '춤을 좀 추는 아이' 였다.

그 당시 난 S.E.S의 유진도 되었고 핑클의 이효리도 되었다가 영턱스클럽의 송지나도 될 수 있었다. 교과서로 가득 찼어야 할 가방에 소형 카세트 플레이어를 넣고, 방과후 교실이나 뒤뜰에 남아 춤을 췄다. 용돈의 대부분은 '공테이프'를 사는 비용으로 소비됐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라디오를 틀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길 손꼽아 기다리다가 운이 좋아 DJ에게 선곡되면 곧바로 녹음을 했다.

거의 녹음된 음악을 들었기 때문에 노래 도입부에 DJ의 목소리가 함께 녹음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녹음 할 노래가 엔딩으로 걸리면 뒷부분이 아예 잘려나가기도 했다. 이건 아마 90년대에 가요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 할 것이다.

꿈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영화 <코리아>에서 국가대표 탁구선수 최연정으로 분했던 최윤영.

영화 <코리아>에서 국가대표 탁구선수 최연정으로 분했던 최윤영. ⓒ 쇼박스


 KBS 1TV 드라마 <고양이는 있다>에서 최윤영은 극중 중심 인물인 잡지사 기자 고양순으로 분했다.

KBS 1TV 드라마 <고양이는 있다>에서 최윤영은 극중 중심 인물인 잡지사 기자 고양순으로 분했다. ⓒ KBS


부끄럽지만 그 당시 나는 막연히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꿈은 내가 '무엇이 되고 싶다' 라는 생각을 가진 순간부터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으며, 그 시작은 더 어릴 적 1993년 국민학교 1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저학년 땐 '국민학교' 세대를 보냈다) 땐 보통 선생님의 말 한 마디가 곧 법이었다. 입학하자마자 제일 무서워했던 체육선생님은 운동회 때 찾아 간 엄마에게 "따님 연예인 시켜 보라"는 얘기를 툭 던지셨다.

말 그대로 툭 던진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나는 무언가가 머릿속에서 툭 터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것도 몰랐던 난 어린 맘에 그 결심을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춤추는 방법을 선택 한 것이다. 그 이후 쭈욱...난 정말 무작정 춤을 추기 시작했다. 꿈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하여...

말도 많고 탈도 많던 6학년 6반엔 남자 댄스팀(?)도 있었다. 반의 여학우들이 S.E.S, 핑클로 분했다면 그들은 H.O.T, 젝스키스로 빙의했다. 남여 댄스팀은 소풍날만을 기다렸다가 공부도 마다하고, 열심히 준비해 온 장기를 선보이며 발군의 활약을 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동창, 김준수와 은혁

 초등학생일 당시 최윤영(우측)의 모습.

초등학생일 당시 최윤영(우측)의 모습. ⓒ 최윤영


 당시 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남자 댄스팀의 무대. 김준수(앞줄 중앙)와 은혁(맨 우측)의 모습이 보인다.

당시 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남자 댄스팀의 무대. 김준수(앞줄 중앙)와 은혁(맨 우측)의 모습이 보인다. ⓒ 최윤영


그 중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몇 명이 있었는데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강제 포함이다) 남자 댄스팀 중 두 명은 당시 학교 안에서 인기도 상당히 높았고, 춤·노래·랩 실력까지 고루 갖춘, 그야말로 될성부른 떡잎들이었다.

여자 댄스팀과 나란히 경쟁하는 수준이었다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그 두 명의 실력은 일취월장하여 지역신문에 날 정도로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중학교 말미에 급기야 유명기획사의 연습생들이 되었다. 그때만 해도 '연습생'이라는 말이 생소할 정도로 가수 데뷔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에 그들의 길이겠거니 생각했다.

나는 꿈에 한발 더 다가가기 위한 다른 방법으로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친했던 그들과 그녀들은 각자 나름대로 자기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훗날 그 두 명은 각각 동방신기의 시아준수(현재 JYJ의 김준수)와 슈퍼주니어의 은혁으로 데뷔하게 된다. 나 또한 예술고등학교에서 연기를 처음 접한 후, 내가 가야 할 정확한 길을 맞이하게 된다.

* 배우 최윤영의 '나의 꿈, 나의 의리' 2편으로 이어집니다.

 초등학교 6학년일 당시 최윤영이 속했던 반의 단체사진. 두번째 줄 좌측에서 두번째가 현재 JYJ의 김준수. 세번째 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슈퍼주니어의 은혁(이혁재). 최윤영은 두 번째 줄 우측에서 네 번째다.

초등학교 6학년일 당시 최윤영이 속했던 반의 단체사진. 두번째 줄 좌측에서 두번째가 현재 JYJ의 김준수. 세번째 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슈퍼주니어의 은혁(이혁재). 최윤영은 두 번째 줄 우측에서 네 번째다. ⓒ 최윤영



덧붙이는 글 최윤영은 2008년 KBS 21기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내 딸 서영이> <고양이는 있다> 등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고, 영화 <코리아> <무서운 이야기> <그댄 나의 뱀파이어> 등에 출연하며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최윤영 김준수 은혁 오마이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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