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치 퍼펙트:언프리티 걸즈`의 한 장면

영화 `피치 퍼펙트:언프리티 걸즈`의 한 장면 ⓒ UPI코리아


전국 아카펠라 대회 3년 연속 우승팀 바든 벨라스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생일파티 축하 공연 도중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낯 뜨거운 사고를 치고 만다.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망신이 된 그녀들은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월드 투어의 기회를 박탈당한다.

해체 위기에 놓인 바든 벨라스에게 마지막 기회가 부여된다. 세계 대회에서 우승하면 다시 노래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생기는데 과연 그녀들은 성공할 수 있을까?

국내에선 재미 못본 1편

최근 국내에선 <비긴 어게인> <위플래쉬> 등 음악 소재 영화들이 예상을 깨고 극장가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피치 퍼펙트:언프리티 걸즈> (이하 <피치 퍼펙트 2>)역시 이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까?

지난 2012년 개봉한 <피치 퍼펙트>는 미국 시장에서 예상외의 히트를 기록했다. 1700만 달러라는 할리우드 작품치곤 크지 않은 제작비로 전미 6500만 달러 (세계 1억1535만 달러)의 만만찮은 수익을 올리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는 해외에서의 현상일 뿐, 한국에선 관객 1만3천 명(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 기준)이라는 민망한 스코어를 올린 탓에 후속편의 국내 개봉이 과연 가능할지에 대한 물음표가 붙기도 했다. 

일단 미국에선 지난주 함께 개봉한 블록버스터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를 가볍게 제치고 흥행 1위를 차지했고, 불과 3일 만에 1편의 흥행수입을 뛰어넘었다. 우리나라에선 극장에서 1편을 본 영화팬이 거의 없는 점을 감안하고 설명하는 3년 전 이야기는 대략 이러하다.

전미 아카펠라 대회에 출전한 바든대학교 소속 여성 보컬팀 바든 벨라스의 리더 오브리(안나 캠프 분)은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결승전 무대에서 대형 사고를 저지른다. 이로 인해 망신당한 바든 벨라스는 신입 단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다.  

녹음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리믹스 DJ로의 성공을 꿈꾸던 신입생 베카(안나 켄드릭 분)는 우연히 바든 벨라스의 오디션을 통과하고 팀의 일원이 되지만, 음악적 방향성에 대해 상급생 오브리와 갈등을 빚는다.

하지만 뛰어난 가창력과 재능 덕분에 어느새 팀의 리더로 자리 잡으면서 오합지졸 구성의 아카펠라 팀은 점차 팀다운 모습을 갖추게 된다.

연출자 바뀌었지만...전편의 방향성은 계속 이어진다

 극중 아카펠라 협회장을 맡은 존 마이클 히긴스(왼쪽), 실제 감독+제작+조연 등 1인3역의 엘리자베스 뱅크스

극중 아카펠라 협회장을 맡은 존 마이클 히긴스(왼쪽), 실제 감독+제작+조연 등 1인3역의 엘리자베스 뱅크스 ⓒ UPI코리아


3년 만에 돌아온 <피치 퍼펙트 2>에는 달라진 점이 있다. 

먼저 가장 큰 변화는 감독 교체다. 최근 <스파이더맨> 리부팅의 감독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제이슨 무어가 또 다른 코미디물 <시스터스> 연출을 위해 빠진 자리를 배우 엘리자베스 뱅크스가 메웠다. 

1, 2편의 제작자이면서 극 중 미국 아카펠라 협회 임원 역으로 생뚱맞은 웃음을 선사한 그녀는 옴니버스 영화 <무비 43>을 비롯한 몇몇 단편 영화의 연출을 거쳐 감독 데뷔에 나섰다.

실패하는 속편의 주요 공통점 중 하나는 기존 배우의 변경이다. <피치 퍼펙트2>는 안나 켄드릭, 레벨 윌슨, 브리타니 스노우 등 기존 출연진 대부분을 그대로 등장시켜 전편과의 연결성을 강조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신입생 에밀리(헤일리 스타인펠드 분), 또 다른 라이벌 아카펠라 팀인 다스 사운드 머신 등을 선보이며 이야기에 신선함을 더했다.

또한 이성 교제, 졸업을 앞둔 고학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진로 고민 등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연결해 바든 벨라스 멤버들이 한 단계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뮤지컬 코미디이면서 20대 숙녀들의 성장 드라마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전편이 주인공 베카의 이야기에 방점을 두고 전개되었다면, 2편은 베카 외에도 졸업반 클로에(브리타니 스노우 분), 뚱녀 팻 에이미(레벨 윌슨 분) 등 주변 인물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19금 개그, 동문서답식 유머와 적당히 버무려지면서 관객의 웃음을 이끌어 낸다. 미국식 유머 코드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 1편을 놓친 분들도 함께 웃고 즐겨볼 만하다.

화려한 무대와 최고의 퍼포먼스는 여전해

 영화 `피치 퍼펙트:언프리티 걸즈`의 한 장면

영화 `피치 퍼펙트:언프리티 걸즈`의 한 장면 ⓒ UPI코리아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노래다. 1편에선 컨츄리 고전 'When I'm Gone(웬 아임 곤)'을 재해석한 'Cups(컵스)'가 주연배우 안나 켄드릭의 버전으로 빌보드 Hot 100 차트 6위에 올랐고, 사운드트랙 역시 전미 1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피치 퍼펙트 2>에선 하모니와 퍼포먼스가 전편보다 더욱 강력해졌다. 극 중 가상의 독일 아카펠라 그룹 다스 사운드 머신은 전자 사운드로 중무장한 EDM 원곡을 역동적인 댄스와 곁들여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구현, 말 그대로 소름 끼치는 무대를 선사한다.

여기에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 필리핀 출신의 필하모닉, 힌두어로만 노래하는 인도계 미국 보컬 그룹 펜 마살라 등이 카메오로 출연해 흥미를 돋운다.

특히 극 중 덴마크 세계 아카펠라 선수권 대회 장면에서 출연팀들이 각자의 언어 및 창법을 활용해 메들리 형식으로 재해석한 'Anyway You Want It(애니웨이 유 원트 잇, 록 그룹 저니 원곡)'의 라이브 무대는 하이라이트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영화는 콘서트 현장 이상의 박력과 열기를 객석으로 고스란히 전달한다. 

물론 터줏대감인 바든 벨라스 역시 예상외의 멋진 무대로 지난 3년을 기다린 팬들에게 좋은 선물을 선사한다.

관객들을 위한 보너스 트랙

 영화 `피치 퍼펙트:언프리티 걸즈`의 한 장면

영화 `피치 퍼펙트:언프리티 걸즈`의 한 장면 ⓒ UPI코리아


음악 영화 답게 <피치 퍼펙트 2>에선 유명 뮤지션의 카메오 출연이 눈길을 끈다. 힙합 스타 스눕 독은 주인공 베카가 인턴으로 취업한 녹음 스튜디오에서 천연덕스럽게 엽기송에 가까운 크리스마스 캐롤을 녹음한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 상영 도중 1~2편의 감초 캐릭터 범퍼(아담 디바인 분)가 나오는 쿠키 영상에선 의외의 팝스타들이 출연해 능청맞은 연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워낙 깨알 같은 재미를 주는 장면인 탓에 이 부분은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게 좋겠다.

28일 개봉.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피치 퍼펙트:언프리트 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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