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지원금 삭감을 결정한 2015 글로벌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 예비심사 회의록

부산영화제 지원금 삭감을 결정한 2015 글로벌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 예비심사 회의록ⓒ 성하훈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 삭감이 객관적 평가는 사실상 배제된 채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영진위가 국회 배재정 의원실에 제출한 '2015 글로벌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 예비심사 회의록'(이하 회의록)과 '심사평가의결서'를 보면 부산영화제는 지난해 평가와 올해 계획에 대한 평가에서 평균 78.31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주국제영화제가 2위로 76.8점이었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76.53으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회의록을 보면 심사과정에서 이 평가 점수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객관적인 근거 제시 없이 타 영화제와의 지원 형평성이나 예산 낭비 가능성 등이 제기됐고, 삭감 방향의 논의가 주를 이뤘다. 사실상 이전부터 삭감으로 심사 방향이 정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심사를 주관한 심사위원장이 문화미래포럼 출신 김종국 영진위 부위원장으로 확인돼 적잖은 파문이 예상된다. 문화미래포럼은 이명박 정부 당시 영화계 좌파 청산을 주장하는 문건을 만들었으며, 2010년 영화계 갈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단체다. 김 부위원장은 문화미래포럼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부산영화제는 경험치에 근거해 반 정도만 지원해도 충분"

회의록에 따르면 심사과정에서 부산영화제는 한 심사위원이 "부산영화제가 2018년부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얘기인가요?"라고 물으면서 처음 언급된다. 기획재정부 훈령에 따라 7회 이상, 10억 원 이상 지원을 받은 경우 8회부터는 아예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것인지 물은 것이다. 다른 심사위원은 "2018년 이후 아예 지원을 못 받는 거냐"는 질문에 "10억 이하로 받으면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부산영화제의 지원금에 대한 논의는 회의 중반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한 심사위원은 "지금까지 지원을 많이 받았으니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원금 배분과 관련하여 안을 내보면, 부산은 그동안 지원금이 집중화되어 타영화제보다 많은 혜택을 받아왔는데, 타영화제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서 7억~7억5천 정도가 어떨까 합니다."

다른 심사위원은 "부산영화제가 2018년부터 지원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알아서 챙길 거라고 봐서 굳이 지금부터 줄일 필요는 없다"면서 "12억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은 "반 정도만 지원해도 충분하다"고 7억 원 주장을 거들었다.

"저도 부산부터 말씀드리면, 아까 선생님께서 육성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원칙적으로 얘기하면 부산은 베니스나 베를린에 견줄만할 정도로 굉장히 성공한, 글로벌한 영화제라고 생각합니다. 칸은 명성 때문에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참여하는 규모나 국가적인 지원을 보면 역시 베를린이나 베니스만큼이나 글로벌화된 영화제가 부산영화제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부산이 20회가 되는 동안에 많은 혜택을 받아서 이만큼 컸으니까, 타 영화제에 양보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니 반 정도만 지원해도 부산은 충분히 용인할 것이라고 봅니다."

 19회 부산국제영화제 야외무대 행사에 몰린 관객들

19회 부산국제영화제 야외무대 행사에 몰린 관객들ⓒ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은 "예산을 아끼자는 차원에서 줄이자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구체적 수치가 아닌 "경험치에 근거해 제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은 어쨌든 간에, 전주가 한 7억 받는데 여기에 7억5천 정도로. 수치상으로 정밀하게 따져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그냥 첫째 전제가 예산을 아껴볼 필요가 있다는 것, 그다음에 제가 영화제 다녀본 경험치에 근거해서 제안을 드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12억 원을 제안했던 심사위원은 이 같은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며 논란이 될 수 있는 만큼 지나친 삭감은 과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부산영화제가 2018년에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들이 알아서 대책을 세워야 할 일이고, 부산영화제가 가진 상징성이 있는 데다가 또 전체적으로 다른 영화제와 비교해서 그렇게 급격하게 다운시켰을 때 그들이 합리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냐는 문제가 하나 있고, 또 하나는 지금 그렇지 않아도 부산영화제에 대해서 말이 많고 영진위가 부산영화제를 어떻게 하네 안하네 이런 저런 얘기들이 돌고 있는데, 굳이 맞불을 놓을 필요가 있느냐는 거죠.

자격이 안 된다면 아예 논의할 필요도 없지만, 기본적으로 여러 가지 요건이 되는데 이렇게 갑자기 반액으로 줄이면 영진위를 오해하게 하는 것은 아니냐는 것입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게 아닌가, 전략적으로라도 불필요하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7.5억, 반액으로 떨어지는 것은 좀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TV 사느라고 흥정하는 그런 게 아니고"

 영진위가 국회 배재정 의원실에 제출한 '2015 글로벌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 예비심사 회의록'. 심사위원 이름은 구분 없이 모두 ○○○으로 표기돼 있다

영진위가 국회 배재정 의원실에 제출한 '2015 글로벌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 예비심사 회의록'. 심사위원 이름은 구분 없이 모두 ○○○으로 표기돼 있다ⓒ 이정환


영진위가 국회 배재정 의원실에 제출한 회의록에 심사위원 이름은 구분 없이 모두 ○○○으로 표기돼 있다. 심사 과정에서 세 명은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고, 전체적으로 영화제 비용이 너무 많이 쓰고 있으니 줄이자"는 입장을 강조하며 8억 원 미만의 대폭 삭감된 지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한 심사위원만 지나친 삭감에 대한 부당성을 끈질기게 제기했다.

○○○ : "여기에서 어느 정도 정해서 올려야 합니다."
○○○ : "만약 합의가 안 되면 어떻게 되는가요?"
○○○ : "다수결로 하게 되어 있습니다. 심사위원 운영세칙에..."
○○○ : "액수는 다수결로 할 내용이 아니에요."
○○○ : "일단 여기 예비심사위원회는 결정 심사에 상정할 수 있는 지원액을 추천하게 되어 있습니다."
○○○ : "저는 부산영화제에 대해서는 7.5억을 제안합니다."
○○○ : "그럼 7.3억은 어떨지?"

○○○ : "저는 동의를 못 합니다. 그건 너무 많이 깎는 거예요. 2018년까지 예산이 그렇게 깎인다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그들이 대책을 세울 텐데 그것을 우리가 지금부터 줄인다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다고 했을 때, 지금 14억6천, 그리고 그동안에도 대략 그 정도에서 지원을 받았는데 갑자기 반액으로 확 줄어든다, 아무리 부산영화제가 자체적으로 지자체로부터 많이 받는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7억 이상이 떨어진다고 하면 그 사람들도 당황스러운 거예요. 예상 가능한 어떤 모션을 주고서 해야지 갑자기 예산을 반액으로 떨어트리면 영화제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힘들죠."

○○○ "지금 우리가 TV 사느라고 흥정하는 게 아니고, 딱 스펙이 정해진 상태도 아니고 다들 의견을 말씀하시는 건데, ○○○ 선생님이 일이 있어 먼저 갔으니, 세 사람은 8억 이하를 제시했고 한 사람은 12억을 제시했으니까 9인 위원회에서 선택하시라고 함이..."

이후 다른 영화제에 대한 지원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장인 듯한 사람이 "부산은 7.3, ○○○ 선생님의 12억은 반드시 소수의견으로 올리도록 하겠다"고 밝힌다. 하지만 다른 영화제 지원금이 흥정하듯 오가는 과정에서 부산영화제에 지원금은 7억5천만 원으로 결정된다. 영진위 9인 위원회에서 결정된 최종 지원 금액은 8억 원이었다.

"35억 확보하고 왜 안쓰나" 물으니 "다른 쪽으로 사용하면 될 일"

 영진위 글로벌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 심사평가의결서

영진위 글로벌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 심사평가의결서ⓒ 영진위


이날 회의 과정에서는 전체 35억 원의 예산 중 28억5천만 원만 배정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다른 심사위원들은 다른 쪽으로 사용될 수 있다면 문제없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 : "사실 영화계 입장에서 보면 '35억이라는 예산이 확보되어 있는데 왜 그것을 안 쓰고 남기려고 하느냐' 그렇게 볼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어요. 여기서는 '불필요한 예산을 줄여서 다음에 더 쓰면 되지'라고 하는 거잖아요. 물론 그건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이지만, 영화인들이 볼 때는 '예산이 나왔는데 다들 돈이 없어서 난리인데 그걸 왜 안 쓰고 남기느냐' 이렇게 나오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배분에 대해서 합리성을 요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쓸 수 있는 돈을 너무 아끼는 듯한 인상은 별로... 영진위가 영화계와 소통하는데 있어서도 그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 : "○○○ 선생님 얘기도 다 일리가 있는데, 예산이라는 게 남으면 어디 반납하는 상황은 아닐 거예요. 어떤 식으로든 다른 목적으로 전용될 수도 있는 거고, 영화인이나 영화산업을 위해 쓸 수 있도록 그걸 집행하는 팀이 폼 나게 쓰느냐에 달렸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거라서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 : "사실은 국제사업부 예산 100억 중에 35%니까 이건 어마어마한 금액이거든요. 다른 쪽으로 돌려쓸 수 있는 여지도..."

글로벌국제영화제 육성 지원 사업을 심사한 심사위원은 심사위원장인 김종국 부위원장 외에 김창유 용인대 교수, 정헌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사, 김재하 서울예대 교수, 조혜정 중앙대 교수 등 5인이다.

이번 심사와 관련해 김세훈 영진위원장은 최근 칸영화제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산영화제에서 계속 나를 오해한다"면서 "정당한 심사에 의해서 예산을 줄였고, 심사 기준도 다 공개했다"고 강조했다.

영진위에서 국제영화제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김미현 팀장은 "평가자료가 꼭 심사에 그대로 반영되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앞서 심사위원장인 김종국 부위원장은 "문화미래포럼 활동을 한 것에 따른 선입견 때문에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을 것 아니냐. 비난을 감수하겠다"면서 "개인적으로 좌파 청산 주장을 하지 않았고, 그런 주장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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