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삼시세끼-정선편> 제작진. 왼쪽부터 김대주 작가, 나영석 PD, 신효정 PD

tvN <삼시세끼-정선편> 제작진. 왼쪽부터 김대주 작가, 나영석 PD, 신효정 PD ⓒ CJ E&M


수수밭에서의 노역으로 점철됐던 강원도 정선의 가을과 혹독한 만재도의 겨울을 버틴 tvN <삼시세끼>에 봄이 왔다. 다시 정선으로 무대를 옮긴 <삼시세끼>는 직접 밭을 갈고 작물을 키우며 진정한 '농사꾼 형제'로 거듭나는 이서진과 옥택연의 모습을 그릴 예정이다.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영석 PD는 "기존 예능이 농촌을 그저 배경으로만 사용했다면, <삼시세끼>는 그 단계보단 깊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어촌편이 과도하게 시청률이 잘 나와 부담도 엄청 있지만, 과거 정선편의 연장선상으로 자연스럽게 출연진이 농촌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정선편이 이미 조성된 텃밭에서 무엇을 해 먹느냐가 포인트였다면, 이젠 봄이 왔으니 실제 밭을 가는 것부터 작물을 심는 것까지 다 해야 해요. 물론 더 지루할 순 있죠. 농사짓는 게 재밌는 그림인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봄의 풍경들과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남자들의 모습들을 무리수 두지 않고 보여드리려 합니다." (나영석 PD)

"정선편 잭슨-밍키와 어촌편 산체-벌이의 만남?"

 tvN <삼시세끼-정선편> 스틸컷

tvN <삼시세끼-정선편> 스틸컷 ⓒ CJ E&M


제작진과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지난 정선편과 달리 이번 <삼시세끼>에선 깜짝 놀랄 만한 요리 실력을 선보이는 이서진, 그리고 트랙터를 몰고 허허벌판이 된 수수밭을 누비는 옥택연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를 두고 신효정 PD는 "(이서진이) '차줌마' 차승원에게 경쟁의식을 느꼈는지, 원래 요리를 안 하겠다던 사람이 갑자기 요리를 하는데 그 점이 재밌더라"며 "정선에서 만재도의 맛을 느끼고 왔다"고 말했다. 나영석 PD 또한 "현재 이서진은 '강원도 하면 감자 아니냐'며 감자에 꽂혀 있다. 또 레몬을 심어 레몬소주를 마시겠다며 특수작물에도 탐을 내고 있다"며 "옥택연도 멜론을 심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김광규가 정규 출연진에 합류한 것도 새로운 부분이다. 김광규는 지난 정선편에서도 두 차례나 게스트로 출연한 바 있다.

"이젠 농사를 지어야 하다 보니 일손이 부족했던 게 (섭외의) 가장 큰 이유"라고 밝힌 나 PD는 "이서진-옥택연과 오랜 시간 친분이 있어 자연스럽게 그림에도 녹아들 것 같고, 일도 잘하는 것 같아 전격적으로 모셨는데 요즘 허리가 안 좋아 계속 누워계신다"며 "그 탓에 이서진에게 욕을 먹고 있어 아직까지 '케미'는 좋지 않지만, (허리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고 있으니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tvN <삼시세끼-정선편> 스틸컷

tvN <삼시세끼-정선편> 스틸컷 ⓒ CJ E&M


동물들의 '폭풍 성장'도 볼거리다. 유독 이서진을 따르던 염소 잭슨은 2세 다이아와 펄을 얻었고, 작고 귀여운 외모로 사랑받았던 강아지 밍키는 "사춘기 처녀가 됐다"는 게 나영석 PD의 설명. 신효정 PD도 "밍키가 특히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이 자랐는데, 사춘기다 보니 옥택연과의 관계도 지난 시즌과는 다를 것"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게스트 운용에도 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그동안은 이서진-옥택연과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던 이들을 위주로 프로그램을 꾸려 갔다면, 이번엔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하겠다는 것. "지난 정선편을 보면 고아라가 왔을 때 옥택연이 최고의 생산성을 발휘하더라"는 나 PD는 "그래서 그 나이대의 젊은 배우나 가수들을 많이 불러 그 힘으로 옥택연이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만들 생각"이라며 "첫 번째로 온 게스트도 엄청난 활약을 해 줬다. 그 분이 오자마자 옥택연이 미친 듯이 일을 하고, 또 민소매 티셔츠만 입고 돌아다니더라"고 귀띔했다.

다만 제한선은 있다. 나 PD는 어촌편의 차승원이나 유해진을 정선편에 등장시키는 문제를 두고는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나 PD는 "어촌편과 정선편은 조금 성격이 다르다"며 "만남을 성사시키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먼저 정선편 고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강아지 산체나 고양이 벌이처럼 어촌편의 마스코트가 되어 주었던 동물들의 출연을 두고도 그는 "시청자가 원하는 그림이라는 것도 알고, 우리도 재밌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마치 스타들의 아이들이 <아빠! 어디가?>에 나갔다고 좀 더 자라면 당연히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가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동물들도 지금이 민감한 시기다. 가능한 한 그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데려오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프로듀사'와의 대결, 쫄았지만...무리한 설정 넣지는 않겠다"

 tvN <삼시세끼-정선편> 스틸컷

tvN <삼시세끼-정선편> 스틸컷 ⓒ CJ E&M


<삼시세끼>는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복불복도, 추격전도 하지 않는다. 그저 출연진이 세 끼를 해 먹으며 농사를 짓고, 가끔 농담도 하고, 잠을 자는 모습을 40대에 육박하는 카메라가 쉴 새 없이 찍어댈 뿐이다. 이를 두고 김대주 작가는 "대단한 에피소드 없이 그냥 (출연진이) 자연스럽게 밥 먹고, 일하고, 놀고 하는 걸 지켜보는 게 일"이라며 "그래서 가끔은 '왜 우리가 현장에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나영석 PD는 "사실 정선편엔 내가 원하는 모든 게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대중을 위해 만드는 프로그램이지만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주변의 자연과 동물을 담고, 익숙하지 않은 삶 속에서 좌충우돌하면서도 그 상황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내가 평소에 원해 왔던 것"이라고 전한 나 PD는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을 다 집어넣어 만든 프로그램인 만큼 앞으로도 중심을 흔들리게 하거나 무리한 설정을 넣을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특히 지금은 <넝쿨째 굴러온 당신>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의 대본에 김수현, 공효진, 아이유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는 KBS 2TV <프로듀사>와의 대결을 앞둔 상태. 그럼에도 나 PD는 "편성 상황이나 여러 가지가 전작보다 안 좋은 건 사실이지만 주변의 상황에만 신경을 썼다면 이 독특한 프로그램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동안 즐겨 주셨던 분들이 즐겁게 보실 만한 콘텐츠를 계속 만들고 싶다"고 재차 말했다.  

 tvN <삼시세끼-정선편> 스틸컷

tvN <삼시세끼-정선편> 스틸컷 ⓒ CJ E&M


"(<프로듀사>와의 대결에) 상당히 쫄아 있는 상태에요. 일단 화려하잖아요. 얼핏 봐도 배우, 감독, 작가까지 다 <어벤져스> 느낌이라...하지만 다행히 <삼시세끼>는 4개월간의 장기 프로젝트고, <프로듀사>는 한 달 정도 하면 끝나더라고요. 그때까지만 잘 버티면 우리에게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태풍은 맞부딪히면 안 되니, 지나가길 기다려야죠.

사실 '언젠가는 망할 수 있다'는 생각은 늘 해요. 그게 지금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처음 시작할 땐 어깨도 무겁고 불안하고 그랬는데 윤여정 선생님의 '나영석 PD가 망해봐야 한다'는 말씀에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누구나 망할 수도 있고 또 일어설 수도 있다는 걸요. 지금 망한다고 해도 받아들일 거고, 또 잘 되면 감사해야 할 일이라 생각해요. 다만 '지금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드는 거죠." (나영석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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