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부산영화제 사무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지난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부산영화제 사무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 청와대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영진위의 지원금 삭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은 6일 성명을 발표해 "박근혜 정부가 대한민국 국민들과 부산시민들이 20년 동안 공을 들여 키워온 부산국제영화제를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의 해당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한 의원실은 "향후 상임위 긴급현안질의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영화계에서는 영진위의 지원안이 의결되는 과정에서 금액을 올려야 한다는 합의가 있었음에도 형식적으로 절차를 통해 기만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부산영화제에 대한 삭감이 박근혜정부 정책 방향이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지난해 <다이빙벨> 상영에 따른 사실상의 보복 조치가 맞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영진위에 따르면 글로벌국제영화제 지원사업(이하 국제영화제 지원사업)은 지난달 27일 9인 위원회 정기회의에서 논의됐다. 이보희 영진위원을 제외한 감사 포함 9인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안건은 모두 5개였다. 상정된 안건은 대부분 원안 의결됐으나 영화제 지원금을 결정하는 '국제영화제 지원사업'과 '독립영화관 지원사업'은 의결이 연기됐다. 두 사업은 영화계의 큰 반발을 얻고 있는 사안이다. 

국제영화제 지원사업 논의 과정에서 지나치게 삭감된 부산영화제 지원금 삭감에 대해 위원들 간에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계 인사들과 영진위 측의 말을 종합하면 당초 영진위에 올라온 예산은 7억 5천만 원이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예심 심사위원단에서 부산영화제에 대한 일부 상향 조정을 재고하는 것을 전제로 조건부 의결했다.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6, 반대 1이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위원 중 한 명이 12억 정도는 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논의 과정에서 상향 조정한 후 다시 의결하자는 제안을 김종국 영진위 부위원장 등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5천만 원이 인상된 8억으로 결정됐고, 이틀 뒤인 29일 임시회의를 통해 서면 의결됐다. 이날 의결도 참석하지 않은 위원들이 여럿 돼 전화 등을 통해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영진위가 이를 서둘러 처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영진위 측은 "당일 <어벤저스2> 시사회가 있어 위원들이 회의 참석 후 함께 보기로 했지만 못 오신 분들이 있어 서면으로 동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명이라도 서면으로 의사를 표시할 경우 서면의결로 표기된다"면서 "전주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있던 상태에서 4월을 안 넘기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영진위 측은 또 "12억 지원금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아마 개인적인 차원에서 한 이야기가 전체회의에서 한 것처럼 와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조건부 의결 제안에 대해서는 "김종국 부위원장뿐만 아니라 몇 분이 비슷한 의견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영진위 심사에서 문화부 지침 무시하기는 어려워"

 2014년 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모습

2014년 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모습 ⓒ 이정민


영화계 일부에서는 이명박 정권 당시 영화계에 혼란을 일으켰던 문화미래포럼 활동 인사인 김종국 부위원장이 이번 부산영화제 예산 삭감에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종국 부위원장은 현 영진위원들 중 국제영화제에 대해서는 가장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 때는 위원장을 대신해 참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종국 부위원장은 "예전 전력 때문에 많은 오해를 받고 있다"면서 "제기되는 의혹들이 다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이번 영진위 심사에서 김종국 부위원장이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진위 측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그렇지 않다.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심사에 참여한 영진위원과 심사위원 명단 및 회의록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영화계 일부에서는 부산영화제 예산 삭감은 문화부 장관의 지시를 받아 위원장이 직접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이명박 정권 시절 영화제 지원 심사에 참여했던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영진위 사업 심사에서 문화부 지침을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진위 측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조희문 위원장 때는 위원장 개입이 있었지만 이후로는 그렇게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화부 측도 "일방적인 억측에 불과하다"며 한마디로 일축했다.

영진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위원장이 맘대로 할 수 있다면 복잡할 일이 없을 것이다. 영진위는 위원장이 모든 걸 다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전 위원장이나 현 위원장의 역할에 큰 차이가 없는데, 현 위원장에게만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어 "지금 결정되는 사업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방향이 정해졌던 것이지 현 위원장이 취임 후 이뤄진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부 측의 한 인사는 "(영화계가) 이런 결과를 예상 못한 것은 아니지 않냐?"면서 "정부의 정책 방향이 그렇게 정해진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진위의 국제영화제 지원 사업 심사 결과에는 "총 지원예산이 특정 영화제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상황을 완화하고, 국제 행사에 대한 지원을 세심하게 하자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결정을 하자는 취지도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부산영화제 예산 삭감이 박근혜 정부의 가이드 라인이 작동한 결과로 볼 수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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