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닥터 조 역의 배우 수현이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닥터 조 역의 배우 수현이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2005년 한중 슈퍼모델 1위. 이후 드라마 <게임의 여왕> <브레인> 같은 드라마를 찍을 때까진 몰랐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을 줄 말이다. 물론 할리우드 진출이 배우의 최종 관문은 아니겠지만, 전 세계 최대 상업영화 시장에 진출한 점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에서 닥터 헬렌 조로 분한 수현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주목을 받았다. 영화의 서울 로케이션 촬영이 확정됐을 때 수현이 과연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의견이 분분했고, 그녀 자신조차도 몰랐다.

지난 23일 개봉과 함께 연일 외화 흥행기록을 깨고 있는 <어벤져스2>는 분명 수현에겐 큰 도약의 기회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수현은 "흥행이 내 덕분은 아니지만 영화 자체가 잘 되고 있으니 기분은 좋다"고 차분한 어조로 심경을 전했다.

<어벤져스2>에 합류하기까지..."사실 다른 시리즈물인 줄 알았다"

 <어벤져: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닥터 조 역의 배우 수현이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수현은 마블 코믹스의 팬이었다. <아이언맨> 시리즈를 좋아하고, 특히 아이언맨(로버트 다웃 주니어 분)의 연인 페퍼 포츠(기네스 펠트로 분)를 동경했다. 시나리오가 들어온 것은 수현이 KBS 2TV 드라마 <브레인>을 찍을 2011년 무렵이었다.

"다른 할리우드 작품의 오디션을 준비하던 차에 대본이 왔어요. 울트론을 처음 만나는 장면, 토르에 대한 얘기하는 장면이었죠. 알고 보니 디즈니 본사에서 선택해서 우리 회사에 대본을 보낸 거더라고요. 한국 배우 중 영어 대사를 할만한 이들을 추린 거죠.(수현은 5살 때 미국에서 약 6년간 살다 귀국해 국제학교에 다녔다-기자 주) 

비디오 오디션을 본 후 조스 웨던 감독이 한국에 왔을 때 면접을 봤어요. 처음엔 과학자 설정이라 <앤트맨> 대본인 줄 알았어요. 마블에서 과학자를 내세운 작품이거든요. 원작이 있다는 말에 여러 작품을 추측했는데 <어벤져스2>일 줄은 몰랐죠. 물론 걱정도 있었어요. 주변에선 할리우드에 진출한 중국 배우처럼 전형적인 아시아인 역을 하는 건 아닌지 우려도 했고요. 나중에 편집이 되든 일단 참여하는 자체가 좋다고 생각하고 준비했습니다."

 <어벤져: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닥터 조 역의 배우 수현이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사실 원작에서 닥터 조의 비중은 크진 않다. 어벤져스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것이 전부인데 오히려 영화에선 갈등의 빌미도 제공하는 등 비중이 커졌다. 수현은 원작에 없던 감정을 만드느라 더욱 대본에 충실해야 했다. 초능력이 없는 인간인 이상 영웅들과 차별되는 느낌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이질감을 드러내지 않는 게 관건이었다.

막상 공개된 영화에서 수현의 대사 일부가 편집되긴 했지만 스스로는 익숙했던 한국이 그대로 나오고,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녹아들어 간 듯해 만족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몇 마디의 한국어 대사 역시 보조 출연자들과 호흡하며 수현이 직접 만들어 간 것이었다.

"할리우드 진출 배우라는 것에 부담 안 가지려 해"

 <어벤져: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닥터 조 역의 배우 수현이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수현에게 붙은 '신데렐라'라는 수식어는 한국 배우로서 마블 코믹스 대작에 입성했다는 사실에서 나온 말이다. <어벤져스2> 이후 미국 드라마 <마르코폴로 시즌2>에도 합류할 예정이기에 주변의 부러움을 충분히 살 만하다. 혹여 의무감이 있는지 물으니 "실망시키고 싶지 않기에 부담은 가지만 현장을 즐기며 집중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미 김윤진 선배 같은 분이 길을 터주어서 우리에게도 기회가 오는 것 같아요. 다니엘 헤니와 제가 같은 회사인데 그분이 연기하는 모습을 못 봤으면 저 역시 할리우드 진출을 엄두도 못 냈을 겁니다. 이번에 미국 레드카펫을 밟기 전에 김윤진, 배두나 선배의 기사를 다 찾아보곤 했어요. 외국 가서 쉽지만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죠.

외국에 이렇게 빨리 나갈 거라 생각 못 했어요. 제 나이가 서른인데, 관객들 수준이 높아져서 30대 후반 배우들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진다고 보기에 조급하진 않았거든요. 10년 후에도 활발하게 한국과 미국 작품을 하고 싶어요. 그땐 예술, 독립 영화를 많이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상업 영화로 이슈가 되기보단 배우로 새로운 역할을 경험해보고 싶어요. 영어 연기도 익숙해져야 하고요. 제가 클라우디아 킴으로 외국에서 활동하는데 문화적으로 미국 등을 파악해서 편하게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어벤져: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닥터 조 역의 배우 수현이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단숨에 치고 올라온 것처럼 보이지만 2006년 드라마 SBS <게임의 여왕>으로 데뷔한 이후 3년의 공백기가 있었다. 수현이 직접 택한 방황이었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예술 하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지만, 연기가 꿈에 근접한 길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러 작품이 들어왔지만 모두 중단하고 정체성을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기회가 많았던 때였는데 오히려 위기였어요. 제 가치관과 기준이 많이 흔들리더라고요. 모델 데뷔도 그렇고 모든 게 뜻하지 않게 갑자기 이뤄진 일이었거든요. 평생 연기할 수 있을지 답을 찾아야 했어요. 유명세나 돈이 인생의 목표는 아니었기에 다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죠. 그림도 그리고 음악과 노래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영어 관련한 일도 제안받았고요. 근데 막상 더 공부하긴 어렵겠더라고요. '연기를 하게 된 게 우연은 아니겠지, 무슨 뜻이 있겠지'라는 확신에 다시 작품을 시작한 거죠."

그렇게 해서 KBS 2TV 드라마 <도망자 플랜비>를 찍게 됐다. 방향을 재설정한 후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 지금까지 걸어온 것이다. 분명한 목표도 생겼다. 비영어권 배우지만 그 누구보다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것.

"마리옹 꼬띠아르는 영어를 잘 못 했지만 불리함을 극복하고 멋진 할리우드 배우가 됐잖아요. 동시에 <내일을 위한 시간>처럼 멋진 예술 영화도 하고요. 여러 방면에서 제 가치를 입증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수현 어벤져스2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클라우디아 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