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화면 밖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타와 작품을 위해 카메라 뒤에 서는 숨은 공신들을 조명합니다.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마세요. [편집자말]
 복면을 쓰고 노래 경연을 펼치는 MBC <일밤-복면가왕>

복면을 쓰고 노래 경연을 펼치는 MBC <일밤-복면가왕> ⓒ MBC


"호흡 곤란으로...숨 멎는 줄 알았어요."

얼굴을 가린 채 노래 경연을 하는 MBC <복면가왕> 설 특집 당시, '공작부인' 가면을 쓴 배우 원기준의 토로에 진짜 '숨 멎을 뻔'했던 사람들은 따로 있다.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가면을 제작하는 패션업체 유안의 대표 김유안과 디자이너 타코(한주형) 팀장이다.

하지만 이날 원기준과 가수 케이윌이 쓴 가면은 그들이 만들지 않았다. 기성 가면에 덧댄 검은 천이 숨을 들이쉬는 가수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걸 TV로 지켜봐야 했던 디자이너들은 "우리가 만든 가면을 썼으면 노래 부를 때 편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자극 없는 특수원단 사용...카무플라주 무늬는 금지

 지난 19일 방송된 MBC <복면가왕> 2차 경연에 등장한 복면 가수 8인.

지난 19일 방송된 MBC <복면가왕> 2차 경연에 등장한 복면 가수 8인. ⓒ MBC


한주형 팀장은 특수제작한 가면에 대해 "얼굴은 최대한 가리고, 노래 부르는데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메이크업이나 헤어스타일이 망가지지 않도록 실험과 연구를 거쳤다"며 "가수들이 가면을 썼을 때 불편함이 없는지 체크하고 수정·보완하기 위해 녹화일에는 12시간 이상 함께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화려한 외관보다 중요한 것이 내부다. 김유안 대표가 고안해 특허출원 중인 이 가면의 안쪽은 눈-코-입으로 이어지는 라인에 골조와 숨구멍으로 호흡을 용이하게 했고, 여성 출연자의 경우 인조 속눈썹이 가면에 닿지 않도록 두툼한 원단과 철사로 공간을 줬다.

원단도 아무거나 쓸 수 없다. 보안 때문에 녹화중이 아닌 리허설 때나 화장실에 갈 때도 가면을 쓰고 있어야 하는 출연자들을 위해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아야 하고, 비닐 같은 소재는 마이크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어갈 수 있기에 사용할 수 없다.

노래를 부르는 것과 상관없이 금지된 디자인도 있다. 카무플라주(camouflage), 일명 밀리터리 룩이라 불리는 군복의 얼룩덜룩한 무늬다. 유안이 제작한 가면 중 몇 개가 카무플라주 때문에 수정됐는데, 한 팀장은 "IS 무장단체 등 테러조직이 (연상될 수 있다는 게) 문제가 돼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정작 '락카 두통' 쓴 가면은 '감전주의 액션로봇'"

 MBC <복면가왕>에서 전 국가대표 체조선수 신수지가 착용했던 '입 돌아간 체리' 가면의 제작과정.

MBC <복면가왕>에서 전 국가대표 체조선수 신수지가 착용했던 '입 돌아간 체리' 가면의 제작과정. ⓒ (주)유안


모든 가면은 하나씩 수작업을 거친다. 가수 홍진영이 썼던 '사랑의 하트뿅뿅'이나 전 체조선수 신수지가 지난주 방송에서 착용했던 '입 돌아간 체리'처럼 큐빅이나 핫픽스로 수놓은 디자인은 하나하나 핀셋으로 촘촘하게 박아 넣었다. 설 특집 우승자인 솔지의 '자체검열 모자이크'는 말 그대로 모자이크를 만들 듯이 한장 한장 재단해서 연결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공을 들인 가면은 개그맨 정철규가 썼던 '감전주의 액션로봇'이다.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황금락카 두통썼네'라는 이름의 가면도 있지만, 정작 락카를 두통 쓴 건 이 로봇이었다고. 한주형 팀장은 "플라스틱 가면 틀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락카를 칠했는데, 한 번에 색이 들지 않아 사포질을 하고 다시 락카를 칠하는 과정을 두세 번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MBC <복면가왕>에서 개그맨 정철규가 썼던 '감전주의 액션로봇' 가면.

MBC <복면가왕>에서 개그맨 정철규가 썼던 '감전주의 액션로봇' 가면. ⓒ (주)유안


하지만 그 정성이 카메라에 다 담기지 못하기도 한다. 가면 위에 LED 전구를 사용해 불이 들어오도록 했지만, 생각보다 조명이 밝아서 불빛이 거의 보이지 않아 '감전주의'라는 수식이 무색했기 때문이다. 가수가 너무 빨리 탈락해 가면이 빛을 오래 보지 못하는 경우도 안타깝다. 한 팀장은 "설 특집 때 조권 씨가 썼던 '꾀꼬리 같은 파랑새'는 깃털 하나하나를 다 붙여 시간과 재료비에 공을 들였는데 아쉬웠다"고 전했다.

'패하면 가면을 벗는다'는 프로그램의 법칙 상, 가수가 떨어지면 가면도 무대 뒤로 퇴장해야 한다. 짧게는 노래를 부르는 3~4분 동안 조명을 받기 위해 디자이너들은 "한 달을 가면과 함께 보냈다"고 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복면가왕>의 가면들은 방송이 끝난 후 유안에서 보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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