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재개봉 포스터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재개봉 포스터 ⓒ (주)프레인글로벌


갱스터 영화사의 손꼽히는 명작,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가 올해 초 개봉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일으킨 재개봉 영화의 인기를 이어받아 높은 관객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4시간 11분짜리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지난 4월 9일 재개봉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개봉 2주차에 접어든 이번 주부터 더 많은 상영관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될 전망이다.

수정주의 서부극의 거장으로 알려진 세르지오 레오네가 무려 13년에 걸쳐 완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 영화는 영화사에 해결되지 않는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를 낳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미스터리란 세르지오 레오네가 이 영화를 통해 진정으로 하고자 한 말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에 따르면 이 영화의 지금껏 알려진 판본은 모두 열 한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최초 편집본은 무려 10시간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입국에 따라 서로 다른 편집을 거친 탓에 11개의 서로 다른 판본이 존재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팬들에게는 그 가운데 네 가지 판본이 널리 알려져있다.

하나의 영화, 11개의 판본...서로 다른 편집과 구성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그 어떤 성장과 우정이 가미된 누아르 영화가 이 장면을 참고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그 어떤 성장과 우정이 가미된 누아르 영화가 이 장면을 참고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주)프레인글로벌


한국에 최초로 수입된 건 2시간 13분짜리 편집본으로 미국에서 TV 방영용으로 제작된 것을 구정 연휴 TV방영을 위해 가져온 것이었다. 이후 3시간 48분짜리 비디오가 출시되었는데 앞의 2시간 13분짜리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시간배열로 화제를 모았다. 앞의 판본은 연대기식 시간배열인데 반해, 뒤의 판본은 플래시백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수동적으로 몇몇 에피소드를 들어낸 수준을 넘어 전개방식 자체를 달리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었다. 3시간 48분짜리 판본은 미국과 일본의 극장개봉용 마스터(최종 편집본) 필름으로 알려져있다.

현재 한국에서 재개봉한 건 3시간 48분짜리 마스터에 감독이 몇몇 장면을 직접 추가한 4시간 11분짜리다. 이는 4시간 15분짜리 유럽 개봉용 판본과 유사하며 한국에 출시된 DVD 역시 같은 마스터를 기준으로 한다. 네 번째로 유명한 판본은 6시간 10분에 이르는 필름인데 칸느 영화제에서 감독판으로 상영됐다는 후문이지만 구하기 쉽지 않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미스터리는 이 판본들이 개봉판과 감독판으로 나뉘는 보통의 마스터들과는 그 편집과 구성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앞에 적은 것처럼 판본 간에 연대기적 구성과 플래시백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을 뿐더러 갱스터의 대립과 노동조합 등 주요하게 다뤄지는 소재와 에피소드에 있어서도 정도의 차가 큰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많은 평론가들이 세르지오 레오네의 진의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았는데 정작 감독 본인은 인터뷰 때마다 번번이 다른 대답을 하며 팬들의 애를 태웠다. 이미 세르지오 레오네가 고인이 된 마당이니 이 영화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는 영화팬들의 영원한 숙제로 남은 듯 하다.

연출과 연기 등 충분히 훌륭한 요소를 많이 찾을 수 있음에도 사건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이로부터 도출되는 주제가 명확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 영화의 명백한 단점이다. 하지만 다양한 판본 속에서 세르지오 레오네의 진의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영화팬들은 영화라는 매체가 갖는 매력에 한 껏 취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본인의 입으로 명백한 주제를 드러내지 않은 감독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잊지 못할 누들스, 귓가에 맴도는 데보라의 테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누들스 역할을 맡아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연기를 펼친 로버트 드니로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누들스 역할을 맡아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연기를 펼친 로버트 드니로 ⓒ (주)프레인글로벌


기본적으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사랑과 욕망, 우정과 배신이 엇갈리는 대서사다. 이탈리아 영화계의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가 할리우드에 헌정했으며 할리우드 갱스터 누아르 영화에 있어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시리즈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몇 안되는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명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을 맡았고 엔니오 모리꼬네가 음악을 담당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언제나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연기를 하는 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과 첫 호흡을 맞춘 이 영화에서 그를 감동시키는데 성공했다. 본래 그는 청년시절의 누들스만을 연기하는 조건으로 캐스팅되었지만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그의 연기를 보고는 늙은 누들스의 역할도 그에게 맡겼다고 한다.

극 중 누들스가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술집 화장실의 벽에 난 구멍을 통해 벽 반대편을 들여다 보는 장면은 로버트 드니로 연기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장면에서 그의 눈빛은 조금의 과장도 없이 완벽한 과거에의 향수에 젖어있고, 이런 그의 연기는 영화의 깊이를 한 층 더하는 요소임에 분명하다. 만약 드니로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결코 지금 만큼의 가치가 없었을 것이다.

드니로의 연기 못지않게 영화에 공헌한 것이 있다면 바로 배경음악일 것이다. 영화가 제작되기 10년도 전에 작곡되었다는 메인음악은 이 영화의 분위기와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져 유년시절부터 청년시절, 그리고 노년시절이라는 영화의 세가지 시점을 연결하는 매개로써 사용된다. 꼭 이 곡이 아니더라도 적재적소에 배치된 배경음악들은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 조성에 상당부분 공헌하고 있는데 음악이 작품을 완성시켰다 해도 지나치지 않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는 모두 세 개의 시점이 등장한다. 주인공 누들스가 소년이던 1921년, 그가 출소해 범죄에 손을 대는 1932년, 그리고 노년의 누들스가 등장하는 1968년이 그것이다. 영화는 이탈리아 이민자와 유대계인이 모여사는 뉴욕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20세기 초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땅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의 암울한 삶을 뒷골목에서 함께 성장한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파멸을 통해 표현해내고 있다.

이 대사 만큼은 잊지 못하리라..."누들스, 나 미끄러졌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데보라의 아역을 연기하며 잊지 못할 인상을 남긴 제니퍼 코넬리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데보라의 아역을 연기하며 잊지 못할 인상을 남긴 제니퍼 코넬리 ⓒ (주)프레인글로벌


영화의 가장 큰 장점으로 유독 많은 명장면이 등장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이 영화가 발굴한 최고의 스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제니퍼 코넬리의 발레신은 엔니오 모리꼬네의 데보라의 테마와 어우러져 잊기 힘든 감상을 자아낸다. 출소 후 데보라와의 첫 데이트로 해변의 전망좋은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린 누들스가 불어로 유창하게 음식을 주문하는 그녀에게 열등감을 드러내던 장면은 많은 이들이 명장면으로 손꼽는 순간이다.

동네의 매춘부와 성교를 하기 위해 푸딩을 사온 어린 도미니크가 계단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다 그만 푸딩을 모두 먹고 도망치듯 떠나는 장면이나 벅시의 총에 맞은 도미니크가 "누들스, 나 미끄러졌어"라고 말하고 죽어가는 장면 등은 다른 영화에서 보기 힘든 명장면이다.

이번 재개봉은 한국 최초의 4시간대 확장판 극장상영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편집과 전개에서 최고의 완성도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받는 판본답게 영화를 보고 온 관객들의 평가 역시 상당히 호의적이다. 이번 재개봉을 찾는 건 영화팬으로서 놓치기 아까운 기회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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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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