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MC (왼쪽부터) 문세윤, 유민상, 김민경, 김준현. 매주 금요일 저녁 8시 20분 방송.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MC (왼쪽부터) 문세윤, 유민상, 김민경, 김준현. 매주 금요일 저녁 8시 20분 방송. ⓒ 코미디TV


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의 '먹방'은 한낱 입술을 스치고 지나가는 '입가심'에 지나지 않았다. 개그맨 유민상·김준현·김민경·문세윤이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은 차고 넘치는 먹방을 왜 또 봐야 하는지, 그동안 봐온 것이 과연 진정한 먹방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트렌디한 맛집에서 날씬한 언니들이 예쁘게 한입 먹고 음식을 가득 남긴 채 일어서는 먹방에 아쉬움을 느꼈다면, 매번 발우 공양하듯 그릇을 비워내고 감자탕의 버린 뼈도 다시 보는 네 사람에게서는 음식에 대한 예의와 경건함마저 느껴진다.

MC들을 보면 "그래 나 뚱뚱하다"고 일갈하던 김준현의 유행어가 먼저 떠오르지만, 아무거나 많이 먹는 '식탐'을 강조하는 방송은 아니다. 14일 서울 가양동의 CU미디어 앞에서 만난 <맛있는 녀석들> 연출자 김대웅 PD는 "뚱뚱한 사람들은 무조건 많이 먹는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그보다는 '먹어본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법을 안다'는 점에 집중해 차별화된 먹방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MC들의 남다른 체구가 웃음의 소재로 부각되어 있기는 하다. 이를 테면 그들이 타고 이동하는 '뚱카'는 일부러 작고 아담한 스타일의 차종을 선택했다. 김 PD는 "차량 제조회사에 500kg 이상 타도 되는지 물었더니, 화물을 실을 거냐고 되묻더라"는 구슬픈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회식도 방송의 연장...4시간 동안 먹는 얘기만"

 <맛있는 녀석들> '산채비빔밥' 편에서 '쪼는맛' 벌칙에 걸려 먹지 못한 김준현을 제외한 세 명의 MC들이 '9공(공기밥 아홉 그릇)'을 비웠다.

<맛있는 녀석들> '산채비빔밥' 편에서 '쪼는맛' 벌칙에 걸려 먹지 못한 김준현을 제외한 세 명의 MC들이 '9공(공기밥 아홉 그릇)'을 비웠다. ⓒ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시작은 '뚱톡'이었다. 먹는 걸 좋아하는 개그맨들이 맛집과 음식정보를 공유하는 SNS 모임에서 지금의 콘셉트에 착안한 것. 김 PD는 "그 멤버 중에서도 예능적인 캐릭터를 고려해 지금의 네 사람을 섭외했다"며 "얼마나, 어떻게 먹는지 보고 싶어 뷔페에서 첫 미팅을 했는데 음식에 대한 기호와 철학이 다 달라 서로 조화가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준현 씨는 음식에 대해 모르는 게 없어요. 한 번은 <맛있는 녀석들> 회식을 했는데, 전 세계에서 뭘 어떻게 먹었는지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얘기하더라고요. 회식이 아니라 방송의 연장 같았어요. 아버지를 통해 맛있게 먹는 비법들을 전수받았대요. 고기를 잘 굽는 방법이라든지, 돈가스를 소스가 아닌 소금에 찍어먹는다든지 하는 노하우를 방송으로 풀어내고 있죠."

"서운한 말을 들었을 때 치마살이 생각난다"고 고기애(?)를 구체적으로 표현할 만큼 미식가의 삶을 살아온 김준현이 자연스럽게 체득한 지식을 풀어놓는다면, 문세윤은 '노력형'이다. 김 PD는 "방송할 음식을 알려주면 집에서 아내와 미리 만들어보고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내준다"고 그의 준비성을 칭찬했다. 문세윤과 김준현은 활동해 온 방송국이 달라 초반에 서먹해하기도 했는데,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음식에 대한 서로의 조예에 감탄하며 하나가 된 지금은 <맛있는 녀석들>의 철학을 지탱하는 두 기둥이 되어주고 있다.

혼자 사는 유민상은 쉽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피자,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아직까지 미식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김 PD는 "언젠가 편의점을 털어볼 예정인데 그때는 유민상 씨가 활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김민경은 '공부하는 스타일'이다. 방송에서 "어릴 때 못 살아서 엄마가 고기를 구워준 적이 없다"고 고백했던 그는, 문세윤이 "실수로라도 씹었어야 했다"고 통탄할 만큼 흔한 음식인 삼겹살도 스무 살이 넘어 먹어봤단다. 김 PD는 "민경 씨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감자탕과 곱창을 처음 접했는데, 곱창을 배운 날 한판을 혼자 싹쓸이했다"며 "새로운 맛에 대한 반응을 보는 재미가 있다"고 전했다.

"맛집 위주의 방송 되지 않으려...MC들이 큰 역할"

 <맛있는 녀석들> '라면뷔페' 편에서 MC들이 라면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제안했다.

<맛있는 녀석들> '라면뷔페' 편에서 MC들이 라면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제안했다. ⓒ 코미디TV


한 번은 네 MC들이 먹는 모습을 촬영하던 카메라감독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박차고 나와 방송에 그대로 담겼다. 그들이 화면 쪽으로 내민 숟가락에 자기도 모르게 '아' 하고 입을 벌렸다는 시청자의 고백도 있을 만큼, <맛있는 녀석들>은 먹방에 최적화된 MC들의 캐릭터 덕을 크게 보고 있다. 김 PD는 "'돈가스' 편에 나온 식당은 그 동네에서 유명하지만 방송에 출연한 적은 없었는데, 사장님이 MC들을 보고 촬영을 허락했다. 그런 경우가 몇 번 더 있었다"고 말했다.    

"웬만한 맛집은 <식신로드>와 정보 프로그램들이 한 번씩 훑고 지나갔기 때문에 방송에 소개되지 않은 곳을 찾으려 했습니다. 사실 식당 섭외가 쉽지는 않았어요. 방송국이 돈 받고 촬영한다는 이야기를 저도 들어봤는데, 식당 사장님들도 그걸 염려했거든요. 우리는 제작진이 사전 답사하러 갈 때부터 촬영 때까지 돈 내고 먹어요. 물론 사장님들이 제작진 먹으라고 음식을 더 주기도, 값을 좀 깎아주기도 하시죠."

지금까지의 먹방이 맛집을 소개하거나 레시피 위주였다면, <맛있는 녀석들>의 주제는 '감자탕' '짜장면' '떡볶이' '돈가스' 등 아주 단순하다. "사람들이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평범한 음식에 네 MC들의 노하우를 더해 비범하게 만들려고 했다"고 의도를 설명한 김 PD는 "김치찌개에 날계란 하나만 넣어도 색다르다고 알려주는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이어 기억에 남는 음식으로, 김준현이 살짝 구운 식빵에 쌈장을 잼처럼 바르고 곱창을 넣어 만든 샌드위치를 꼽은 그는 "느끼할 것 같지만 정말 맛있었다"고 강력 추천했다.

다행(?)인 건, MC들이 생각보다 많이 먹는 편은 아니라서 제작비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김 PD는 "평범한 1인분보다 2배 반 정도 더 드시는 것 같다"면서도 "이번 주에 '간장게장' 편 녹화인데, 얼마나 먹을지 모르겠다"고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시청자들도 MC들이 무조건 많이 먹는 걸 보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 그는 "우리 역시 식탐을 부각시켜서 웃기려는 의도가 없고, MC들도 그런 걸 보여주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맛있는 녀석들>에서 음식을 먹지 못하는 벌칙 '쪼는맛'에 걸려 괴로워하는 유민상을 문세윤이 위로하고 있다.

<맛있는 녀석들>에서 음식을 먹지 못하는 벌칙 '쪼는맛'에 걸려 괴로워하는 유민상을 문세윤이 위로하고 있다. ⓒ 코미디TV


"유일한 예능적 장치가 '쪼는맛(음식을 먹지 못하는 벌칙)'인데,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 먹는 거 아니냐고 의심하는 시청자들도 있죠. 그런데 촬영이 끝나도 절대 먹지 않아요. MC들이 리얼한 방송을 위해서 끝까지 벌칙을 수행하기로 약속했대요. '김치찌개' 편에서 민경 씨가 '쪼는맛'에 걸려서 결국 울었을 때는 정말 미안했어요. 앞으로는 아예 못 먹게 하기보다 '한입찬스' 같은 장치적인 보안을 해볼 생각입니다."

일본 만화 <고독한 미식가>를 연출에 참고했다는 김대웅 PD는 "어느 지역의 식당에 찾아가 음식을 먹으며 방백을 하는 주인공처럼 각 지방의 포스가 느껴지는 골목식당을 돌아보고 싶다. 해외 촬영도 계획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연출자가 되기 전에 카메라팀에 몸담았던 만큼 화면에 음식을 맛깔나게 담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

"슬로우모션 촬영이 가능한 FS7 카메라를 활용하려고 합니다. 보글보글 끓는 찌개에서 방울이 튀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며 탐스럽게 익어가는 모습, 국수를 먹을 때 쫄깃한 면발이 후루룩 올라오는 모습 등을 생생히 담고 싶어요. <맛있는 녀석들>이 내후년까지 방송할 수 있다면, UHD 시대를 대비하는 먹방이 돼야죠."

맛있는 녀석들 김준현 유민상 문세윤 김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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