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장수상회>에서 대쉬 전문가 박양 역의 배우 황우슬혜가 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 <미쓰 홍당무>로 데뷔한 황우슬혜, 그때 나이가 서른이었다. 남들은 늦었다고 자책할 시간에 오히려 황우슬혜는 바닥부터 밟고 올라갔고, 어느덧 드라마와 상업 영화를 오가며 존재감을 알리는 배우가 돼 있었다.

4년 전 공포영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 이후 재회한 황우슬혜가 보다 발랄해져 돌아왔다. 강제규 감독의 <장수상회>, 그러니까 박근형-윤여정이 전면에 나선 영화에서 다방 아가씨 박 양으로 존재감을 알리게 된 것이다. 그간 출연작품을 떠올려보면 다소 적은 분량이었지만 스스로는 "박 양이 '전설의 미친X'으로 등장해 영화의 재미를 더하지 않나"며 "보시는 분들이 재밌게 생각해준다면 만족할 것"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사랑이야기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으면"

<장수상회>를 두고 '황혼 로맨스'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쉽지만 황우슬혜는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잘 보면 다들 사연 있고, 아픔이 있다"며 "좀 더 넓은 범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드라마"로 정의했다.

그녀가 맡은 박 양 역시 불우한 환경에서 고아로 자라며 다방에서 일하고 있지만 사람에 대한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한 인물이다. 제대로 된 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불량 학생들의 협박을 받는 이웃 학생을 위해 온몸 던지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극 중 마트 사장인 장수(조진웅 분)를 짝사랑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장수상회>에서 대쉬 전문가 박양 역의 배우 황우슬혜가 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장수상회>에서 대쉬 전문가 박양 역의 배우 황우슬혜가 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크게 보면 사랑에 대한 얘기인데 자세히 보면 장수도 그렇고, 다들 평범한 삶은 아니에요. 어른들도 상처가 있음을 알게 해주죠. 편부모라든가, 이혼했다든가 아픔들이 있죠. 그런 의미에서 <장수상회>가 관객들에게 더 감동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캐릭터들을 보면서 '아 난 저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구나.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야지' 생각하시면서 위로를 얻었으면 해요.

박 양도 고아로 자랐지만 성격이 밝은 이유가 자기 삶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강제규 감독님은 좀 더 맹한 캐릭터를 주문했는데 제가 자연스럽게 표현하려 하니 그 점도 인정해 주시더라고요. 나중엔 박 양 같은 인물의 삶을 따로 그린 작품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어떤 의미에서 실제 황우슬혜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 보였다. 4년 만의 인터뷰였고, 그 사이 소속사 역시 두 번을 옮겼다. 여배우 입장에서 조급함을 가질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황우슬혜는 "회사 문제로 작품 활동을 많이 못하긴 했지만 연기 연습도 하고, 나름 알차게 보냈다"며 웃어 보였다. 황우슬혜는 "그럴 때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의 매니저나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이 다 좋은 사람이라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각인생이라 책임감은 더 강해야 했다"

 영화<장수상회>에서 대쉬 전문가 박양 역의 배우 황우슬혜가 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그런 의미에서 최근 불거진 여배우들의 작품 품귀 현상에 있어서 할 말이 좀 있었다. 제작사들이 주로 40-50대 남성 중심의 영화를 만들고 있고, 그만큼 여배우들의 설자리가 줄어든다는 공감대가 있는 게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여기에 황우슬혜는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여배우 없이 남자들끼리 작품을 할 수는 없으니 여배우의 입지가 좁아졌다고 보진 않는다"며 "남의 탓을 하기보다는 나를 바라보며 연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을 밝혔다.

화려해 보이는 외모에 자칫 연기가 가려질 요인도 있지만 황우슬혜는 틈틈이 무대 연기에 도전하려 했고, 실력을 쌓아왔다. 20대 초반부터 연극 무대 연기에 문을 두드렸고, 실제로 이번 영화 촬영 직전 연극 무대에 오를 수도 있었으나 일정 문제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녀 역시 "아직은 더 내공을 쌓아야 한다고 느꼈다"며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황우슬혜에게 '지각인생'이란 단어를 꺼냈다. 손석희 앵커가 언급해 화제가 됐던 말이다. 흔히 말하는 통과의례, 즉 꿈을 갖고 도전하며 일을 이뤄가는 때가 남보다 늦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는 요지였다. 이에 황우슬혜 역시 공감했다. 대학에 입학해서야 배우를 꿈꾸게 됐고, 다소 늦은 데뷔였기에 그녀는 "더욱 책임감을 느끼며 단계를 밟으려 했다"고 털어놨다.

 영화<장수상회>에서 대쉬 전문가 박양 역의 배우 황우슬혜가 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장수상회>에서 대쉬 전문가 박양 역의 배우 황우슬혜가 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제가 대학교 입학도 좀 늦었고, 남들보다 항상 한 박자가 뒤쳐졌어요. 그래서 그런지 뭔가 하나를 맡으면 신중하게 또 최선을 다하려 했어요. 막연하게 스튜어디스, 유치원 선생님을 생각하다가 스물세 살 때인가 우연히 어떤 연극을 보고 배우를 꿈꾸게 됐고, 그때부터 연기 연습을 시작했잖아요. 연기를 통해 관객과 감정을 나누고 서로 동화돼 가는 과정이 신기했어요. 일단 출발이 늦으니 작은 거라도 맡게 되면 더 책임감이 들더라고요. 요즘도 매일 연기 연습실을 다니면서 다음 기회를 노리고 있답니다(웃음)."

대부분의 배우가 그렇듯 황우슬혜 역시 변신에 대한 욕심이 컸다. "단편적으로 혹은 기능적으로 소비되는 캐릭터가 아닌 배우로 내 안의 새로운 면을 꺼낼 작품을 만나고 싶다"며 "아마 그때가 되면 더 깊이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또 하나, 황우슬혜는 "자기 자신의 상황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좋은 사람들과 힘을 나누며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거 같다"고 덧붙였다. 가까운 시일 내에 관객들이 그녀의 새 면모를 확인할 기회가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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