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와 서울환경영화제 포스터

전주국제영화제와 서울환경영화제 포스터 ⓒ 전주영화제&환경영화제


두 영화제 모두 부산영화제의 상황을 빗댔다. 상영작 문제로 압력이 와도 굴하지 않겠다고 했고 정치적 간섭은 잘못된 것이라며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와 서울환경영화제(환경영화제)가 1주일 간격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영화제의 주요 상영작들을 공개했다. 영화제의 기존 색깔 유지와 알찬 프로그램을 강조했지만 올해 국내 영화제들의 화두는 정치적 독립성으로 모아지면서 부산영화제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았다.  

그만큼 영진위의 검열 논란으로 비롯된 '표현의 자유' 위축과 <다이빙벨> 상영에 따른 부산시의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사퇴 압박 논란을 거치면서 간섭에 대한 부담감이 한결 높아졌음을 엿보였다. 음으로 양으로 관계기관들의 관심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압박이 있어도 버텨내겠다는 의지 역시 어느 때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주영화제의 경우 2013년 <천안함 프로젝트> 공개로 요주의 대상이 된 상태고, 지난해에는 영화제 기간 중 <다이빙벨> 제작 논의가 오가기도 했다. 전주에서 시작된 세월호 다큐 제작 논의가 부산영화제 <다이빙벨> 공개로 속도 있게 전개된 셈이다.

전주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올해도 영화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작품들이 상영되는지에 대한 관심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천안함프로젝트> 때 워낙 심했기 때문에 비교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환경영화제는 환경을 주제로 하는 영화제답게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등을 비판하는 작품들이 여럿 선보였는데, 2013년에는 최열 집행위원장이 정치적 탄압 논란 속에 1년 간 수감되기도 했다.

지난해는 댐 문제를 다룬 <댐네이션>이 크게 주목받으며 대형 토목사업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댐네이션>은 기존의 댐을 허물고 주변 생태계가 복원되는 모습을 생생하게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인데, 영화제 이후 댐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 중심으로 공동체 상영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서울환경영화제] 대중성에 초점, 개막작은 <사랑해 리우>

 서울환경영화제 에코프렌즈로 위촉된 배우 노경학과 진경

서울환경영화제 에코프렌즈로 위촉된 배우 노경학과 진경 ⓒ 성하훈


"압력이 온다고 할지라도 굴할 수 없다. 그런 것을 극복하는 것이 환경영화제의 몫이다. 다른 영화제들은 지자체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환경영화제는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다."

7일 오전 서울 정동에서 열린 12회 환경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최열 집행위원장은 영화계를 휩쓴 '표현의 자유' 문제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오동진 부집행위원장 역시 "정부가 불편해 할 수 있는 영화들이 있지만 상영해야 한다"며 각오를 내비쳤다. 설경숙 프로그래머는 "압력을 받은 적은 없다"면서 "작품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의 명칭 후원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상영작품 목록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더 잘 해보려는 의미로 해마다 후원기관에 문화부를 넣고 있는데, 올해는 예전과 달리 어떤 영화가 상영되는지 작품 목록을 제출하라고 해 검열하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 측은 "기관의 명칭을 후원에 올리는 행사의 경우 기본적으로 행사의 성격과 내용, 상영작 등을 검토해서 결정하는 게 원칙일 뿐 특별한 요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올해 환경영화제 후원기관은 환경부와 산림청, 서울시, 서울시교육청, 영진위. 주한미국대사관 등이다.

올해 환경영화제의 주요 프로그램은 기존처럼 기후 문제와 핵 문제 등을 다룬 작품들이 포진했다. 국내에서도 원전 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태에서 후쿠시마 핵, 방사능 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눈에 띈다. 밀양 주민들의 송전탑 건설 저지를 기록한 박배일 감독의 <밀양 아리랑>과 제주 해녀를 소재로 한 함주현 감독의 <그림 그리는 해녀>, 손경화 감독의 <의자가 되는 법> 등도 주목되는 작품들이다. 이전 상영작 중 화제를 모았던 <블랙피쉬>와 <댐네이션> 등도 다시 상영된다.  

올해 특징은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부분이다. 이를 강조하듯 개막작은 <사랑해 리우>가 선정됐다. 특정 도시에 대해 11명의 감독들이 각각의 주제로 만들어낸 옴니버스 영화다. 2006년 <사랑해 파리>, 2008년<뉴욕 아이 러브 유>를 잇는 도시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임상수 감독이 참여했다.

환경이란 주제와는 관련성이 약해 보이지만 설경숙 프로그래머는 "최근 환경영화의 경향이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아름다운 도시와 자연을 다룬 작품이라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오동진 부집행위원장은 올해 "프로그램이 탄탄하게 꾸려졌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홍보대사 역할인 '에코프렌즈'에는 배우 진경과 노영학이 각각 위촉됐다. 노영학 씨는 "환경이라는 주제가 무거울 수 있지만 영화를 통해 환경 문제를 알릴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진경 씨는 평소 환경관련 다큐를 보며 환경 문제를 깨달았는데, 같은 걱정을 하는 분들과 함께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모두 47개국 113편이 상영되는 환경영화제는 오는 5월 7일~14일까지 광화문 씨네큐브와 인디스페이스. 서울 시민청 등에서 개최된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은 독립성 강조, 집행위원장은 겸직 논란

 지난 3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 전주영화제가 제작을 맡는 '삼인삼색 2015' 참여한 감독과 배우들이 김승수 조직위원장(좌측에서 네번째), 고석만 집행위원장(좌측에서 다섯번째)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 전주영화제가 제작을 맡는 '삼인삼색 2015' 참여한 감독과 배우들이 김승수 조직위원장(좌측에서 네번째), 고석만 집행위원장(좌측에서 다섯번째)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성하훈


"영화제는 시민들과 영화인들이 만드는 행사다. 행정과 정치가 간섭해서는 안 된다."

지난 3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승수 전주시장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김 시장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부산영화제를 압박한 부산시장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전주는 영화제의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다짐했다.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속에 전주영화제는 상대적으로 부산영화제와 비교해 여유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예민한 작품들은 눈에 띠지 않는다. 김영진 프로그래머는 "세월호 참사 관련 영화는 상영작에 없다"며 "일부러 안 뽑은 것은 아니고 출품된 작품이 없었다"고 밝혔다.

올해 영화제는 전주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프리미어 작품이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새로운 영화들을 찾아내는 역할에 올해도 프로그래머들의 노력이 돋보인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한국경쟁 작품들은 철저하게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대부분이 월드프리미어로 구성됐다. 남미영화에 주목하는 흐름은 지난해부터 연속성 있게 이어진다.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브라질, 칠레 영화 등이 선보인다. 그리스 현대영화들 역시 주목되는 부분이다. 새로운 영화와 미지의 영화를 찾아내는 역할에 충실한 모습이다.

공간의 확장도 꾀해 올해는 개·폐막식 장소가 전주종합경기장으로 바뀌고 대규모 야외상영도 이뤄진다. 고질적인 개·폐막식 좌석난을 개선하게 됐다는 것도 변화다. 상대적으로 개·폐막식에서 소외됐던 관객들이 혜택을 입게 됐다. 상영관을 추가하면서 전체 좌석도 늘어났다.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한 것인데, 다만 관객들의 움직이는 거리가 늘어나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 집중도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3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

지난 3월 3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 ⓒ 성하훈


프로그램과 영화제 운영에 대해서는 착실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으나 올해 역시 고석만 집행위원장 역할에 대해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고 위원장은 지난해 2배 이상의 과도한 월급 인상으로 영화계의 안팎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면 올해는 겸직논란을 일으키며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석만 집행위원장은 지난 2월, 2016년에 개최되는 나주친환경디자인박람회 총감독으로 선정됐다. 나주친환경디자인박람회는 내년 5월 5일~29일까지 개최될 예정인데, 공교롭게 전주국제영화제와 겹치는 시기다.

하지만 "겸직에 문제가 없다"며 "둘 다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비상근 명예직 성격으로 자유롭게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며 "다른 영화제 위원장들의 경우 교수직을 겸임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위원장인 전주시장님께 말씀드렸고, 전주영화제에 지장이 없는 차원에서 돕고 있는 것이어서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아니나 겸직이 불법이나 탈법, 위법이 아니어서 부끄럽거나 지적 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 고 위원장의 입장이다. 

그는 "국가적 행사의 총감독으로 자문하는 것뿐이며 그쪽에서 나를 원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돕는 것"이라면서 내년 행사기간이 겹치는 것에 대해 "(디자인박람회를)사전 준비 과정에서 일이 많지 시작하고 나면 특별히 할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2013년에는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 개·폐회식 총감독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영화계에서는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북지역의 한 영화인은 "영화를 전공해서 가르치는 역할과 축제 행사 총감독이 어떻게 같은 범위가 될 수 있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내 영화제에서 활동했던 한 영화계 인사는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제가 끝나고 해외 영화제를 다니며 인맥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프로그래머들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 집행위원장이 직접 해외 감독들을 만나 초청의사를 전달하고 활동을 돕는 게 중요한데, 전주영화제는 그 역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소재 대학의 중견 영화과 교수는 "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이해를 못하신 상태에서 자리에 앉아 계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영화제 한 관계자는 "위원장님에 대한 이야기는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봐라. 우리도 어떻게 하시겠다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며 답답한 반응을 나타냈다.

전주영화제 환경영화제 고석만 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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