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이 끝나면 일요일도 끝나는 느낌이야"

월요병을 매주 앓던 직장인 L씨는 일요일 밤마다 습관처럼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를 시청했다.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았던 그에게 채널선택권은 없었다. L씨가 <개콘>을 봤던 건 재미있었기 때문이었지만, 동시간대에 예능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개콘>은 타채널의 드라마에 밀리며 시청률 부진의 늪에 빠졌다. 그리고 L씨는 <개콘>이 예전보다 재미없어졌다고 불만이다. <개콘>의 시청률 추이를 봤을 때 L씨의 개인적인 의견만은 아닌 것 같다. <개콘>은 3월 들어 1일 11.5%, 8일 12.9%, 15일 13.9, 22일 12.7%(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20%에 육박하던 전성기의 모습을 찾아보기란 힘들다. 그리고 지난 22일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이 금요일 오후 11시 25분에서 일요일 오후 8시 45분으로 편성됐다. <웃찾사>는 22일 첫 개편방송에서 5.9%를 기록했다. <웃찾사>는 <개콘>을 넘어 부활할 수 있을까. 일요일, 직장인들의 월요병을 안정시켜줄 '웃찾사에 빠지는 세 순간'을 추천한다.

시사풍자는 '묵직한' 돌직구로(LTE-A뉴스·뿌리 없는 나무)

 'LTE-A뉴스'의 한 장면

'LTE-A뉴스'의 한 장면 ⓒ SBS


<개콘>이 정치풍자에 소극적인 데 비해 <웃찾사>는 'LTE 뉴스'를 선보이며 독한 시사 풍자로 명성을 얻었다. 'LTE 뉴스'는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빠르게 간추려 전달하는 뉴스라는 컨셉으로, 이후 'LTE-A뉴스'(강성범,임준혁)로 이름을 바꿨다. 뉴스라는 컨셉답게 풍자는 직설적이다. 청년실업률 정책을 비판하거나 이명박 전 대통령 성대모사를 하며 '요즘 불안하지 않으시냐'고 묻는다. 또 기준 금리를 내린 정책을 언급하며 "집 없는 사람들은 전세값 오르고, 더 없는 사람들은 월세값 오르고 지금 국민들은 혈압오르고, 내려가는 건 월급 뿐"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한다.

'뿌리 없는 나무'에서는 남호연이 호연왕이라는 가상의 왕 역할을 소화한다. 호연왕은 혀는 짧지만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은 왕이다. 돈 없는 백성들이 폐가에 몰래 사는 바람에 동네에는 귀신이 있다는 소문 퍼진다. 호위무사는 이들을 적발해 처벌하려 하지만 호연왕은 우선 백성들의 사정을 듣는다. "월급은 쥐꼬리인데 요즘 전세가 웬만한 집값보다 비쌉니다. 전세 구할 돈은 없고 폐가에 살게되었습니다"고 말하자 호연왕은 "백성들의 잘못이 아니다. 정책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나라의 잘못이 크다. 여봐라,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을 펼치도록 하라"며 관객들의 환호를 받는다. 희극이 외면하지 말아야 할 역할 중 하나는 역시 사회풍자의 역할이며, <웃찾사>는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강렬한 중독코드(신 국제시장·우리형)

 '우리 형'의 한 장면

'우리 형'의 한 장면 ⓒ SBS


'신 국제시장'은 영화 <국제시장>을 패러디하고 있다. 아버지 역할의 정철욱이 부산에 산 지 30년이 되도록 부산사투리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이상한 사투리를 쓰는 것을 웃음 포인트로 가져가고 있다. 정철욱의 사투리는 여태껏 들어보지 못한 말투로 외국인이 쓰는 한국어에 더 가까워서 그 말을 길게 듣고 있자면 언뜻 듣기에 중국 고전 시를 낭독하는 느낌도 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유머코드이지만 소위 병맛코드를 좋아한다면 '신 국제시장'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형'은 동생을 위해 길거리에서 장사를 형의 이야기를 그렸다. 가난한 형제의 컨셉은 과거 <웃찾사>의 인기 코너인 '행남아'의 김태현과 김신영의 조합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그 둘의 만담이 주요 웃음포인트였던 것과는 달리 '우리형'에서는 형이 귀가 어두워서 동네건달의 협박을 이상하게 알아듣고 결국 동네건달에게서 자리를 지켜낸다는 설정이 포인트다. '죽을래?' '네 듣고 싶어요' '정말 죽을래? '네 정말 듣고 싶어요'와 같은 방식이다. <웃찾사>의 전성기 시절에는 코너마다 유행어가 있었다. <웃찾사>를 더 빛나게 했던 것도 유행어였지만, <웃찾사>가 암흑기에 접어들며 재미없다는 평을 들을 때도 역시 유행어에 집착한다는 말이 많았다. 유행어에 웃고 우는 <웃찾사>가 이번에는 활짝 웃게 될까.

만화책를 찢고 나온 캐릭터(막둥이·배우고 싶어요)

 '배우고 싶어요'의 한 장면

'배우고 싶어요'의 한 장면 ⓒ SBS


'막둥이'에서는 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김현정의 호연이 눈에 띈다. 조직폭력배 조직에 남장을 한 채 잠입수사를 하는 김현정은 그곳에서 예전에 사랑했던 남자를 만나며 여자임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JTBC <썰전>에서 개그맨 이윤석은 요즘 꽂힌 것들을 소개하는 코너에서 <웃찾사>를 소개하며 '막둥이'를 연기하는 김현정이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며 추천하기도 했다. 개그우먼의 미친 연기력을 보고 싶다면 '막둥이'를 놓쳐서는 안된다.

'배우고 싶어요'에는 총 3명의 출연자가 나오지만 테니스를 배우고 싶어하는 안시우가 극의 대부분을 이끌어간다. 출연자 간의 조합을 활용하기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열연을 하는데,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웃찾사>의 홈페이지에도 나오듯이 '배우고 싶어요' 역시 '선 병맛 후 중독'의 성향이 강한 코너다. 극의 서사나 인물의 갈등은 찾아 볼 수 없고, 안시우는 같은 말만 무한 반복한다. '신발, 신발, 바지, 바지, 티, 티, T, E, N, N, I, S, 테니스!'와 '매우고 싶어요~'를 반복하는 이 캐릭터에 대해 호불호가 알릴 수 있으나 '불호'가 아닌 '호'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이 만화같은 캐릭터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활을 꿈꾸는 <웃찾사>는 오늘 저녁 개그콘서트와 두번째 대결을 앞두고 있다. <웃찾사>는 웃음을 찾을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석준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웃찾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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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안녕의 안녕」 작가.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씁니다. https://brunch.co.kr/@byul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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