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8일,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한 가수 JYJ의 길고 긴 소송의 항해가 끝났다. 2009년 7월 31일 SM의 지나친 장기 계약과 수익 분배의 불공정함을 제기, 전속 계약 무효를 주장하며 시작되었던 JYJ의 소송은 3년 4개월이라는 시간을 거쳐 양 측의 합의로 마무리되었다. 스물 세살, 네살 때 시작된 소송이 멤버들이 스물 여덟, 일곱 살이 되어서야 막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소송 중이라는 이유로 방송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멤버들은 소송이 종료된 이후에도 드라마 등 개별 활동 외에는 각종 음악 프로그램이나 예능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오죽하면 2014년 8월 7일 방영된 JTBC <썰전>에서 평론가 허지웅은 지상파 방송 출연 스케줄이 없는 JYJ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소송 이후에도 암묵적으로 횡행하는 방송가의 출연 금지 카르텔(담합)에 대한 비난을 한 바 있다. 하지만 김구라 등이 언급했듯이, '방송가의 침묵의 카르텔'이 존재하는 한 가수로서 음악이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다.

JYJ 방송 출연, 거저 얻은 것은 아니다

 한밤의 레드 카펫

한밤의 레드 카펫 ⓒ sbs


하지만 2015년 봄, 꽃샘 추위를 물리치고 찾아온 봄 볕처럼, 그간 방송에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던 JYJ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25일 방송된 SBS <한밤의 TV연예>는 '한밤의 레드카펫' 코너에서 다음 주 첫 선을 보일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의 두 주인공 박유천, 신세경을 초대했다. 도대체 새로 시작되는 자사의 주중 미니시리즈 주인공을 방송 연예 프로그램에 초대한 것이 무슨 놀라운 일이라는 걸까?

허지웅이 SM을 볼드모트라 지칭했듯이, 전 소속사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박유천은 주중 미니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벌써 몇 번째나 출연을 했어도, 방송 연예 프로그램에서 제대로 된 조명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한 코너를 할애해 단독으로 박유천이 출연하는 드라마를 소개하는 것은 장족의 발전이다. 거기에, 이날 방송 말미에는 31일 군 입대를 앞두고 마지막 콘서트를 하는 김재중의 셀프 홍보 영상까지 덧붙여 졌다. 격세지감이다.

거기에 덧붙여 26일 오전 더 놀라운 기사가 등장했다. 그간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했던 김준수가 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 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위기에 빠진 <나는 가수다>에 김준수가 제격(<마이데일리>)' '<스페이스 공감> 무대라면 김준수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지 않겠냐(<텐아시아>)' 등 각종 매체의 제안들이 등장하고, 팬들의 눈물어린 청원이 이어진 가운데, EBS 측은 김준수의 <스페이스 공감> 출연을 확정지었다. 다른 두 멤버들이 드라마 등의 영역을 통해 그래도 꾸준히 팬들과 만날 기회를 얻은데 반해, 오로지 음악적 영역에 집중해 왔던 김준수였기에 이번 출연은 더더욱 발전적 성과이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JYJ의 방송 출연은, 하지만 되돌아 보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다음 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냄새를 보는 소녀> 박유천의 경우, 지난 해 <해무>로 각종 영화제 신인상 8관왕에 달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김재중 역시 최근 종영된 <스파이>를 통해 주연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졌다.

뮤지컬계에서 김준수는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매진 사태를 부르는 주연이며, 최근 솔로 앨범을 들고 일본과 아시아 각국을 순회 중이다. 한류가 주춤한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일본은 물론, 중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 JYJ의 영향력은 확고하다. 소송 이래로 개별적으로 혹은 그룹으로 충실하게 쌓아온 그들의 노력이 몇 년이 지난 이 봄에서야 싹을 틔우게 된 것이다.

비록 아쉬운 첫 발자국이라도

물론 아쉽다. <한밤의 TV 연예> 말미 셀프 홍보 동영상을 선보인 김재중의 콘서트는 31일 군입대를 앞둔 마지막 공연이다. 군대를 갈 즈음에야 짤막한 홍보 동영상을 내보내게 된 처지가 한편으론 안쓰럽기까지 하다. 또한 박유천 역시 올해 군입대를 앞두고 있으며, 김준수 역시 내년 입대를 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각자 개별 활동은 각자 2년 후에나, 그리고 완전체로서 JYJ의 활동은 3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야속하기까지한 새싹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물 세살, 네살의 앳된 청년들이 이제 서른 즈음의 원숙한 청년들이 되어가는 시간들을 끊임없는 노력으로 채워, 장막의 빛을 트이게 만드는 이 개화의 장면은 놓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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