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레드카펫과 영화의 향연이 펼쳐지는 것이 영화제지만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상황처럼 표현의 자유 위협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화려한 레드카펫과 영화의 향연이 펼쳐지는 것이 영화제지만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상황처럼 표현의 자유 위협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 부산국제영화제


지난 2월 마리끌레르영화제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 국내 영화제들이 봄꽃의 개화와 함께 하나둘 개막한다. 26일 서울에서 인디다큐페스티벌이 개막하고, 4월의 부산단편영화제와 전주영화제 등은 주요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2015년 행사를 알리고 있다. 5월의 여성영화제와 순천만동물영화제 등도 포스터를 공개하며 영화제 홍보에 나섰다. 

올해 국내영화제들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최근 감사원이 국고지원을 받는 국제영화제를 감사한데 이어, 영화진흥위원회 발 검열논란이 한바탕 국내 영화계를 휩쓴 탓이다. 몇 년 사이 <천안함프로젝트>와 <다이빙벨> 등 민감한 정치사회적 주제를 다룬 영화들이 영화제를 통해 잇따라 공개되면서, 정권차원의 탄압이 작용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영화제들은 상당히 신중한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10월에 열리는 부산영화제가 부산시의 집행위원장 사퇴 압박 등으로 각종 이슈의 전면에 부상하면서 다른 영화제들은 부산의 상황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발생한 검열 논란에 대해서는 지난 2월 국내 50개 영화제들이 공동성명을 냈고, 영진위는 "오해가 컸다"며 거듭 해명하면서 잠잠해진 모습이지만 의심의 눈초리가 완전히 사라진 모습은 아니다.

국내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겉으로는 잠잠해져 보이지만 재발 가능성이 사려졌다고 하기는 어렵다"면서 여전히 경계감을 나타냈다. 그렇지만 독립영화진영은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한 문제제기와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연대를 굽히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다른 국내 영화제들도 기존 색깔을 지키겠다는 다짐은 하고 있어 올해 행사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

[인디다큐페스티벌] 포스터에 담은 세월호와 유가족들의 아픔

 세월호를 형상화 한 '인디다큐페스티벌2015' 포스터

세월호를 형상화 한 '인디다큐페스티벌2015' 포스터 ⓒ 인디다큐페스티벌


3월 26일~4월 1일까지 개최되는 인디다큐페스티벌은 다큐멘터리 전문 영화제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다큐멘터리의 특성 상 정치 사회적 현실에 대한 비판이 강해  최근 표현의 자유 위축과 맞물리며 주목되고 있다. 

올해 초 영화제 상영작에 대한 등급분류면제를 철회한다는 이야기가 나와 검열 논란이 커졌을 때 독립영화진영에서는 다큐멘터리를 겨냥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고, 특히 인디다큐페스티벌 등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기도 했다. 다행히 논란이 진정되면서 경계감은 풀렸으나 인디다큐의 도전 정신은 계속된다.

지난해 개막작 <그림자들의 섬>이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받을 만큼 인디다큐페스티벌은 올해 다큐멘터리의 경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수의 영화들이 인디다큐페스티벌 이후에도 국내영화제 등을 통해 상영되곤 하기에 주목받을 만한 작품을 미리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이 다가오면서 세월호를 소재로 한 작품도 상영작에 포함됐다. <바다에서 온 편지>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통해 참사의 아픔을 전달하는 다큐멘터리영화다. 독립다큐감독들이 참여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미디어팀의 작품이다.

올해 포스터도 세월호 참사를 형상화 했다. 진상규명에 대한 연대와 '잊지 않겠다'는 의미를 강하게 담은 것으로 '다이빙벨'도 포스터 안에 들어 있다. 세월호 유가족 농성 등에 동참하며 희생자 유가족들과 함께 해 온 독립영화진영의 각오를 드러낸 것이다.

개막작은 삼천 원전반대를 그린 다룬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삼척>이다. 원전을 둘러싼 주민들의 찬반갈등을 날 것 그대로 보여 준다. 고리와 월성 등 원전안전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 문제를 향한 다큐감독들의 시선이 돋보인다.

해외 작품 중 눈에 띠는 것은 올해 타이페이영화제 대상 작품인 <진실을 밝혀라2 : 국가 기구>다. 이 영화는 대만 정부가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 우왕좌왕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음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부산영화제에서 논란을 빚은 세월호 다큐 <다이빙벨>과 유사한 주제의 영화다.

하지만 대만의 대표적인 타이페이영화제는 지난해 이 작품을 최우수상으로 선정하며 우리와는 다른 모습을 나타냈다. 영화 상영을 하지 말라고 압박을 가하고, 정치적 보복이라는 지탄을 받으며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행태와는 완전 상반된 모습이다. 한마디로 대만보다 뒤떨어진 한국 사회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인디다큐페스티벌이 우회적 비판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스웨덴 단편영화 집중 조명, 부산영화제 압박 여파도

 4월 24일 개막하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

4월 24일 개막하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 ⓒ 부산국제단편영화제


4월에는 11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이하 사랑영화제)와 32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가 연이어 개막한다. 주목되는 것은 부산국제단편영화제다.

부산에는 계절마다 단편영화제, 어린이청소년영화제, 국제영화제, 독립영화제 등 4개의 영화제가 이어지고 있는데, 단편영화제는 부산에서의 영화제 시즌을 여는 행사다. 지난해 홍영주 프로그래머가 영입되고 부산영화제와 전주영화제 등에서 활약했던 풍부한 경력의 실무진들이 참여하면서 한층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와 함께 해외 작품을 아우르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모습도 눈에 띤다. 내실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대표적인 단편영화제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올해는 스웨덴 특별전이 주빈국 프로그램으로 개최된다. 2012년 프랑스, 2013년 중국, 2014년 스페인 등 해마다 특정 국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것이 부산국제단편영화제의 특징이다. 시네마콘서트 등도 준비해 단편영화제로서 몸집을 키우는 중이다.

다만 부산영화제 압박 논란의 여파가 미치고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애로 사항이다. 부산시가 지역 문화행사들에 대해 1년 예산을 일괄 지급 후 정산이 아닌 매월 필요한 경비를 신청해 받는 조건으로 바뀌면서 부산지역 문화계 관계자들은 애로가 많다고 토로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 개최했던 사랑영화제는 개최시기를 한 달 앞당겨 4월 23일 개막한다. 그 틈을 8월에 열리던 순천만동물영화제가 5월로 옮겨 왔다. 5~6월은 국내 영화제들이 몰리면서 일정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영화제들 간에 개최시기를 놓고 신경이 예민한 상태다. 특히 비슷한 색깔의 영화제들은 시기가 겹칠 경우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지난해 일부 영화제들 간의 감정다툼이 발생하기도 했다.

[같지만 다른 청소년영화제] 서울은 소송하고, 부산은 확장하고

 행사 기간이 비슷한 시기에 잡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와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행사 기간이 비슷한 시기에 잡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와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 SIYFF&BIKY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이하 서울청소년영화제)와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이하 부산청소년영화제)는 비슷하지만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이전 스태프들에 대한 임금 미지급 문제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영진위 불공정센터는 지난해 스태프들의 신고를 받고 조사에 들어가 미지급 임금을 지불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서울청소년영화제가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서 규정에 따라 모든 사업배제 방침을 밝히고 있다. 국고 보조를 지급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청소년영화제가 영진위에 사업배제 등 처분 취소 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청소년영화제 측 변호사는 "영진위의 불공정조사 등에 결과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이라며 "영진위의 지원금 결정이 3월에 예정돼 있어 2월에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소송 때문에 영진위의 지원금 결정이 늦어진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던데, 이는 거짓말"이라며  "소송을 내기 전부터 영진위가 자체적인 사정으로 인해 지원금 결정을 4월로 연기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영화제 관계자들은 서울청소년영화제의 소송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국고 보조를 받는 국내 한 영화제의 관계자는 24일 "자칫 소송 때문에 더 늦어질 수도 있다"면서 "그럴 경우 4~5월에 개최되는 전주국제영화제와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예산 확정이 안 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청소년영화제가 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를 대상으로 했던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는 10회를 맞는 올해 대상을 청소년으로 확대했다. 명칭도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로 바꿨다. 부산영화제에서 활동했던 유능한 스태프들이 부산청소년영화제를 지원하면서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두 영화제는 개최시기도 7월말과 8월초로 이어져 경쟁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는 데, 지난해는 일부 작품을 놓고 서로 상영을 원하면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전주국제영화제] 3년 임기 마무리하는 고석만 집행위원장

 16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와 고석만 집행위원장

16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와 고석만 집행위원장 ⓒ 전주국제영화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고석만 위원장이 임기 3년을 마무리하는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석만 위원장은 내년 5월 개최예정인 무안국제디자인박람회(이하 디자인박람회) 총감독으로 추대됐다. 디자인박람회 측은 지난 2월 이같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이에 대해 전주영화제 측은 "오보"라며 "디자인박람회에 자문해 주기로 하는 역할에 불과하다"고 밝혔으나, 디자인박람회 측은 "국가행정기관인 전라남도가 하는 일인데 잘못된 내용을 보도자료로 내는 게 말이 되냐"며, "고석만 위원장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아직 본격적인 준비가 되지 않고 있고, 공식적인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기에 조심스러운 면은 있다"고 덧붙였다.

고석만 위원장은 "추대는 고맙게 생각하지만 지금은 영화제에만 전념하고 있다"며 "도울 일은 도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전주영화제는 현재 프로그래머들이 중심 체제로 운영되는 모습이라 올해 행사운영에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주영화제는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상영작들을 공개할 예정인데, <한국경쟁>에 오른 후보작들은 지난 13일 미리 공개했다. 안국진 감독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이진우 감독의 <울보>, 김현승 감독의 <소년> 등 10편으로 이중 9편이 월드프리미어다.

심사를 진행한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는 "새로운 감독들의 작품. 형식면에서 독자적 개성이 있는 작품. 극장 개봉성이 높은 작품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대명그룹과 손잡고 다큐 제작·배급지원 확대

 24일 오후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열린 대명그룹과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협약식

24일 오후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열린 대명그룹과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협약식 ⓒ 성하훈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이하 DMZ영화제)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투자 배급에 참여한 대명그룹과 다큐 펀드 조성 등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하면서 다큐멘터리 지원 확대를 예고했다. 48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에 투자해 상당한 성과를 거둔 대명그룹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지원 범위를 넓힌 것이다.

DMZ영화제와 대명그룹은 24일 오후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조재현 집행위원장과 서준혁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협약식을 가졌다.

대명그룹 서준혁 대표는 "돈보다는 의미 있고 좋은 작품에 투자하려는 취지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투자했는데, 기대 밖의 큰 성과를 거뒀다며 다큐 발전에 대한 의무감과 책임감을 갖고 투자에 나섰다고 밝혔다. 조재현 집행위원장은 "다큐멘터리 영화의 가장 큰 흥행 기록을 DMZ영화제에서 만들어 보람"이라며 대명그룹과 손잡고 다큐발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다짐했다.

대명그룹은 DMZ영화제의 피칭 행사를 통해 제작 단계의 작품 2편을 선정해서 각각 1천만 원의 제작비를 지원한다. 또 배급상을 신설해 제작완료 단계의 작품에 개봉 지원금 2천만원을 수여한다.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 다큐멘터리 지원을 늘리려는 DMZ영화제의 행보는 다큐멘터리 진영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DMZ영화제는 2011년 3회 영화제 때 제주 강정마을을 소재로 한 <잼다큐강정>을 상영하고, 제작과정에서는 제작비를 지원했다. 민감한 사회적 현안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에 적극적인 지원을 펴 오고 있는 중이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기가 높은 배우인 조재현 집행위원장이 한국 다큐멘터리를 받쳐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되고 있다. 경기도 역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어, 부산영화제에 간섭하려는 부산시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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