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세레나데> 에서 봉팔을 연기하는 이명행

▲ <한밤의 세레나데> 에서 봉팔을 연기하는 이명행 ⓒ MJ PLANET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는 엄마와 딸에 대한 이야기다. 딸 지선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엄마인 정자와 아빠인 봉팔의 젊은 날과 만나게 된다. 이명행은 이 작품에서 지선의 남자친구와 봉팔로 1인 2역을 연기한다. 지선의 남자친구는 도넛을 튀기는 일을 해서 '도너츠'로 불리기도 한다.

도너츠는 지선보다 연하남이다. 바른 생활 사나이면서도 지선의 엄마인 예비 장모를 만날 때에는 예비 장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소심남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선의 아버지 봉팔은 도너츠와는 180도 다른 인물이다. 1970년대 사나이로 지선의 엄마에게 "나만 믿고 따라와"를 외치는 마초 기질의 사나이다. 그럼에도 봉팔은 자기 여자라면 보듬어주고 이해해주려고 무척이나 노력하는 자상한 마초다.

- 지선은 전기에 감전된 후 어떻게 엄마 아빠의 젊은 시절로 흘러 들어가게 되는가.
"지선은 전기에 감전되어 잠깐 기절한다. 기절한 가운데서 꿈을 꾸는데 그 중에서 엄마 아빠를 만나는 것이다. 지선의 꿈 안에서 엄마 아빠는 가수로 등장한다. <한밤의 세레나데>는 초연작이 아니다. 예전에 공연된 적이 있다. 초연을 본 관객은 엄마 아빠를 가수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꿈에서나 엄마 아빠가 가수를 하는 것일 뿐이지, 실제로 가수는 아니다. 지선은 팟캐스트 같은 사이버자키를 한다. 그러다가 LP판을 보고는 '우리 엄마 아빠도 가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감전된 가운데서 꿈을 꿀 때 그게 나오는 것이다."

- 공연 중에 순댓국을 끓이는 걸로 알고 있다.
"지선은 순댓국집 딸이다. 하지만 순댓국을 싫어해서 순댓국을 먹지 않다가 꿈에서 엄마 아빠를 만난 다음에는 엄마를 이해하고는 순댓국을 먹는 설정에서 순댓국이 등장한다. 순댓국을 먹는다는 건 엄마와 딸의 화해를 상징한다. 연출가는 무대에서 진짜 순댓국을 배우가 먹기를 바란다. 먹는 행위를 무대에서 직접 보여주고 싶어서 먹을 수 있는 순댓국이 등장한다."

- 그렇다면 엄마와 지선의 관계가 이전에는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인데.
"지선의 엄마 정자는 사는 것에 큰 비중을 두는 캐릭터다.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딸 지선을 빨리 시집보내고 싶어 한다. 딸에 대한 사랑은 있지만, 딸에 대한 사랑을 물질적으로 생각한다. 딸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과 엄마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이 다르다.

딸이 돈도 있어야 하고, 빨리 시집가서 늦기 전에 아이도 낳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딸 지선과 갈등을 빚는다. 지선의 꿈에 등장하는 과거의 엄마인 정자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젊은 여성으로 그려진다."
<한밤의 세레나데> 에서 봉팔을 연기하는 이명행

▲ <한밤의 세레나데> 에서 봉팔을 연기하는 이명행 ⓒ MJ PLANET


- <한밤의 세레나데>는 복고 정서를 어떻게 건드리는가.
"지선이 꿈에서 엄마 아빠를 만나는 시대가 1973년이다. 가수인 엄마 아빠가 노래를 부르는 공간은 음악다방인 쎄시봉이다. 뮤지컬 속 노래가 복고 정서를 보여준다. 뮤지컬의 노래는 옛날 가요가 아니다. 옛날 가요처럼 작곡된 노래들이다. 창작곡이지만 1970년 당시에 정말로 저런 노래가 있었나보다 하고 생각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꿈 속 대사를 할 때에는 1960~1970년대에서나 나올 법한 과장된 말투를 써서 옛날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 관객은 이번 뮤지컬을 통해 이명행씨 노래 실력을 처음 접하게 된다.
"생각한 것보다 뮤지컬이 연습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봉팔은 70년대 포크송 가수다.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불러야 한다. 어떤 반응을 해주실지 전혀 모르겠다. 관객은 관람료를 지불하고 공연을 찾는 분들이다. 관객의 바람에 미치지 못하는 가창력이 나오면 안 될 듯 싶다. 관객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 만큼의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학교 다닐 때 프랑스어를 전공했다. 전공을 살려 진로를 정하지 않고 연기를 선택했다.
"대학교 다닐 때에는 예체능과는 안성 캠퍼스에 있었다. 연극과 관련된 학과가 서울 캠퍼스에 없었다. 학교 다닐 때 연극 동아리가 있었다. 이 동아리는 1971년부터 만들어진 유서 깊은 연극반이다. 동아리 활동하면서 연극에 매료되어 연극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에 대학교를 졸업하고는 한예종에 입학해서 연기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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