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5시, 프레스센터 20층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10일 오후 5시, 프레스센터 20층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 임순혜


지난 10일 오후 5시, 서울 프레스센터 20층에서 <부산국제영화제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사회를 맡았으며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박찬욱 감독, 민병록 전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임권택 감독, 명필름 심재명 대표, 인디스토리 곽용수 대표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날 공청회는 <부산국제영화제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라기보다는 "쇄신의 대상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아니라 부산시"라며 영화 <다이빙벨> 상영과 관련해 불거진 부산시의 간섭과 독립성 훼손에 대한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

부산시는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공동위원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공동위원장 제안은 (부산시가) 내게 사퇴 권고를 했을 때 나온 이야기다. 부산시의 인적 쇄신, 조직 쇄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는 못 하나 노력하겠다고 했다. 인적 쇄신요구에 내가 물러나겠다고 했다"면서 "당분간 영화계가 모두 인정하는 분을 공동위원장으로 모셔와 안정된 후 내가 빠져나가겠다. 나 하나 물러나는 것으로 끝내달라고 요구했다"고 그간의 사정을 털어놨다.

 공청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

공청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 ⓒ 임순혜

박찬욱 감독은 "해외 많은 영화제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간섭이 있는 영화제라면 누가 가려고 하느냐"면서 "난 문제가 되는 영화가 걸러지는 영화제에 걸리는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런 영화제에 초청되고 추천되는 것 자체가 모욕"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감독은 "약간의 훼손은 전체의 훼손과 같다. 성에 대해 보수적이거나 폭력, 동성애 영화는 안 된다는 시장이 온다면 그때에는 또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사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감독은 "공동위원장 소식을 듣고 놀랐다. 잘못이 있으면 몰라도 물러나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부산국제영화제의 프로그래밍에 간섭하는 것만은 용인해선 안 된다. 만일 그러한 결과가 된다면 나 혼자라도 다신 부산영화제가 가는 일이 없을 것이다. 내가 만든 영화 또한 출품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주 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이었던 동국대학교 영화영상제작학과 민병록 교수는 "영화산업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다. 국제적 망신이고 정치적 테러"라며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자진 사퇴와 공동집행위원장 제안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이런 선례를 남기면 다른 영화제에도 영향을 준다. 한국영화의 미래를 위해서는 부산시와 타협을 하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민 교수는 "초심으로 돌아가 부산시의 예산 지원 60억 원을 안 받고, 새롭게 출발하는 방안을 고민하자"면서 "영화가 창작의 샘물 역할 하는 것을 정치적 이유로 훼손하는 것은 안 된다. 절대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임권택 감독

공청회에 참석한 임권택 감독 ⓒ 임순혜

임권택 감독은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 금지를 요청한 부산시에 대해 "이북영화도 상영했는데, 이념의 문제라고 볼 수도 없는 세월호 관련 영화다. 영화의 소재에 제한을 두는 등 간섭을 하는 영화제에 누가 오느냐"면서 "개운치 않은 결과를 내면 부산국제영화제는 망할 것이다. 부산의 수치이고 나라의 수치이며, 영화인 모두의 수치"라고 개탄했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도 "부산 국제영화제 20년의 역사는 자랑스럽고 흥미롭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여기까지 와 안타깝다"면서 "영화제의 독립성은 프로그래밍의 독립성이다. 프로그래밍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대표는 "부산시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책임을 이야기했는데 뜻이 다르다.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 자리는 역사적 책임과 시대적인 공적 책임도 져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곽용수 인디스토리 대표도 "전체적으로 검열과 관계가 있다. <다이빙벨>과 <자가당착> 등 정부가 싫어하는 영화를 틀었기 때문이 아닐까"라면서 "독립영화가 성공하는 데 본질적인 내용도 있지만 부산국제영화제의 영향도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가져야 할 '미래비전'은 최근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배급 논란도 컸던 만큼 배급 등 플랫폼에 대한 고민을 부산국제영화제가 진행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공청회에 참석한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 영화인 대책위원회' 최은화 공동위원장은 "부산시가 영화제에 공동집행위원장을 제안했다는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지금이라도 백지화해야 한다"면서 "이제 답을 해야 할 곳은 부산시다. 영화인의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답과 함께 공동집행위원장에 대한 공식적인 생각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부산국제영화제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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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운영위원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가짜뉴스체크센터 상임공동대표, 5.18영화제 집행위원장이며, NCCK언론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방송통신위원회 보편적시청권확대보장위원, 한신대 외래교수,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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