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 SNL 코리아 >의 오프닝에서는 "'SNL'은 1975년 미국 NBC에서 시작해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 중동 등 세계 여러나라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40년 전통의 세계적인 코미디 버라이어티 쇼"라며 "오직 'SNL'에서만 볼 수 있는 최고 스타의 코미디, 패러디, 풍자로 시청자 여러분의 즐거운 토요일 밤을 책임지겠다"는 설명이 등장한다.

이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 코미디 프로그램으로서의 명성을 일찍부터 이어온 'SNL'은 풍자와 해학으로 명성이 높은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다. 최근 미국 'SNL'에서는 IS를 패러디한 개그로 논란의 도마위에 올랐다. 공항까지 딸을 배웅하러 나온 아버지는 딸을 태우러 온 IS트럭을 발견한다. "딸을 잘 돌봐달라"는 아버지의 말에 IS는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말을 남긴다.

이 패러디는 미국에서도 "지나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그런 장면이 논란이 됐건 안 됐건, 알 수 있는 한 가지는 '그만큼 이 프로그램에는 금기가 없다'는 점이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일 수 있지만, 이를 생각지 않고 코미디의 영역을 최대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방영된 tvN < SNL 코리아 >는 방송인 클라라 패러디로 화제를 모았다.

최근 방영된 tvN < SNL 코리아 >는 방송인 클라라 패러디로 화제를 모았다. ⓒ CJ E&M


물론 한국에서라면 수위는 미국보다 높을 수 없다. 국민 정서와 감정을 건드리는 일이 미국에 비해 훨씬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 SNL 코리아 >는 'SNL'이라는 브랜드에 기대하는 수위를 지나칠 정도로 다운그레이드 시켰다.

'SNL'이 의미있었던 것은 단순한 코미디를 뛰어넘어 각종 사회와 정치에 대한 비판과 풍자로 시청자의 내밀한 욕구를 어루만져 주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한국 코미디가 몸개그나 외모 지적 등으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면, 'SNL'은 '성역을 깬다'는 점에서 한국 코미디가 갖지 못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동안에는 다소 소극적으로 이루어지던 풍자가 19금 마크와 함께 보다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표현도 용인될 수 있다는 점은 'SNL'의 존재 이유와도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초반 펼쳐진 대선 시즌 패러디는 < SNL 코리아 >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었다. 대선 후보들의 특징을 그대로 흉내 내 재미와 풍자를 동시에 잡은 < SNL 코리아 >는 단순히 흉내 내기에 그쳤던 기존의 정치인 성대모사를 조금 더 명확한 캐릭터와 실제 상황에 빗댄 풍자를 통해 공감대를 불러 일으켰다. 대놓고 정치인들을 희화화할 수 있는 배짱은 당시 < SNL 코리아 >의 색다른 묘미라 할 수 있었다.

 최근 방영된 tvN < SNL 코리아 >의 한 장면. 이번엔 배우 이태임 사건을 패러디했다.

최근 방영된 tvN < SNL 코리아 >의 한 장면. 이번엔 배우 이태임 사건을 패러디했다. ⓒ CJ E&M


그러나 이제 < SNL 코리아 >에서 화제가 되는 것은 풍자나 해학이 아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철퇴에 따라 '19세 이하 관람불가'는 '15세 이하 관람불가'로 그 수위가 낮춰졌고, 어느새 정치권 풍자는 사라진 지 오래다. 섹시와 풍자가 'SNL'의 트레이드 마크나 마찬가지임에도 현재 < SNL 코리아 >에는 섹시도, 풍자도 없다.

이 두가지 요소가 사라진 < SNL 코리아 >에 남은 것은 바로 '패러디'다. 정치권 패러디는 이제 길이 막힌 탓에 드라마나 연예계 패러디를 주 무기로 삼는다. 최근 화제가 된 패러디도 클라라, 이태임 등이 일으킨 사건에 있었다.

그러나 이런 패러디는 통쾌하지 않다. 풍자나 패러디는 엄청난 권력을 지니고 있거나 평소에 망가지기 힘든 인물을 향할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그들에게 톡 쏘는 한마디를 던지는 것이 '성역을 침범하는 일'처럼 여겨질 경우, 개그를 통해 버젓이 방송으로 그들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 대한 희열이 배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라라나 이태임은 '성역'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인터넷에서 뭇매를 맞았고, 그들에 대한 공식 기사들도 수없이 쏟아졌다. 그들이 잘못을 했건, 하지 않았건, 이미 그들은 방송 출연을 쉽게 이어가지 못하는 등 어느 정도 활동의 제약을 받고 있다. 패러디나 풍자에도 상관없이 뻣뻣하게 고개를 들고 나오는 권력자들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미 밟힌 상대를 또 짓밟는 것은 큰 재미 없는 '조롱'에 불과하다.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도 한 두 번 뿐이다. 이런 패턴이 지속되는 것은 피해야 할 일이다. < SNL 코리아 >는 스스로 '성역'을 지키면서 그 공감대를 잃어버리고 있다.

물론 이는 < SNL 코리아 >만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방송에 지나친 압력을 가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이유야 어쨌든 '입을 다물고 꽁꽁 몸을 싸맨 < SNL 코리아 >가 한국에서 계속 방영될만한 가치가 있는 프로그램인가'에 대해서는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entertainforu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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