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미, 힐미>에서 황정음이 지하실의 아이였다

<킬미, 힐미> 17회의 한 장면 ⓒ MBC


반전의 반전. 발견의 발견. 진실의 진실. 모든 것들이 터져 나왔다. MBC <킬미, 힐미> 17회에서 차도현(지성 분)과 오리진(황정음 분)은 출생의 비밀을 모두 알게 되면서 혼란, 분노, 슬픔, 고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두 주인공이 맞닥뜨린 진실은 지금까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만큼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17회에서 중요했던 것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알게 되고, 사고의 범인을 알게 되는 현실을 맞닥뜨렸을 때 주인공이 어떻게 반응했느냐는 것이었다.

인물들은 당연히 눈물 흘렸다.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받아들인 사람들의 반응대로 이들은 계속 울었다. 아마 17회에서 우는 장면이 최소 10분 이상은 되었을 것이다. 사실 울기만 하면 지루함을 불러올 수 있다. 때로는 너무 과하게 울어서 놀림거리로 전락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성과 황정음은 과거 눈물 연기의 으뜸답게 이번에도 그 복잡다단한 감정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킬미, 힐미>는 후반부로 가면서 재미보다는 내용 전개, 진실의 발견에 집중하는데, 두 사람은 그 상황에 맞춰서 자신의 역할을 확실하게 소화했다. 흡사 드라마 <비밀>의 장면을 보는 듯했다.

이제 지성의 연기를 이야기해보자. 시작부터 커다란 곰 인형을 놓고 맘껏 울고, 오리진이 남긴 영상 편지를 보다 책상에 엎드려 울고, 마지막 부분에서 신세기라는 인격의 근원을 알게 되고 온몸으로 저항하는 모습까지. 차도현은 처음부터 끝까지 울었다. 17회는 과거 회상이 주를 이루고, 오리진이 진실을 알고 난 후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 등 다른 상황이 많이 전개되었기에 차도현의 분량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차도현은 나오는 족족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지성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짚고 갈 필요가 있다. 으뜸은 황정음이다. 눈물의 여왕답게 점점 예쁘게 잘(?) 울고 있다. 그리고 차도현과 오리진의 아역은 어려운 상황을 잘 이해하고 아이다운 표정에서부터 복잡한 감정까지 능수능란하게 표현했다. 특히 차도현 역할을 맡은 아이가 마지막 부분에서 신세기의 표정을 지을 때는 소름이 돋았다.

<킬미힐미>가 2015년 초반 작품인 것이 참 아쉽다. 사실 연말 연기대상에서는 연초 작품이 쉽게 잊히기 때문이다. 분명 하반기가 되면 시청자가 열광할만한 드라마가 또 나타날 것이다. 그때도 그 배우가 연기대상을 탔으면 하는 시청자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지성의 연기대상을 응원하고 싶다. 그의 아내가 타 방송사에서 트렌디 드라마로 멋지게 연기대상을 거머쥔 것처럼 올해에는 지성이 그 영광을 얻길 바란다. 그 역할이 차도현일지, 신세기일지는 모르겠지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건희 시민기자가 속한 팀블로그 Byul Night, 세상을 쓰다(byulnigh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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