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포스터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포스터 ⓒ ㈜미디어로그


최근 국내 극장가에서는 두 편의 외화가 나란히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이미 3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와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일대기를 다룬 <이미테이션 게임>(3일 기준 130만 명 동원)는 3월 비수기 스크린의 효자상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각기 다른 장르의 영화지만 두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정보기관이 극의 중심에 놓여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대머리 배우' 마크 스트롱이 출연한다는 것이다.

25년 이상의 배우 경력을 거치며 날카로운 외모 때문에 아직 주연보단 조연(악역)이 익숙한 인물이지만 연기력과 극 중 존재감만큼은 주인공 못잖은 그의 이야기를 되짚어 보자.

1990년대 영국 인기 TV 시리즈로 눈도장

1963년 영국 런던 태생인 마크는 연극학교를 거치며 일찌감치 연기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20대 시절의 그는 여타 무명 배우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1993년 영국의 TV 시리즈 <프라임 서스펙트> 시즌3에 형사 역할로 출연하면서 뒤늦게 주목을 받았고, 또 다른 인기 시리즈 <아워 프렌드 인 더 노쓰>(1996)를 통해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어 닉 혼비 원작의 <피버 피치>(1997)에선 축구광 주인공의 친구 역으로 등장하며 점차 영화 쪽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이 작품의 주연배우는 <킹스맨>에도 함께 출연한 콜린 퍼스로, 두 사람은 이후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를 거쳐 지난해 <내가 잠들기 전에>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악역은 나에게 맡겨!" 2000년대 중반 이후 할리우드 진출

 영화 <바디 오브 라이즈>의 한 장면

영화 <바디 오브 라이즈>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2005년 조지 클루니와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맡은 <시리아나>의 헤지볼라 용병 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할리우드 활동을 시작한 그는 특유의 강렬한 외모로 범죄 조직원, 킬러, 비밀 기관 요원 등 어두운 캐릭터를 도맡게 된다.

특히 <셜록 홈즈> 속 셜록이 목숨을 걸고 맞서 싸우는 살인마 블랙우드, <킹스맨> 매튜 본 감독의 출세작인 <킥 애스:영웅의 탄생>의 마약조직 두목 역은 국내 영화 마니아들에게도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이 무렵 그가 맡았던 주요 역할은 아래와 같다. 공통점이라면 거의 대부분 범죄자(악당) 혹은 정보기관원이라는 것이다.

- <바디 오브 라이즈>(2008)  요르단 정보기관장
- <셜록 홈즈>(2009) 살인마 블랙우드 경
- <캑 애스:영웅의 탄생>(2010) 마약 조직 두목
- <로빈 후드>(2010) 폭정을 일삼는 갓프리 경
- <그린 랜턴>(2011) 할 조던(그린 랜턴)의 스승, 시네스트로
-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1) 영국 정보원
- <존 카터>(2012) 부족장, 역시 악당
- <제로 다크 서티>(2012) CIA 요원
- <테이크 다운>(2013) 은행털이범

"스파이, 비밀 요원은 내 운명!"

 영화 <테이크 다운>의 한 장면

영화 <테이크 다운>의 한 장면 ⓒ 크리스리픽쳐스인터내셔널㈜


최근작 <킹스맨> <이미테이션 게임>에서의 역할 역시 정보기관 소속 인물이라는 점에선 표면적으론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다만 이전과는 달리 지적인 면모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킹스맨> 속 멀린은 원래 현장 요원이었지만 사고로 동료를 잃은 이후엔 각종 최첨단 무기를 만들어내는 내근직 요원이다. 마치 <007> 시리즈의 Q를 떠오르게 한다. 그는 때론 새내기 요원 에그시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는 멘토로서의 모습도 드러내기도 한다.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영국 정보국 MI6의 수장 스튜워트 멘지로 분한 그는 철두철미한 두뇌 회전으로 암호해독팀을 이끌어 나간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앨런 튜링 역)의 열연에만 극의 흐름이 쏠리지 않으면서도 균형감을 유지한 데 마크의 역량도 한몫을 했다.

<킹스맨> <이미테이션 게임>의 성공 이후 그가 선택한 신작은 최근 촬영을 시작한 <그림스비>(2016년 개봉)다. <보랏>의 샤차 바론 코헨과 호흡을 맞추며 이례적으로 공동 주연으로 발탁된 이 영화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선 거의 찾아보기 힘든 코미디 장르이지만 여기서도 맡은 역할은 스파이다.  마크 스트롱에게 비밀 요원은 어찌 보면 운명 그 자체인 모양이다.

닮은 꼴 배우 - 스탠리 투치, 앤디 가르시아

 영화 <터미널>의 스탠리 투치

영화 <터미널>의 스탠리 투치 ⓒ CJ엔터테인먼트


구글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등장하는 두 명의 다른 배우가 있다.  한 명은 또 다른 대머리 배우인 스탠리 투치, 그리고 성격파 배우 앤디 가르시아다.

특히 스탠리 투치는 머리 스타일 때문에 붕어빵 외모로 해외에선 일찌감치 누리꾼들의 비교 대상으로 거론된 지 오래다. 스탠리가 주로 화이트 칼라 계열 직업 종사자로 캐스팅되는 반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잡지사 수석팀장, <줄리 & 줄리아>의 대사관 직원, <캡틴 아메리카>의 과학자 등) 마크는 주로 범죄자, 킬러, 특수 정보 요원 등 신분을 드러내지 않는 어두운 직업의 인물로 발탁된다.

그가 가발을 쓰면 앤디 가르시아와 거의 판박이다. 게다가 앤디 역시 영화에선 암흑가 조직의 인물로 자주 등장한 터라 어떤 의미에선 앤디와 마크의 '평행이론'이 존재하는 게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마크 스트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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