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화면 밖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타와 작품을 위해 카메라 뒤에 서는 숨은 공신들을 조명합니다.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마세요. [편집자말]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백종원 MBC가 2015 설 특집으로 내보낸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시청자들이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인터넷 방송에 직접 참여할 수 있고, 이를 연출한 방송을 MBC에서도 볼 수 있는 독특한 방식의 프로그램이다. 6명의 출연진(김구라·백종원·정준일·홍진영·초아·김영철)은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PD 겸 연기자가 되는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채널 경쟁을 벌였다. 이 가운데 요식업계 대부로 불리는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시청률 1위로 우승을 차지했다.

▲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백종원 MBC가 2015 설 특집으로 내보낸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시청자들이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인터넷 방송에 직접 참여할 수 있고, 이를 연출한 방송을 MBC에서도 볼 수 있는 독특한 방식의 프로그램이다. 6명의 출연진(김구라·백종원·정준일·홍진영·초아·김영철)은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PD 겸 연기자가 되는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채널 경쟁을 벌였다. 이 가운데 요식업계 대부로 불리는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시청률 1위로 우승을 차지했다. ⓒ MBC


"오늘은 집에서 해먹기 좋은 쉬운 메뉴를 준비했습니다. 참치 있잖아요. 참치로 하는 음식을...(시청자: 노래 한 곡 가시죠) 아니, 노래는 나중에...아! 내가 할 게 아니지? 노래는 안 하겠습니다."

인터넷 방송의 형식을 빌린 MBC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백종원 셰프의 채널은 여느 요리 프로그램의 풍경과 다르다. 시청자들의 '노래해줘요' '배달해줘요'라는 뜬금없는 부탁과 '개밥 같아요'라는 직언에 뒷목을 잡고, 열심히 간짜장을 시연하고 있는데 '시켜먹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시큰둥한 반응이 나오자 "맞아요. 미련하게 왜 해먹어요"라며 '자폭'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채팅창에서 실시간으로 요청하는 요리를 즉석에서 해보이고 질문과 답이 오가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건 매력적인 특징이다.

방송인 김구라, 요리사 백종원, 가수 정준일, 홍진영, 개그맨 김영철, AOA 초아 등 6명의 <마리텔> 출연진은 개인이 연출하고 출연하는 1인 방송으로 채널 전쟁을 벌였다. 가장 높은 시청률로 1위를 차지한 이는 백종원. 초반에는 팬덤이 막강한 초아와 예능 고수 김구라에게 밀렸지만, 결국 요리라는 확실한 콘텐츠와 소통 능력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이는 연출자들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3일 만난 <마리텔>의 박진경-이재석 PD는 "백종원 씨가 <무한도전>에서 간단하지만 맛있는 또띠아와 닭꼬치를 선보였던 걸 보고 섭외했다"며 "이번에도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요리가 좋은 콘텐츠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맹세코 돈을 벌려고 음식을 만드는 게 아니라, 좋은 음식을 어떻게 하면 싸게 즐길 수 있을까 연구하며 살고 있다"는 그의 우승 소감을 두고 두 PD는 "백종원 씨의 방송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스토리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신선한 얼굴로 섭외...'차세대 유희열' 정준일 아쉬워"

<마이 리틀 텔레비전> 출연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방송인 김구라, 개그맨 김영철, 요리사 백종원, AOA 초아, 가수 정준일, 가수 홍진영.

▲ <마이 리틀 텔레비전> 출연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방송인 김구라, 개그맨 김영철, 요리사 백종원, AOA 초아, 가수 정준일, 가수 홍진영. ⓒ MBC


'지상파 예능의 한계'라는 거창한 과제를 풀겠다는 생각보다는 "따라했다는 소리 듣기 싫어 남들이 안 해본 걸 찾던" 두 PD는 인터넷 방송과 지상파 방송을 결합했다. 게임 생중계 방송인 트위치TV를 즐겨 보며 시청자끼리 채팅으로 소통하는 재미에 주목한 박진경 PD는 "SNS를 활용해 소통하는 예능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채팅창이 존재하는)인터넷 방송을 가져온 형식은 없었기에 시도해봤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새로운 형식에 맞춰 출연진도 신선한 인물로 채웠다. 물론 김구라는 '인터넷 방송의 조상'으로서 상징성을 갖고 있기에 그런 공식과는 예외로 섭외 1순위였다고. 박 PD는 "인터넷 방송의 인기 아이템에 맞춰 출연진을 꾸렸다"며 "홍진영 씨는 '노래'와 '여성'을, 백종원 씨는 '요리', 김영철 씨는 '영어' 등 각기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통 뮤지션'으로 야심차게 섭외했던 가수 정준일의 채널이 최저 시청률로 가장 먼저 폐쇄된 건 두 PD에게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뉴욕'을 콘셉트로 자유의 여신상 등신대까지 세우며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결국 자욱한 안개 속에서 '내 곁에 있어줘'라는 자신의 노랫말과 함께 쓸쓸하게 사라져간 그를 두고 "예능의 호흡이다 보니 멋있게 연주하고 노래하는 부분을 많이 못 보여드린 게 죄송하다"며 "너무 희화화된 것 같아 걱정했는데, 본인이 좋아해주니 감사했다"고 전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정준일 최저 시청률로 가장 먼저 채널이 폐쇄된 가수 정준일을 두고, 박진경 PD는 "그래도 정준일 씨 방송은 상대적으로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이 많았다"며 "다른 채팅창에 쓸데없는 이야기나 욕도 있었다면, 여기는 관리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 <마이 리틀 텔레비전> 정준일 최저 시청률로 가장 먼저 채널이 폐쇄된 가수 정준일을 두고, 박진경 PD는 "그래도 정준일 씨 방송은 상대적으로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이 많았다"며 "다른 채팅창에 쓸데없는 이야기나 욕도 있었다면, 여기는 관리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 MBC


"음악방송을 할 수 있는 뮤지션이 필요했는데, 라디오 PD들이 정준일 씨를 적극 추천했어요. 입담과 음악성으로 예능계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 많지만 새로운 얼굴을 찾고 있었기에 적절했죠. 동료들 사이에서는 정준일 씨가 '차세대 유희열'로 불릴 만큼 끼가 많다는데, 빨리 예능에서도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박진경 PD)

김구라의 게스트가 차가운 반응에 일찍 퇴장한 것도 의외의 상황이었다. 자신이 겪은 공황장애를 소재로 삼는 걸 감수하면서 초빙한 정우열 정신과 전문의는 '재미없다'는 시청자 성토에 예정된 2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40분 만에 귀가해야했다. 이재석 PD는 "아무리 방송을 오래 경험한 김구라 씨에게도 피드백이 1~2초 만에 올라오는 방식은 새로운 도전인 것"이라며 기존 예능과 달라 예측할 수 없었던 부분을 설명했다.

반면, 아이돌인 초아가 팬들 덕분에 높은 시청률을 얻은 건 예상했던 결과다. 박 PD는 "백종원 씨에게 요리가 있고, 김영철 씨에게 영어가 무기라면, 초아 씨의 콘텐츠는 초아 자체다. 인물의 매력만으로 경쟁할 수 있는 출연진도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고, 이 PD 역시 "팬을 얻기까지 본인이 노력한 게 있기 때문에 불로소득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웃었다.

"채팅창 통한 소통 매력이지만, 과도한 욕설은 규제해야"

'쌍방향 소통'은 인터넷 방송의 꽃이지만 즉각적으로 표출되는 반응은 때로 가시가 된다. 김영철의 영어 강의에 거침없이 '노잼(재미없다)'이라고 외치는 시청자들을 맞닥뜨리는 것은 베테랑 예능인들에게도 당황스러운 일이다. 물론 그 정도의 지적은 인터넷 방송의 특징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필요하지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은 제작진이 강력하게 규제하려 신경 썼다.

박 PD는 "비속어나 인신공격 혹은 성적인 발언을 하면 법적인 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채팅 전에 고지했고 금칙어도 높은 수준으로 설정했다"며 "채팅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에 불량한 이용자는 블랙리스트로 걸러내 채팅에 참여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물론 우리도 법적인 조치까지 이어지길 바라지 않지만 그 정도로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한 장면 인터넷 방송의 특징인 시청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에 출연진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한 장면 인터넷 방송의 특징인 시청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에 출연진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MBC


"처음에는 이 정도로 많은 시청자들이 들어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스크롤이 너무 빨리 내려가니까 소통도, 관리도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재밌게도, 가장 붐비는 초아 방은 관리가 어렵지 않은 편이었어요. '우리 초아누나한테 나쁜 말하지 마세요'라고 팬들이 서로 계도하는 분위기라." (이재석 PD)

6명의 출연진이 4시간씩 녹화한 24시간 분량을 1시간짜리 방송에 담느라 "죽을 뻔했다"는 두 연출자는 "<마리텔>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인터넷 방송과 본 방송 사이의 '균형'이었다"고 답했다. 이 PD는 "인터넷으로 이미 다 공개됐는데, 우리가 다시 편집한 방송을 볼까 고민했다"고 털어놨고, 박 PD는 "본 방송은 그 이상의 재미를 보여줘야 했다"며 "편집의 손을 거쳐서 잘 살아났다는 게 우리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라고 덧붙였다.

"MBC 입사해 반절 정도는 <무한도전>에 있었기 때문에 어떤 편집이든 자신 있었고, 재석이도 '<일밤> 귀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둘 다 제일 편집이 힘들다는 예능을 다 경험해봤지만, 그 이상으로 힘들었어요. 회사에서 밤새며 편의점에서 파는 음식은 다 먹어본 것 같네요. 큰 이변이 없는 한 <마리텔>이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될 것 같은데, 파일럿 2회를 만들면서 주어진 숙제를 앞으로 풀어 나가야죠." (박진경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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