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CJ E&M 스튜디오 내에 자리한 <호구의 사랑> 세트장 모습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CJ E&M 스튜디오 내에 자리한 <호구의 사랑> 세트장 모습 ⓒ CJ E&M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디테일'을 말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연출자, 표민수 PD가 만들어 놓은 tvN <호구의 사랑> 속 세계는 역시나 정밀했다. 3일 오후 찾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CJ E&M 스튜디오. 강호구(최우식 분)-강호경(이수경 분) 남매의 집은 살림살이로 복작복작했다. 화장실에 나란히 걸린 네 개의 칫솔, 거실 한복판에 걸린 '호구식' 만화 가족사진 등은 유독 사이가 좋은 이들 가족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했다.

호구와 호경의 방에도 이들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장치가 가득하다. 순정 빼고는 내세울 것이 없는 호구의 방에는 학창 시절 받은 사생대회 상장과 어린 시절 그렸던 오징어 그림이 자랑스레 걸려 있다. 머리맡에 빼곡하게 놓인 만화책, 책상 찬장에 쌓인 카메라 필름도 '아날로그식' 사랑을 대변하는 강호구를 보여주는 장치다. 반면 각고의 노력으로 미모와 지성 모두를 손에 넣은 호경의 화장대에는 신상 화장품이 한 가득이다. 거울 앞에는 '뷰티 블로거 확인, 신상 립스틱 사기' 등이 적힌 쪽지가, 책상 위엔 읽다 만 심리학 리포트가 놓여 있다.

전체적으로 오밀조밀한 강호구-강호경의 집과 달리 최고의 로펌 변호사 변강철(임슬옹 분)의 집은 삭막하다. 어딘가 말이 통하지 않는 변강철의 가족이 일렬로 앉아 눈 한 번 마주치지 않은 채 각자의 접시를 비웠듯 말이다. 다만 '제자리 오래달리' 1위, '축구공 멀리차기' 1위, '황소와 눈싸움' 1위 등 '대체 왜 있나' 싶기까지 한 대회에서 얻은 트로피가 죽 늘어져 있는 광경은 그의 과시욕과 허세를 동시에 보여준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CJ E&M 스튜디오 내에 자리한 <호구의 사랑> 세트장 모습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CJ E&M 스튜디오 내에 자리한 <호구의 사랑> 세트장 모습 ⓒ CJ E&M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CJ E&M 스튜디오 내에 자리한 <호구의 사랑> 세트장 모습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CJ E&M 스튜디오 내에 자리한 <호구의 사랑> 세트장 모습 ⓒ CJ E&M


표민수 PD 또한 이 디테일의 힘을 <호구의 사랑>의 주요 요소로 꼽았다. 강호구가 잔뜩 술에 취해 오징어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장면을 두고는 "오징어 한 마리 한 마리 모두 휴지로 베개를 만들어 놓아줄까 했다"라는 그의 말 또한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캐릭터의) 조그마한 감정들, 눈짓이나 말투 같은 것을 <호구의 사랑>에서 찾기 시작하면 더 재밌을 것 같다"는 표 PD는 "디테일한 표현이 (극 중) 사건이 작아도 이를 정확하게 만들어 주고, (인물 간의) 감정을 상승시키는 데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가볍지 않은 소재, 사건화하기보단 따뜻하게 바라보고 싶다"

 tvN <호구의 사랑>에 출연 중인 배우 이수경, 유이, 최우식, 임슬옹(왼쪽부터)

tvN <호구의 사랑>에 출연 중인 배우 이수경, 유이, 최우식, 임슬옹(왼쪽부터) ⓒ CJ E&M


사실 <호구의 사랑>은 가볍지만은 않다. 온 세상에 얼굴이 알려진 미혼의 여성 스타 도도희가 아기를 갖게 되고, 이 아기를 지울까 말까 고민하고, 결국 낳은 뒤에도 버릴까 말까 전전긍긍하는 이야기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강호구의 순애보 뒤에 감춰져 있기 때문. 여기에 겉으로는 1등 신랑감이지만 남몰래 성 정체성을 두고 고민하는 남자 변강철의 이야기도 얹혀 있다.

하지만 표민수 PD는 "미혼 여성의 임신이나 남성이 남성을 좋아하는 이야기가 어떻게 보면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걸 강하게 만들어서 그렇지 정말 강한 이야기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이어 자극적일 수도 있는 이 같은 소재들을 "사건화하기보단 실재적이면서도 따뜻하게 바라보고 싶다"고 말한 표 PD는 "<호구의 사랑>을 연출하기 전 로베르토 베니니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많이 생각났다. 지금도 기본적인 주제를 어떻게 하면 좀 더 즐겁게 유쾌하게, 가볍게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전쟁 속 자신이 목숨을 잃어가는 상황에서도 아들을 위해 학살을 '숨바꼭질'로 유쾌하게 과장했던 <인생은 아름다워> 속 주인공의 모습과 <호구의 사랑> 속 코믹한 요소들은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남다른 '고충'을 겪는다. 산 오징어를 덥석덥석 쥐어야 했던 최우식은 "표민수 PD님이 시범을 보이다 (오징어에) 물리는 걸 본 뒤 겁이 났다"며 "찍으면서도 '이거 꼭 필요한 컷인가요'라며 계속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tvN <호구의 사랑>에 출연 중인 배우 이수경과 임슬옹

tvN <호구의 사랑>에 출연 중인 배우 이수경과 임슬옹 ⓒ CJ E&M


 tvN <호구의 사랑>에 출연 중인 배우 최우식과 유이

tvN <호구의 사랑>에 출연 중인 배우 최우식과 유이 ⓒ CJ E&M


그런가 하면 도도희가 아기를 갖게 된 과정을 상상하던 강호구 앞에 등장했던 '빨간 모자' 도도희와 '늑대' 변강철을 연기하며 배우들은 각자 웃음과 민망함을 참아 내느라 고군분투했다고. 임슬옹은 "그렇게까지 분장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조금 멘붕이었다"면서도 "가슴 털에 대한 로망은 없지만 '한번 붙여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은 해봤는데 새로웠다. 앞으로도 웃기는 게 있으면 얼마든지 망가질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호구의 사랑>은 모태솔로 강호구의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인 국가대표 수영선수 도도희가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아기를 낳게 되고, 이를 강호구가 돌보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1시에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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