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김민재 장군 역의 배우 신하균이 26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김민재 장군 역의 배우 신하균이 26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신하균의 최근작을 살펴보자. 유독 몸을 사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런닝맨>(2013)에서 누명을 쓰고 서울 도심 곳곳을 뛰어다녔던 그가 사극 <순수의 시대>에선 말을 타고 칼을 겨눈다. 영화를 위해 근육까지 단련해놓았다.

신하균은 평소 프라모델 조립과 피규어를 좋아하고 만화를 즐긴다. 지극히 정적이며 자기 몰입적인 취향이다. 그는 "이렇게 보이는 근육 만들기는 다시는 안 할 거 같다"면서 "운동을 원래 좀 싫어한다"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선뜻 조선의 장군 김민재를 받아들인 이유는 "첫 사극이었고, 영화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서"였다. 

물론 그간 신하균에게 사극 제의가 없었던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새로움이 있는지였다. 한 여자에 대한 김민재의 순정과 혈투를 다룬 <순수의 시대>는 그런 의미에서 그를 매혹시키기에 좋은 작품이었다.

"목숨 건 사랑, 현실에선 못하니 대리만족이지요"


많은 배우들이 연기할 때 자신의 일부 모습을 꺼내 반영하듯 신하균도 그렇다. 다만 굳이 비교하자면 오히려 실제 자신과 닮지 않은 인물을 연기하는 경향이 강하다. "영화니까 할 수 있는 것들. 그러니까 대리만족일 수도 있겠지요"라고 그가 말했다.

"역사에 관심은 있었지만 사극을 잘 보는 편이 아니었고, 지식이 해박한 편도 아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사극을 처음 해보면서 새롭게 도전할 게 많아서 재밌더라고요. 몸은 힘들었지만 영화적으로 보일 게 많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말도 타고.(웃음) 물론 김민재라는 캐릭터가 워낙 표현도 안 하고 감정을 자제하는 인물이니 답답함은 있었습니다. 다른 캐릭터가 워낙 개성 있고 세니까 김민재의 존재감을 어떻게 보여야 할지가 굉장히 어려웠죠."

영화의 큰 줄기는 역시 사랑이다. 조선 개국 직후를 배경으로 가상의 인물인 김민재와 가희(강한나 분)가 엇갈린 욕망으로 갈등을 겪는 과정이 중심이다. 한 여자를 위해 한 남자가 얼마나 투신할 수 있을까. 현실과의 비교에 신하균은 "영화니까 할 수 있는 역할이고 그걸 통해 대리만족하는 정도"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누구나 말로는 사랑에 목숨을 걸겠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현실에서 진짜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전 솔직히 못 할 것 같아요. <순수의 시대> 속 김민재라면 가능하죠. 가진 게 없고 잃을 것도 없는 인물이니.

개인적으로는 사랑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과연 우직하게 바보같이 한 사람만 바라볼 수 있는지, 또 상대가 거짓이라 해도 순정을 바칠 수 있을지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잠시 생각 후) 어렵네요. 역시. 저도 좀 배우고 싶습니다.(웃음)"

"연기 슬럼프? 작품을 쉬고 있을 때가 슬럼프 같아"



사랑에 대한 답변에서 알 수 있듯 그는 꾸밈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만큼 담백하며 말하기보단 듣는 것을 좋아한다. 동시에 지극히 현장 체질이다. 그는 <순수의 시대> 촬영 현장을 예로 들며 "몸을 만들고 음식 조절에 신경 쓰다 보니 배우들과 함께 시간을 많이 못 보냈다"면서 "강한나씨도 그렇고 다른 분들과도 술을 마시며 풀어내는 시간이 중요한 데 몸에 지방질이 없으니 너무 빨리 지치더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개인적으로는 듣는 걸 좋아해요. 특히 선배들과 있는 시간이 참 좋았죠. 경험담을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도 해보고요. 영화 현장이라는 게 결국 같이 연기하고 밥 먹고 잠도 자며 몇 개월을 보내는 거잖아요. 그 시간을 보내는 게 행복하고 좋아요. 잘 쉬어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전 작품을 안 하면 오히려 슬럼프 같더라고요.

워낙 영화를 좋아해 이 일을 시작했고, 그만큼 동료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연기가 가끔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순간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습니다. 선배들 역시 그런 부분에서 나름 노하우를 얘기하기도 하죠. 근데 또 막상 제가 후배들에게 얘기는 잘 안 하네요.(웃음) 물어보면 해주지만 먼저 나서서 얘기하진 않아요. 왜 나이들 수록 말을 아끼라고 하잖아요. 말보단 행동을 보이려고 해야죠."

데뷔 이래 꾸준했다. 화려하거나 시끄럽지 않게 조용히 주목받아왔다. 이 사실에 스스로도 감사했다. 신하균은 "능력 이상의 사랑을 받아 왔다"며 "성향 자체가 주목을 안 좋아하는데 그럼에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지금 이런 순간에 감사하며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신하균은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주의였다. 새해라고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도 않는단다. 그의 시간은 철저히 작품 단위로 흐르고 있었다.

"거창한 미래나 어떤 계획을 세우고 싶지 않아요. 세운다 해도 그대로 될 거라 생각하지도 않고요. 한 작품씩 잘 해내다 보면 잘 살았다고 생각이 들겠죠. 배우로서 기대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고, 관객과 함께 나이 들고 싶습니다. 10년 뒤면 지금보다 더욱 깊이 있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겠죠. 물론 아무도 절 찾지 않는다면 못하겠지만, 주어지는 순간엔 능력을 다해 후회하지 않게 힘을 쏟고 싶습니다."

여전히 궁금한 신하균- 그를 즐겁게 하는 것들


앞서 언급한 대로 신하균은 은근한 수집가적 기질과 함께 마니아 기질도 갖고 있었다. 레고 조립, 만화책 읽기를 즐긴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도 높다. <베르세르크> <멋지다 마사루> <이나중 탁구부> <몬스터> 등이 그가 섭렵했던 작품이다.

또한 적절하게 술을 즐기는 애주가기도 하다. 지난 2011년 영화 <고지전> 인터뷰 당시 한창 막걸리를 즐긴다고 답했던 그는 최근 체중 관리를 위해 위스키 한 잔 정도로 대체하고 있었다. 그는 "인터넷으로 막걸리를 공부해보기도 하고 양조장에 가서 말통으로 사서 먹기도 했다"고 웃어 보였다.

"어릴 땐 돈이 없으니 소주 아니면 막걸리를 먹었는데 안주가 필요한 소주보다도 그 자체로도 배부른 막걸리를 더 자주 마셨죠. 또 마트에서 장 보는 걸 좋아하는데 새로 나온 세계 맥주를 사서 맛보는 재미도 있어요. 그때 초록색 병에 담긴 막걸리를 발견하고 이거다 싶어 종종 사곤 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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