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코쿠엔스. '요리하는 인간'이란 뜻입니다. 먹는 모습을 담은 '먹방'에 직접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쿡방'까지 요리 프로그램이 대세라고 하지만 형식이 점차 다양해졌을 뿐, 요리를 다룬 프로그램은 이전에도 꾸준히 있었죠.

요리 프로그램의 녹화 현장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내가 하면 1시간은 족히 걸릴 요리를 셰프들은 어떻게 15분 만에 뚝딱 만들어내는 것일까요. 또 이런 생동감 넘치는 요리를 다큐멘터리에 담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한 것일까요. 이 모든 궁금증을 풀어봅니다. [편집자말]
 올리브쇼의 허세 최현석 셰프(오른쪽)와 재벌 오세득 셰프가 10일 오후 서울 신사동 엘본더테이블 신사점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현석 셰프(오른쪽)와 재벌 오세득 셰프가 10일 오후 서울 신사동 엘본더테이블 신사점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레스토랑 엘본 더 테이블. <올리브쇼> <냉장고를 부탁해>에 이어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까지 출연한 최현석 셰프의 일터다.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에서 프렌치 레스토랑 줄라이를 운영하는 오세득 셰프는 티격태격하면서도 형인 최현석 셰프를 위해 이곳으로 향했다.

창가에 앉자, 거리를 지나가던 행인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2층을 향해 올려다보는 시선이 느껴지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TV에서도 자주 볼 수 있게 된 최현석, 오세득 셰프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허세' 최현석과 '재벌' 오세득이 만났을 때

 올리브쇼의 허세 최현석 셰프(오른쪽)와 재벌 오세득 셰프가 10일 오후 서울 신사동 엘본더테이블 신사점에서 요리한 음식을 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현석 셰프(오른쪽)와 재벌 오세득 셰프가 10일 오후 서울 신사동 엘본더테이블 신사점에서 요리한 음식을 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많은 셰프들이 방송에 출연하고 있지만, 두 사람의 캐릭터는 확고하다. 최현석 셰프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허세' 가득한 캐릭터를 꿰찼고, 오세득 셰프는 올리브 <올리브쇼>에서 '재벌' 캐릭터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건가.
"요즘은 '최현석 요리 안 하고 방송만 나온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 임팩트가 세서 그런 게 아닐까.(웃음) 실제로는 일주일에 2번 정도, 2주에 한 번씩 촬영한다. 나머지 시간은 주방에서 일한다. 사실 나는 어디서나 웃기려는 욕심이 많다. 방송에도 그런 것이 녹아들다 보니 다른 셰프들보다 분량이 조금 더 나오더라. 장난 좋아하고, 농담을 원래 많이 하지만 <냉장고를 부탁해> 속 허세 캐릭터는 평소의 내 모습보다 조금 더 세다. <올리브쇼> 속 모습이 원래 내 모습에 가깝다."(최현석) 

"(최현석) 형은 몸짓 허세고, 나는 재벌 허세다. 지난해 <올리브쇼>에서 팬케이크를 만들 때, 체리를 썼더니 '비싼 재료 쓴다'고 하면서 재벌 캐릭터가 굳어졌다. 재밌지 않나. 옛날 개그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야채 얘기를 하면서 '밭 없어요? 여러분도 다 있죠?' 이런 거다. 말할 거리가 나오고 풍자도 할 수 있다. 나는 재벌 코스프레를 하면서 재미를 주고, 형은 동작을 통해 재미를 전한다. 형도 평소에는 소금을 그렇게 뿌리지 않는다.(웃음)"(오세득)

▲ 올리브쇼 톰과 제리, 허세 최현석 셰프와 재벌 오세득 셰프 올리브쇼 톰과 제리, 허세 최현석 셰프와 재벌 오세득 셰프 ⓒ 이정민


- <올리브쇼>의 출연진은 (MC를 제외하면) 전문 셰프로만 구성된 데 비해 <냉장고를 부탁해>에는 김풍 등 비전문가도 있다. 분위기가 서로 다를 것 같다.
"<냉장고를 부탁해>에는 다양한 케미가 있어서 밸런스가 맞는 것 같다. 나는 아무래도 요리 쪽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김풍은 허술해 보여서 정감이 가지만, 정말 머리가 좋다. 어느 순간 셰프에 빙의돼 승부에서 지면 자존심 상해 하더라. 요리는 새롭고 다양해야 오래간다고 생각한다. 계속 고민해야 하는 게 맞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요리를 제대로 해내면서 하기 때문에 무게감이 실린다고 생각한다.

<올리브쇼>가 <냉장고를 부탁해>보다 촬영이 훨씬 길다. 음식 자체에 많이 집중한다. 푸드 채널이기 때문에 접근하는 방법이 많이 다르다. 재미를 담고 싶어 하지만, 그래도 요리에 치중한다. <올리브쇼>는 시간적인 제약이 없어서, 오히려 녹화를 오래 하면 '빨리 끝내자'고 할 정도다.(웃음) <올리브쇼>는 사전에 준비해가는 요리고, <냉장고를 부탁해>는 현장에서 리얼하게 하는 요리라서 받는 스트레스의 종류도 다르다."(최현석)

"사람들이 20~30분 지나면 요리를 하기 싫어한다. 계속 서서 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15분 이내에 요리하지 않나. 그 시간 안에 100% 완벽하게 만들어내기는 어렵겠지만 방법을 알려주니까 개인적으로는 재밌는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늘상 하는 요리에 일상의 이야기를 더하니까 부담 없이 볼 수 있다."(오세득)

'올리브쇼' 이전, 두 사람의 공통분모는 '한식대첩'이었다

 올리브쇼의 최현석 셰프(오른쪽)가 10일 오후 서울 신사동 엘본더테이블 신사점에서 오세득 셰프에게 요리한 음식을 먹여주고 있다.

최현석 셰프(오른쪽)가 10일 오후 서울 신사동 엘본더테이블 신사점에서 오세득 셰프에게 요리한 음식을 먹여주고 있다. ⓒ 이정민


- 두 분 모두 <한식대첩>의 심사위원(오세득 셰프는 시즌1, 최현석 셰프는 시즌2의 심사위원이었다-기자 주)을 맡은 이력이 있다. <올리브쇼> <냉장고를 부탁해>가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라면, <한식대첩>에서는 다른 이들이 만든 음식을 평가했는데.
"시즌2가 되면서 제작진도, 포맷도 바뀌었지만, 시즌1은 무엇보다 정확성을 강조했다. 참가자들이 지역의 자존심을 걸고 왔고, 상금도 걸려 있지 않나. 맛에 있어서 시청자를 대변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다른 분야의 음식을 하는 셰프가 바라보는 한식을 이야기하려고 했다. 참가자들이 긴장하니까 나도 긴장하게 되더라. 웃지도 않게 되고.

시즌2는 뭔가 가족 같은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시즌1에서는 그런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기도 했고. 다양한 각도에서 한식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는 취지에 공감해 심사위원을 맡았지만, 부담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오세득)

"<한식대첩>은 특이한 프로그램이다. 보통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참가자들이 심사위원을 롤 모델로 삼는데, <한식대첩>은 그렇지 않다. 요리와 함께 살아온 분들의 내공이 담긴 프로그램이라 그분들을 존중하고 시작해야 한다. <한식대첩>을 하면서 영감을 정말 많이 받았다. 단순히 레시피보다는 감성적으로 정말 많이 도움이 됐다. '요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촬영하면서 울컥해서 가슴이 메고, 보면서 '기가 막히다'는 생각을 했던 프로그램이 처음이었다. <한식대첩>은 정말 오래 찍는다. 14~16시간씩 촬영하기 때문에 정말 피곤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데 화면으로 나가는 감동보다 현장의 감동은 엄청났다. 요리할 때 쏟는 정성이나 그런 것들이 대단하더라. 탈락한 팀의 뒷모습이 멋있는 것을 보고 존경심도 생겼다. 만약 시즌3 출연 제의가 온다면 출연료가 없어도 응하고 싶을 정도다."(최현석)  

- 최근 요리 프로그램이 각광 받고 있다. 셰프들이 TV에 출연하는 일도 빈번해지고, 꼭 요리만 다루는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음식을 만드는 콘셉트를 선보이는 경우도 많아졌다. 셰프의 입장에서 볼 때, 왜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고 생각하나.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3만5천~4만 달러가량일 때, 외식 산업이 발전하게 되어 있다. 먹는 것은 단순히 입에 넣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미 요소를 준다. 시각적인, 후각적인 부분이 대표적이다. 또 바로 와 닿는 느낌도 있다. 여기에 기쁨과 슬픔, 교양 등 모든 게 녹아 있다. 누구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 먹는 것, 음식이지 않나 싶다.

그리고 요리 프로그램은 어색하지가 않다. 흘러가는 대로 만들기 때문에 재밌는 요소가 나온다. 또 음식은 나이가 적건 많건 다 먹는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특정 연령대에만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요리 프로그램은 그렇지 않다. 전 세대가 아우를 수 있기 때문에 요리 프로그램이 인기 있는 것이 아닐까."(오세득)

최현석·오세득은 왜 '셰프'의 길을 선택했을까

 올리브쇼의 허세 최현석 셰프(왼쪽)와 재벌 오세득 셰프가 10일 오후 서울 신사동 엘본더테이블 신사점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올리브쇼의 허세 최현석 셰프(왼쪽)와 재벌 오세득 셰프가 10일 오후 서울 신사동 엘본더테이블 신사점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 요리는 천직이었나. 처음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아버지, 어머니, 형이 다 요리사였다. 처음에는 등 떠밀려서 시작했는데 돌아보면 이것밖에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게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요리사 집안이기 때문에 음식에 까탈스럽지 않으냐고? 특별히 다르지 않다. 더 잘 먹고, 많이 먹는다. 늘 만지고 보는 게 음식이니까 오히려 소탈하다. 한우보다 삼겹살이다."(최현석)

"난 고등학교 때 여자친구를 잘못 만나서 요리를 시작했다.(웃음) '훌륭한 요리사가 돼서 나중에 맛있는 것 해줄게' 했는데 못 해줬지. 그 친구도 안다.(웃음) 처음엔 부모님이 요리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셨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친구 누가 레스토랑에 갈 거다'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 그래도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오실 때 '요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오세득)

- 앞으로 방송 외에도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것 같다. 향후 계획을 들려달라.
"우리 레스토랑(엘본 더 테이블)을 해외에도 내고 싶다. '세계에서 제일 잘한다는 아이들이 모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게 꿈이다."(최현석)

"나는 2가지가 있다. 하나는 노인 사업, 또 하나는 교도소 교화다. 할머니들이 집밥 같은 음식을 만들고, 할아버지들이 식사 시간에 맞춰 배송하는 사업을 해보고 싶다. 직장인들은 점심때만 되면 뭐 먹을까 고민하는데 제대로 된 한 끼를 먹기가 어렵지 않나. 양질의 집밥, 따뜻한 한 끼를 먹을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과거에 죄를 저지른 것은 물론 잘못한 일이지만, 죗값을 치르고 나왔을 때도 죄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가혹하다. 요리는 성실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요리하다 보면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도 필요하다. 요리가 재소자들의 교화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교도소에서 원하는 이들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가능성이 보이는 친구들을 위한 식당을 여러 개 만들고 싶은 게 가장 마지막의 목표다."(오세득)

 올리브쇼의 허세 최현석 셰프(왼쪽)와 재벌 오세득 셰프가 10일 오후 서울 신사동 엘본더테이블 신사점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올리브쇼>에 출연하는 최현석 셰프(왼쪽)와 오세득 셰프가 10일 오후 서울 신사동 엘본더테이블 신사점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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