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키의 미녀가 한 계단 위에 올라서 있는 키 작고 통통한 여성들과 비교대상이 된다. 그리고 '못난이 삼형제'라는 자막이 버젓이 표시된다. 비웃는 패널들의 표정은 덤이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한 장면이 아니다. KBS 건강 프로그램 <비타민>에서 등장한 장면이다.

미녀로 등장한 것은 대세로 떠오른 그룹 EXID의 하니이고, 못난이로 묶인 연예인들은 신봉선, 김숙, 김영희, 조혜련 등 개그우먼이다.

개그맨들의 단골 소재도 외모에 관한 것이다. 외모가 개성적이거나 뚱뚱한 개그맨은 자신의 얼굴이나 몸을 희화화해서 웃기기 일쑤다. 이런 현상은 예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쁜 게스트들이 나오면 환호하고 상대적으로 외모가 떨어지는 개그맨들과 비교선상에 놓는다.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이다.

 <비타민>의 한 장면, 여성들의 키와 몸매가 비교당하는 장면이 공중파에서 버젓이 방영되고 있다.

<비타민>의 한 장면, 여성들의 키와 몸매가 비교당하는 장면이 공중파에서 버젓이 방영되고 있다.ⓒ kbs


외모에 관한 차별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예쁘면 좋고, 못생기면 나쁘다는 식의 고정관념은 단순히 성형외과 광고에만 있지 않다. 이미 2015년 현재 TV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작년 여름 <1박2일>에서도 난데없는 외모 차별 논란이 일었다. 예쁜 여성들과 데이트하는 '상'과는 반대로 개그우먼들과 데이트해야 하는 '벌'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장면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분명한 외모 차별' '여성의 성 상품화'라는 이야기부터 '외모가 부족한 남성 패널들이 같은 취급을 당하는 것은 왜 묵과하느냐' '이정도는 용인 될 수준'이라는 이야기까지 설전이 벌어졌지만 결국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논란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아직까지 한국에서 외모를 두고 비난할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영자나 이국주는 단순히 '잘 먹는' 캐릭터가 아니라 '뚱땡이' '과체중'이라는 캐릭터로 각인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외모가 부족한 여성들은 예쁜 연예인들과 비교 선상에 놓이고 무시당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쿨하지 못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공개 코미디에서 더욱 심화되어 나타난다. 개성적인 외모가 주를 이루는 개그맨들은 외모를 무기로 코미디를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이런 패턴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개성적인 외모와 과체중의 소유자라면 그런 경향은 반복된다.

현재 <개그콘서트>에서도 '크레이지 러브'나 '속상해' 같은 코너는 외모의 비교라는 전제를 두고 진행된다. '크레이지 러브'는 이 공식을 살짝 비틀긴 했지만 여전히 웃음 포인트는 박지선이 김나희에게 못생겼다고 독설을 퍼붓는 역설적인 형식으로 표현된다. '속상해'는 이 희화화의 대상을 여성에서 여장을 한 남자 정태호로 바꾸기는 했지만 외모 때문에 무시 당하는 노처녀라는 설정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까지 <개그콘서트>에서는 이런 코미디가 반복돼왔다. 단순히 못생긴 여성이 무시당한다는 설정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외모가 부족한 여성들이 잘생긴 남성에게 집착하며 눈치도 없어 남성들에게 쉽게 여겨지고 비아냥을 당해도 좋은 여성으로 묘사된다는 점이다.

이는 코미디의 소재 부족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현재 <개그콘서트>는 예전에 비해 히트작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코미디의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와중에 그들의 웃음 포인트가 단순히 외모나 분장을 활용하는 것 이상으로 흐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렬한 풍자나 패러디는 물 건너 간지 오래다.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가 이 정도면 다른 프로그램들은 더욱 심각하다. 단순한 패턴도 지겨워지는데 외모적인 특징으로 하는 1차원적인 개그는 어느 순간 불편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들의 개성적인 외모가 개그맨이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을지는 모르지만 그 외모로 발산하는 에너지가 긍정적이지 못하다면 그들의 코미디에 마음 놓고 웃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외모가 예쁘면 물론 좋다. 그러나 누구나 다 예쁘게 태어나지는 않는다. 외모의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하지 않고 단순히 '이렇게 생겨야 한다'는 고정관념 속에서 사람들은 지쳐간다. '강남 미인도' 같은 풍자가 나오는 것이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대한민국은 지금 '외모' 하나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단순히 못생긴 얼굴을 무시하는 경향이 문제가 아니다. 예쁜 얼굴이라 할지라도 '자연미인'이냐는 시험대에 놓인다. 예쁜 것을 원하면서도 성형을 한 얼굴이나 화장으로 달라진 얼굴에 뭔가 하자가 있는 것처럼 묘사되는 것은 아이러니다.

단순히 못생긴 여성이나 남성에 대한 무시뿐 아니라 자연적으로 예쁘게 태어난 여성이나 남성에 대한 지나친 환호 역시 우리 사회가 외모 지상주의에 멍드는 현실을 여실히 나타내 준다.

외모는 타고 난다. 성형한 외모가 아무 노력없이 얻은 것이라 비판할 수 있다면 자연미인 역시 그 외모를 가지려고 노력한 것은 아니다. '뚱땡이' '못난이' 등의 캐릭터가 버젓이 TV에서 통하고 그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분위기는 김치와 한국인을 비하했다는 할리우드 영화 <버드맨>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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