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5일 오후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정기총회

2월 25일 오후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정기총회ⓒ 표현의 자유 수호 범영화인대책위


정전일까 휴전일까? 최근 부산시가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를 압박하며 대내외적 주목을 받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정기총회를 무사히 마치고 올해 행사 계획을 확정했다. 그러나 변수들이 생길 여건은 여전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갈등이 종식된 것이 아닌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5일 오후 부산시청에서 정기총회를 갖고 올해의 예산안과 사업안을 확정했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약간 늘어난 규모로 일반회계 예산 123억원과 특별회계 예산 2억7천83만8천원을 승인했다.사업안은 20주년 기념사업으로 '아시아 정전 100편 프로젝트'를 열고 기념 책자를 발간 등을 의결했다.

또한 부산시가 요구한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해서는 아시아필름마켓 열리는 장소에서 부산지역 대학 영상관련학과를 대상으로 국내 영화 투자, 배급, 제작사의 취업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확정했다.

부산시는 서병수 시장의 일정을 이유로 총회 시기 변경을 요구했으나 부산영화제가 이미 계획된 일정을 바꾸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는 등 총회를 놓고도 양측의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총회는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시장이 다른 일정으로 참석 못하면서 부시장이 대신 참석했다.

총회에 참석한 국내 영화계 관계자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가장 조용히 진행된 총회"였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 관계자도 "역대 총회 중 가장 빨리 끝난 것 같다. 최근 갈등과 관련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부 영화인들은 총회 참석 전 작심 발언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으나 서병수 시장이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거론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영화제 당시 <다이빙벨>을 상영한 이후 부산시가 지난 1월 23일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면서 촉발된 보복성 논란은 일단 한 매듭을 짓는 분위기다. 

부산시의 압박에 국내 영화인들은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이하 영화인 대책위)를 구성했고, 세계 유수의 영화제인 칸과 베를린,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도 이용관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등 영화제의 독립성을 침해하려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태도는 안팎으로 큰 비난을 받아야 했다.

공동집행위원장은 부산시가 이용관 위원장 대신할 사람 찾는 것

 지난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때 서병수 부산시장과 이용관 집행위원장

지난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때 서병수 부산시장과 이용관 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한때 총회를 통해 이용관 위원장을 해임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총회에 앞서 지난 17일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서병수 시장에게 쇄신안을 보고하면서 접점을 찾은 것으로 관측된다. 쇄신안의 핵심은 공동 집행위원장과 부집행위원장의 선임으로, 지역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인사를 영입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는 부산시의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산시가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상대하기 싫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위원장을 대신해 상대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을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세우라고 한 것이고 이를 영화제가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동집행위원장은 부산영화제가 추천하고 서병수 시장이 임명하는 형식으로 선임될 예정인데, 이 때문에 부산영화제가 부산시의 압박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영화계 일부에서는 부산영화제의 결정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화인 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감독은 "영화계가 총결집한 상태에서 갑자기 이런 결정이 나온 게 의아스럽다. 전 세계 영화제에 공동 집행위원장제가 있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을 역임한 한 영화계 관계자도 "말도 안 되는 타협안이다. 초기에는 절충안이 될지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독이 될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부산영화제는 2005년 10회 영화제 때부터 당시 김동호 집행위원장과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함께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한 적이 있으나, 당시에는 김동호 위원장의 고령의 나이에 업무부담이 많아지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였다. 부산영화제를 실질적으로 만든 이용관 위원장이 김동호 위원장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도 작용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공동집행위원장을 선임하는 것은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이에 대해 부산영화제 측은 "영화제의 독립성을 사수하려는 기본 기조가 변한 게 없다. 앞으로도 일관될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굴복했다고 보는 것은 오해"라고 밝혔다. 부산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올해 행사를 위해 지금 상황을 어느 정리할 필요가 있기에 위원장님이 결정한 것이다. 공동집행위원장 시장이 임명하는 것이지만 영화계가 공감할 수 있고 신망 받을 수 있는 인물을 선임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시가 서병수 시장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아 여전히 양측 간 불씨를 안고 있는 상태다. 일부 보수 성향의 지역 인사들이 자리에 욕심을 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어, 공동 집행위원장과 부집행위원장 선임을 놓고 부산시와 부산영화제의 갈등이 재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부산영화제 당연직 조직위원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며 불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3월 10일 오후 5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청회를 열어 미래비전과 쇄신안 등에 대해 관객들과 영화인들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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