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국.

서인국. ⓒ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폭군이거나 성군이거나, 역사 속 광해에 대한 평가가 극으로 갈릴수록 이 배우에겐 흥미로웠다. 마냥 청춘물에 어울릴 법했던 서인국이 KBS 2TV 드라마 <왕의 얼굴>로 사극에 도전했고, 이제 막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시점이었다.

"사극 드라마의 주연이라는 점에서 부담감이 컸다"고 토로하면서도 서인국은 "사극의 매력을 알게 됐고, 기회가 된다면 또 해보고 싶다"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일상적 감정과 자기의 습관이 반영되는 현대극과 달리, 사극은 전혀 다른 모습을 꺼내야 했던 게 기억에 남았다"며 그는 지난 23회 분량의 촬영을 반추했다.

"사실 드라마를 찍는다고 해서 떨리고 긴장했던 건 <응답하라 1997> 때가 가장 심했고요. 이제 뭔가 작품을 새로 하는 거에 훈련이 된 걸까요? 많이 떨지는 않았어요. 다만 제 부족한 모습을 사람들이 어떻게 봐주실 지가 걱정이었죠."

진짜 리더를 묻는 이 시대..."의로운 광해 같은 리더가 되고 싶다"

 서인국

ⓒ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왕의 얼굴>에서 그린 광해는 서자 출신으로 세자 자리에 올라 여러 위협을 견뎠던 강한 인물이었다. 동시에 자신의 운명에 도전하며 여러 기득권과 투쟁했던 개혁 성향의 리더기도 했다. 서인국 역시 이를 인식한듯 "광해의 의로운 면이 부각됐는데 혹시 이런 이야기에 불편했던 분도 있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없는 이야기를 지어낸 게 아니고 드라마적 요소를 살리려는 시도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제가 맡았던 <왕의 얼굴>의 광해만큼은 정말 백성을 많이 생각하고, 자기 사람을 아끼는 인물이었어요. 스스로도 연기하면서 자랑스러웠죠. 나도 이런 리더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어떤 그룹이나 조직이든 리더가 있잖아요. 물론 훌륭한 리더가 이미 있다면 좋겠지만요. 굳이 큰 조직이 아닌 친구들 사이에서도 서로의 실수는 너그럽게 이해하면서도 잘못은 잘 지적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좋은 리더의 모습이겠죠."

자신이 생각하는 리더의 모습에 막힘없이 답한 서인국이지만 스스로는 "학창 시절 공부를 잘했던 편이 아니어서 그간 광해나 역사적 인물을 너무 가볍게 알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드라마에 등장한 허균(임지규 분)이 참 매력적이었다. 비극 속에서도 자유분방하고 비상한 모습이 끌렸다"고 설명했다. 호기심과 인물에 대한 집중도 만큼은 뒤지지 않는 서인국을 읽을 수 있는 지점이다.

드라마의 또 다른 축, 사랑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운명을 개척해가는 여인 김가희(조윤희 분)와 끝까지 광해만을 바라본 세자빈 유씨(김희정 분) 사이에서 서인국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스스로 "멍청한 사랑을 하는 거 같다"고 한 그는 "남이 사랑해줄 땐 잘 모르고, 내가 바라보는 사람을 좋아하는 거 같다"고 답했다.

"지금 시대에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가희와 광해처럼 죽음을 불사한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뜨거운 사랑으로 아파해 보고도 싶고요. 사실 드라마 속 인물들의 사랑이 잘 와 닿지 않아서 힘들었습니다. 사랑했던 여인의 아버지가 역모를 꾸미고, 또 나로 인해 그가 죽게 되는 등 여러 정치적인 사건들이 함께 있었잖아요. 그 감정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대중의 사랑받는 스타? 그걸로 끝내지 않겠다"

 서인국.

서인국. ⓒ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어쩌면 지난해 누구보다 최고의 한 해를 보냈을 그였다. 여러 드라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면모를 보일 기회를 잡았고, 자신을 대중 앞에 증명했으니 말이다. 일생에 한 번 받을 수 있다는 연기대상 신인상도 거머쥐었다. 

이 지점에서 물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1> 우승자 출신으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보인 행보에 스스로든 타인이든 편견의 시선은 없었는지. <왕의 얼굴> 속 광해의 경우처럼 지금의 우리 사회도 여전히 출신이나 소속, 혈연 등을 따져가며 대하는 배타성이 강하지 않나. 

"제가 오디션 프로 출신이라고 해서 어떤 차별을 받은 적은 없어요. 누가 제게 편견을 가졌다고 느낀 적도 없고요. 다만 어떤 동료 배우가 '가수라서 연기에 도전할 때 이쪽 분위기를 흐트러뜨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잘해줘서 고맙다'고 하는 말은 들었습니다. 제 시작이 특이하긴 하죠. 그렇기 때문에 오디션 출신인 다른 분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 제 한계를 느낄 때는 아닌 거 같습니다. 지금까진 신나서 해왔어요. 물론 그 안에서도 어렵고 힘든 점은 있었지만 신나는 게 지금 제 모습의 기본 바탕입니다. 제가 인복이 좋아서 선배들이 좋은 얘길 많이 해줘요. 대중의 사랑과 관심은 당연히 좋지만 그걸로 끝내지 말라는 말씀을 종종 해주세요. 저 역시 그 사랑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휘둘리지 않는 모습을 보일 겁니다."

서인국은 자신이 꿈꿔왔던 기간의 무게를 잊지 않으려 했다. 그의 표현대로 "TV에서 노래하는 가수들이 영웅과도 같았다"던, 그래서 "남들은 현실을 직시하고 포기하고 말지만 그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만만했다"던 과거였다.

"슈퍼히어로를 따라하면 슈퍼맨이 된다고 생각한 거죠. 중학교 때 뭐하며 먹고 사나 고민하면서도 가수의 꿈을 놓지 않았어요. 꿈과의 의리가 생겼다고 할까요. '울산에서? 기회도 없을 텐데?'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었는데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노래하고 사람들 앞에 서자는 생각을 쭉 했죠. 고등학교 땐 친구들과 '네바싸인'...이름 참 특이하죠? 하여튼 그런 단발성 밴드도 했고, 참 저도 자신만만했네요(웃음)."

무대를 경험한 자들만 느낄 수 있는 희열감. 서인국은 일찌감치 이걸 맛 봤기에 놓지 않고 있었다. 더 나아가 최선의 것을 위해 노력하고 닦고 있었다. 어느덧 스물아홉이다. "쉬지 않고 달려오다 보니 지금"이라는 그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특히 음악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제대로 내놓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렇게 서인국은 자신의 30대를 준비 중이었다.

서인국 왕의 얼굴 조윤희 광해 오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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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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