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포스터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포스터 ⓒ ㈜미디어로그


* 이 기사에는 영화의 결말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흔히 '튜링 테스트'라고 불리는 인공지능 판별법을 뜻한다. 튜링 테스트는 1950년 앨런 튜링이 발표한 논문 <기계도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논문에서 처음 소개된 것으로 그는 "컴퓨터가 스스로 사고할 수 있음을 확인하려면 대화를 나눠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후대에 들어 인공지능(AI) 개발의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블레이드 러너>(1982)는 튜링 테스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이며 최근작 <엑스마키나> 역시 튜링 테스트에 일정 부분 맥락을 함께 하고 있는 영화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바로 튜링 테스트의 주인공이자 비운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1912~1954)의 짧은 일생을 다룬 작품이다.(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 수상) 어느 한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전기 영화는 영화 제작자 입장에선 매력적인 소재이지만 한편으론 아주 위험성도 큰, 양면을 지니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인물의 이야기라면 그 사람의 일생 자체가 '스포일러'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그런 점에서 아주 영리한 방식으로 극을 풀어 나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정보기관 MI6의 주도하에 독일군이 사용하던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해 수학자, 체스 챔피언, 언어학자 등 다양한 직종의 인물들을 모은 비밀 조직을 구성했다.

물리적으로 에니그마의 모든 설정을 사람이 확인하는데 무려 2천만 년이나 소요되는 난관에 부딪힌데다, 수학밖에 모르고 사회성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외골수 천재 앨런 튜링은 동료들과 사사건건 갈등을 겪는 게 다반사였다. 여기에 엄청난 거액이 투입된 '이상한 기계'(현재 기준의 슈퍼컴퓨터) 제작으로 인해 그는 MI6와도 마찰을 빚고 만다. 하지만 자신만의 고집으로 만든 이 장비는 결국 독일군의 암호를 풀어내는데 성공했고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기여한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한 장면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한 장면 ⓒ ㈜미디어로그


튜링의 업적을 나열하고 소개하는 식으로 극을 구성했다면 <이미테이션 게임>은 그저 어느 천재의 성공담을 담아낸 평범한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튼 틸덤 감독은 1920년대 튜링의 유년기, 1940년 전후 전쟁기간, 1950년대 종전 후 동성애 혐의로 기소되던 각기 다른 세 시대를 오가는 교차 편집을 통해 자칫 전기영화가 지닐 수 있는 단조로움을 탈피했다.

개개인과 집단의 갈등을 차례로 그려내면서 암호 해독을 통해 극적인 '한방'을 이끌어냈고 무덤덤한 분위기로 마무리 짓는 극의 후반부와 엔딩은 관객들에게 억지로 튜링의 업적을 주입하지 않으면서도 역으로 그의 위대함을 부각시키는 만만찮은 연출력을 선보인다.

여기에 큰 힘을 보탠 건 역시 앨런 튜링 역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탁월한 연기력이다. <셜록>, <스타트렉 다크니스> 등에서 보여준 개성 강한 연기는 이 작품에서도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비록 천재 수학자는 독이 든 사과를 베어 문 채 자신을 포용하지 못했던 사회와 등을 져야 했지만 영화 속 컴버배치를 통해 다시 생명을 얻었다.

[영화 속 숨은 이야기]

1960년대 영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중간첩 '캠브리지 파이브'에 대한 이야기가 이 영화에서도 잠깐 다뤄지는데, 공교롭게도 이를 소재로 했던 첩보 스릴러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2011년)에서 MI6 소속 정보원으로 나온 마크 스트롱이 <이미테이션 게임>에서도 같은 기관의 수장으로 등장하는 게 이채롭다. 한편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에 출연했는데, 그가 맡은 역할은 동성애 성향의 정보원 역할이었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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